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내일’ 모토로 4개 팀 구성…독서실 봉사로 분위기 조성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 수상 후보작④ 성북구 돈암2동 돈암코오롱하늘채 아파트 ‘라온하제’

등록 : 2018-12-06 15:57 수정 : 2018-12-20 14:01
지난해 입주한 신생 아파트 주민들

올 2월 입주민 자생 단체 결성

순번 정해 시험 기간 중 독서실 관리

내년 청소년봉사단 구성해 활동 개시

육아팀, 키즈룸 정비, 공동육아 시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호응 커

문화팀, DIY 교실 등 세대 공감 힘써

화합팀, 어울림 장터 두 차례 개설


성북구 돈암2동 돈암코오롱하늘채 입주민 단체인 ‘라온하제’ 회원들이 4일 커뮤니티센터 키즈룸에 모여 손을 펼쳐 보이며 웃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017년 새로 지은 성북구 돈암2동 돈암코오롱하늘채 아파트에 입주했다. 신규 입주 단지에서는 하자 보수부터 아파트 주변 정보 등의 교류 등 입주민 간 각종 소통이 필요한 일이 많았지만 이를 주도하는 단체가 없었다. 2018년 2월, 공동체 활동과 입주민 간의 소통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돈암코오롱하늘채 자생 단체인 ‘라온하제’(즐거운 내일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를 결성했다. 다양한 연령대와 관심사로 모인 입주민들은 크게 4개 부문(화합, 육아, 청소년, 문화)으로 팀을 나누었다.

가장 빠르고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 팀은 청소년팀이었다. 단지 내 독서실은 2018년 초 문을 열었지만 입주 초기라서 단지 내 관리 체계가 어수선하고, 독서실 관리인이 없는 상황이어서 학생들이 사용하기에 안전하지 않았다. 그래서 라온하제가 결성되자마자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순번을 정해 시험 기간에 저녁부터 새벽까지 독서실 지킴이 무료 봉사를 하며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덕분에 빠른 시간에 입주 시점부터 열악한 환경으로 방치되어 있던 독서실을 정비하고, 사용자들의 민원이 많았던 책상을 전면 교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으며, 공기정화용 화분, 정수기 설치 등의 시설과 환경 정비를 우선 해결했다.

그리고 처음 보던 사이였던 입주민 봉사단은 점점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머리를 맞대고 독서실 환경 개선을 논의하면서 서로 주변 정보도 공유하고 단지 내에서 끈끈한 정을 나누게 됐다. 그리고 독서실을 이용하는 청소년들과 봉사단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내년에는 청소년봉사단을 구성해 구청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이수하여 화합팀에서 개최하는 ‘어울림 장터’ 같은 입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나 육아팀에서 실시하는 유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청소년들이 참여하여 봉사할 기회를 주도록 할 계획이다.

육아팀과 문화팀은 다양한 연령대의 입주민들과 소통하며 서로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육아팀은 입주민 봉사자가 돌아가며 이모 선생님으로 나서서 월 2~3회 주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단지 내 커뮤니티센터에 있는 키즈룸을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4~7살을 대상으로 국문·영문 책을 읽고 미리 준비한 놀이를 제공하는 공동 육아를 시도했고, 단지 내 초등생 형이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도 가졌다.

그리고 ‘키즈 난장’이라는 이름으로 월 1회, 지층 컵밥 만들기, 염색 체험, 여름방학 맞이 물총데이,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마련한 핼러윈 행사 등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입주민 학부모들의 호응이 뜨거워 참여 신청 경쟁률도 높아지면서 몇몇 프로그램은 5분 만에 마감될 만큼 아파트 내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놀이 체험 프로그램을 꾸준히 연구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또한, 자녀들이 성장함에 따라 다음해에는 초등 돌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으며, 단지 내 위치한 ‘아리랑 어린이 도서관’과의 연계도 모색하고 있다.

