“겨울철 눈 오거나 할 때 계단 오르기가 참 힘들었는데, 이제는 편하게 다닐 것 같아요. 넓고 쾌적해서 좋네요.”
‘남산 아래 첫 마을’ 용산구 해방촌(용산2가동) 108계단에 설치된 경사형 승강기(사진)를 맨 처음 타본 해방촌 주민 김국현(65)씨의 소감이다.
용산구는 19일 성장현 용산구청장, 용산구 출신 진영 국회의원과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흥로 108계단 이동편의시설 공사 준공식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공사는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구는 계단 중앙 부위(기존 화단, 2m 너비)에 땅을 파서 15인승 경사형 승강기(1대)를 설치했으며 승강기 주위로 방호 난간(96m)을 둘렀다. 보행에 불편을 줄 수 있는 각종 지장물도 다른 곳으로 옮겼다. 사업비는 28억원이다.
108계단 이동편의시설은 서울 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첫 번째 경사형 승강기로 눈길을 끈다. 속도는 분당 60m로 계단 아래부터 정상까지 1분 만에 이동할 수 있다. 1~4층까지 타고 내릴 수 있는 승강장도 설치해 이용객 편의를 더했다.
해방촌에 108계단이 생긴 건 지난 1943년이다. 일제가 전몰장병 추모를 위해 ‘경성호국신사’를 지으면서 참배길로 계단을 만들었다. 이후 신사는 흔적도 없어졌고, 주로 용산2가동, 후암동 주민들이 계단을 이용해왔다. 구는 이번 공사로 노약자, 장애인 보행권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시내 주택가 첫 경사형 승강기를 찾을 외부 관광객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구는 해방촌 테마가로 1단계(HBC테마가로) 조성 공사도 조만간 끝낸다. 신흥로 한신아파트 입구부터 기업은행 사거리까지 550m 구간이다. 구는 ‘도로 다이어트’로 이곳에 보도를 새로 만들고 보안등을 개량했다. 불법 주정차 예방을 위한 폐회로텔레비전(CCTV)도 2곳에 설치했다.
테마가로 조성 공사는 내후년까지 ‘남산 가는 골목길’(마을 흔적 여행길), ‘역사문화 탐방로’(역사 흔적 여행길)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해방촌 역사, 마을, 다문화 흔적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사에 국·시비 21억원을 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산2가동, 후암동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108계단 경사형 승강기 설치를 모두 마무리했다”며 “지역 주민은 물론 남산 아래 첫 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편의와 재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용산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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