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1930년대 송영의 극작품을 무대에 올리다

호신술(~12월24일)

등록 : 2018-12-13 15:19

“어떻게 없는 놈일수록 똑같이 노나먹자는 수작만 한담?” 1930년대 어느 토요일 오후, 공장을 여러 개 운영하는 김상룡은 온 가족을 한곳에 불러모은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비한 방책을 생각하다가 폭력 사태를 걱정하는 가족과 함께 호신술 수업을 받기로 한다. 일흔을 넘긴 아버지부터 소학생인 딸까지 온갖 난리법석을 피우며 호신술을 배우지만 낭패를 거듭한다. 그런 와중에 파업 노동자들이 집으로 들이닥친다. 국립극단은 한국 연극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근현대 희곡을 소개하는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인 <호신술>(송영 작, 윤한솔 연출)을 오는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1931년 9월 <시대공론>에 발표된 희곡 <호신술>은 악덕 자본가 김상룡과 가족이 파업에 맞서 호신술을 배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회주의 문학 단체인 카프(KAPF·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 작가이면서 근대문학사의 대표 작가인 송영(1903~1977)의 작품인 <호신술>은 1930년대 세계공황 당시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대립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설정과 통렬한 풍자로 부패한 자본가를 비꼬는 작품은 시대적 메시지와 연극적 재미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호신술>은 그동안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주목받는 윤 연출가가 무술, 와이어 액션 등을 접목해 유쾌한 무협 코미디로 풀어냈다. “얼핏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연극적 장치를 통해 작품이 가진 해학적 요소를 최대한 강조했다”고 한다. 어렵고 무거운 것으로 인식됐던 근현대극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버린다. 작품 속 인물들이 온갖 난리법석에도 전혀 쓸모없는 호신술을 진지하게 배워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은 배꼽을 잡을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다양한 직군에 도전하는 ‘N잡러’, 최근 사회문제가 됐던 ‘주 52시간’까지 동시대 노동 환경에 맞는 소재로 주목받는다.

장소: 용산구 서계동백성희장민호극장 시간: 월·수~금 저녁 7시 30분, 주말 오후 3시 관람료: 3만원 문의: 1644-2003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