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에 맛과 영양까지 노린다면 즉석 미역국

장을 못 본 주말 아침 국거리로 제격인 미역조랭이떡국

등록 : 2016-05-13 10:17 수정 : 2016-05-13 17:12
 
“엄마! 그때 왜 그런 거야?” 아이가 따져 물었다. 갑작스런 물음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열살 된 아이가 다섯살 때의 일을 끄집어내서 “왜 그랬냐고?” 물어댄다. 사건은 이랬다. 입이 짧은 아이에게 나는 밥한술이라도 더 먹이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그날은 미역국이었는데, 한우를 한근이나 넣고 한 시간 이상 뭉근히 끓여냈던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아이는 여지없이 미역국을 거부했고, 화가 났던 나는 작은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엄마가 사라졌으니 아이는 큰 소리로 울어댔다. 세상이 이렇게 무너지는 건가 싶었을 것이다. 나는 까맣게 잊었는데 아이는 아니었다. “그깟 미역국이 뭐라고, 왜 그런 거야?”

뒤늦은 사과를 하고, 아이를 안아 주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좋은 것’이란 없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다. 그동안 아이의 식습관도 나아졌고, 내 마음도 조금은 넓어졌다. 우리 아이가 미역국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즉석 미역국’을 상에 올리면서부터이다.

웬만하면 잘 이용하지 않던 즉석 미역국에 대한 내 편견은 생협의 요리대회에서 깨졌다. 어떤 조합원이 요리대회에 들고 나온 게 즉석 미역국이었는데, 회사에 반차까지 내면서 이 즉석 미역국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즉석 미역국에 들기름과 황태 몇 조각 그리고 두부를 넣고 끓였는데, 조리법은 간단했지만 맛은 간단한 게 아니었다.

맛있고, 부드럽고, 따뜻했다! 즉석 미역국에서 이런 맛이 나다니! 나도 그때부터 즉석 미역국 애용자가 되었다. 그때 배운 황태두부미역국은 물론, 즉석 미역국에 차돌박이를 몇 점 넣어 차돌박이미역국을 끓이기도 했고, 바지락을 넣어 바지락미역국을 끓이기도 했다. 어떤 때는 즉석 황태국과 즉석 미역국을 섞어 즉석 황태미역국을 끓여내기도 했다. 거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즉석 매생잇국에는 굴을 넣어 먹기도 했고, 레토르트 추어탕에 시래깃국을 합쳐서 국 양을 늘리고, 채소도 듬뿍 넣어 먹었다. 이렇게 즉석국은 편리함을 넘어 맛과 영양까지 더해져 우리 집 밥상에 오르고 있다.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즉석 미역국에 조랭이떡을 넣어 한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미역조랭이떡국이다. 즉석 미역국은 대형마트는 물론, 아이쿱 생협을 비롯한 유기농 식품을 파는 가게에서도 살 수 있다. 보관도 쉽고, 조리법도 간단하니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장을 못 봐서 국거리가 없을 때, 주말 아침 별식으로도 그만이다.

결혼 전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요리책이있다. 김혜경씨가 쓴 <일하면서 밥해먹기>다. 홈메이드와 슬로푸드만 고집할 수 없는 바쁜 세상에 살고 있다. 냉동식품과 반조리식품도 이용해가며 맛있는 밥상을 손쉽게 차려 볼 일이다.

 
미역조랭이떡국 조리법

재료(4인분): 즉석 미역국 한팩(3~4인분용), 조랭이떡 한팩(500g) 들기름 두 숟가락, 들깨가루 조금

만들기: ➊ 즉석 미역국의 미역을 꺼내 물 세 숟가락과 들기름을 넣고 볶는다. ➋ 물 5컵을 넣고 끓이다가, 즉석 미역국에 들어 있는 스프를넣는다. ➌ 미역국이 끓으면 조랭이떡을 넣는다. ➍ 떡이 떠오르면 들깨가루를 넣고 마무리한다.

글 윤혜정 협동으로 랄랄라 블로그 운영진 (blog.naver.com/icoopkorea)

사진 이지나 서울iCOOP생협 조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