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생, 우리 나이로 70살 선수가 막내로 참가하는 서울의 축구대회가 열린다. (사)한국장수축구협회가 6월15일 노원구 마들축구장과 불암산축구장, 도봉구 창골축구장 등에서 개최하는 ‘서울특별시 장수축구대회’다. 이 대회에는 70대 축구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서울의 25개 팀이 참가한다. 올 하반기 열리는 전국대회를 앞두고 서울 대표를 뽑는 자리다.
이 대회는 토너먼트가 아닌 조별 승점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이 독특하다. 승패를 가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선수들이 뛰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모두 4개 조로 편성해 팀당 두 경기를 반드시 치르게 한다. 승점에 따라 조별 ‘장수왕’이 결정되고, 최종 ‘왕중왕’도 뽑는다. 노원구 마들구장에서 열리는 개회식에 앞서 ‘서울 80대 축구단’ 선배들의 시범 경기도 예정돼 있다.
한국장수축구협회는 2008년 3월 설립됐다. 우리 나이로 70살 이상이면 선수 자격이 있다. 협회 설립의 계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3월 70대 선수가 가장 많았던 성동구에서 ‘성동 70대 축구단’이 창단됐다. 70살이 넘어도 축구를 한다는 사실이 화제가 돼,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에도 소개가 됐다. 전국에서 70대 축구단이 잇따라 생겨났고, 2008년 20개 팀이 모여 협회를 구성했다. 그해 10월에는 첫 전국대회도 열었다.
김길문 한국장수축구협회 회장은 “전국대회는 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우승팀 부산골드 축구단과 2~3위를 기록한 서울 강남과 노원 축구단이 센 팀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현재 장수축구협회에는 전국 85개 축구단에서 2600여명의 선수가 참여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에 하나씩, 70대 축구단이 있다. 이와 별도로 6개의 ‘7580(75~80살) 축구단’도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특별한 장수 축구단이 하나 더 있다. ‘이북5도 축구단’이다. 1960년대 후반 한국 대표팀의 수문장으로 활약했던 오인복(78)씨 등 고향이 북쪽인 선수들이 뛰고 있다.
“몸과 마음은 충분히 갖춰져 있는데, 다들 일선에서 은퇴한 지 오래라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게 걸림돌이네.”
김길문 회장은 70대 장수 축구단의 어려움으로 재정의 불안정성을 들었다. 축구장 사용료와 경기 후 식대 등으로 1인당 한달 10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회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60대 축구단까지는 연맹이 있어 대한축구협회 등에서 일정한 지원을 받지만 70대 이상은 뾰족한 길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공모사업 등에 지원하며 장수 축구를 위한 여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엽 기자 pkj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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