문화팀은 디아이와이(DIY) 교실을 운영하여 다양한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취미가 비슷한 다양한 연령대의 입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게다가 수업 외에도 모여 작품을 완성해가는 등 소모임 형태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입주민 봉사자가 적극 나서서 뜨개 수업, 수제청 만들기, 냅킨 아트 등 다양한 만들기 프로그램을 시행해 많은 입주민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라온하제 회원이 직접 강사로 나서 재능기부를 하여 누구나 어렵지 않게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수업의 다양화를 위해 다방면의 입주민 재능기부자를 섭외하고, 참가자가 또 다른 입주민 재능기부자를 연결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등 단지 내 봉사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는 입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회원들의 더 많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많은 분야의 재능기부자를 섭외하고, 아파트입주민대표회와 관리 주체의 긴밀한 협조를 부탁하여 더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올해는 6월2일과 10월13일 화합팀에서 어울림 장터(아나바다 장터)를 개최했다. 단지 내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입주민 전체 화합 행사였던 만큼 참여 신청 단계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으며, 인근 아파트 행사와 시기가 맞춰져 행사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돈암2동의 마을 축제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제1회 어울림 장터는 입주민들이 판매자로 나서는 벼룩시장이 중심이 되어 행사가 진행되었고, 행사를 준비한 우리는 뻥튀기과자, 아이스커피, 음료 등 무료 먹거리 나눔 부스를 운영하여 많은 입주민의 참여를 유도했다. 그리고 문화팀에서 입주민들이 직접 만든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육아팀에서는 풍선 나눔, 판박이 체험, 전래 놀이 등 어린이 놀이 마당을 준비해서 각 팀이 전문성을 살려 입주민 화합의 상승 효과를 냈다.

10월에 개최한 2회 어울림 장터는 첫 행사의 경험을 토대로 다시 여러 아이디어를 모으는 시간을 가지고 행사 내용과 구성을 더 보완했다. 직접 조리한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개인 컵 소지 시 무료 커피 나눔을 진행했다. 그리고 입주민 참여로 만들었던 계절에 맞춘 수제청 판매, 행운권 경품 행사 등으로 더욱 풍성하고 열광적인 참여를 유도한 행사가 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축구장, 클라이밍장, 탁구대 등 돈암코오롱하늘채가 갖고 있는 다양한 체육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남성 입주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우리 아파트만의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서 남녀노소 전 세대가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아파트로 거듭나고자 한다.

자생 단체를 처음 해보는 사람들, 심지어 회원의 반 이상이 직장인인 사람들이 모여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고, 물리적으로 부족한 시간에 쫓기며 회의를 하고 다른 아파트 사례를 보기 위해 견학을 가는 등 좌충우돌 몸으로 부딪치며 1년간 회원들이 발로 뛰면서 단체의 안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동료, 이웃사촌, 친한 언니·동생이 되었고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루어가고 있다. 오늘도,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 더 어우러지는 삶을 사는 ‘우리’가 되리라 생각한다.


“주민단체 솔선수범, 실무자들 뭉치게 하는 힘”

현장심사 | 정은영, 조현진 활동가

라온하제 회원들은 올해 10월 입주민 알뜰 장터인 ‘어울림장터’를 마련했다.(왼쪽) 라온하제 육아팀 프로그램인 ‘뽀뽀 물고기’에 참가한 아이들이 물고기 모양을 들어 보이며 즐거워한다. 라온하제 제공

돈암코오릉하늘채 아파트 입주민들이 만든 ‘라온하제’는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로, 공간 운영을 위해 자원봉사도 한다. 함께 활동하고 재능기부를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주민들은 카톡으로 주고받는 의견들을 수렴할 수 있는 주민단체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이어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배려와 신뢰를 바탕으로 활동한 결과, 아파트 전체 가구의 20% 정도가 참여한다. 주민단체 대표의 솔선수범이 실무자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힘이다. 매월 하는 운영위 회의를 통해 소통하고, 분과별 회의는 안건이 있을 때마다 한다.

라온하제는 입주민들의 소통과 유대감 형성을 위해 생애주기에 맞는 활동을 만들어 운영한다. 유아들을 위한 공동육아 프로그램, 청소년을 위한 독서실 운영, 문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심 있는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터를 두 번 열어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에서 받는 상금으로 활동에 필요한 공동부엌, 음악실, 주민 카페 등의 시설을 할 계획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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