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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도 찾동 간호사 맹활약, 쓰러진 노인에 침착히 대처 ‘소생’
문의정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 찾동 간호사
등록 : 2018-12-13 15:55 수정 : 2018-12-13 15:57
먼저 119·심폐소생술, 4분 만에 회복
“응급시 제일 좋은 방법은 119 호출”
“올겨울 한파 대비해 노인 건강 신경”
20년 경단녀 거쳐 마포구청 취업
“온탕 속에 할머니가 의식을 잃고 있었죠.”
문의정(52·사진)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간호사는 지난 10월13일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시장 근처 한 대중목욕탕에 갔다. 목욕하던 중 “엄마!”라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 달려갔더니, 할머니가 탕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의 딸은 옆에서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서교동주민센터에서 11월28일 만난 문 간호사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할머니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낼 당시 다급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먼저 주변 사람들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뒤, 자신이 간호사임을 밝혀 주위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문 간호사는 주위에 있던 세 사람과 힘을 합쳐 할머니를 재빨리 온탕 밖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했다.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 1세트를 끝내고 2세트를 시작하자마자 다행히 할머니가 눈을 떴다. 주변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문 간호사는 “보통 의식을 잃고 심장이 멎으면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10분 정도”라며 “할머니를 탕 밖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하는 데 채 4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문 간호사는 “주위에서 물을 뿌리거나, 먹여보라는 사람도 있었다”며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물을 먹이면 물이 기도로 넘어가 위험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할머니에게 의식이 온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딸 이름을 물었다. 할머니는 딸 이름을 말한 뒤 “내가 왜 여기 있어?”라고 되물었다 한다. 그래서 다시 “괜찮냐”고 묻고, “괜찮다”는 할머니의 답을 듣고서야 안심이 됐다 한다. 문 간호사는 의식을 회복한 할머니를 탈의실로 옮겨 안정할 수 있게 했다. 할머니에게 숨을 천천히 쉬도록 하고 맥박과 눈동자 상태를 확인했다. 할머니는 얼마 뒤 도착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이후 문 간호사는 할머니가 9일 뒤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 없이 퇴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할머니가 무사히 퇴원해 다행스럽다”며 “119를 부르고 가장 빠른 응급치료를 하는 게 제일 좋은 대응 방법”이라고 알려줬다. 문 간호사는 평소에도 주위에서 “아이쿠!” 등 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반응해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위를 살펴본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도 ‘엄마 좋은 일 하셨어요’라고 말해줘서 기분 좋았다”고 한다. 문 간호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4년 가까이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전남 영광군에 있는 낙도 송이보건진료소, 경북 봉화군에 있는 두문보건진료소 등에서 근무했다. 문 간호사는 “임상 병원보다는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시골 보건소에 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1993년 결혼하면서 간호사 생활을 접고 전업주부가 됐다. 문 간호사는 20여 년 동안 자신의 꿈 대신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로 바쁜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13년 6월 그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마포구청 누리집에서 망원2동 마을건강센터 간호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문 간호사는 그해 7월부터 2015년까지 망원2동에서 근무하다, 2016년 7월부터 찾동 간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10월부터는 서교동주민센터로 옮겨 일하고 있다. 일종의 ‘동네 간호사’로 65세 이상 노인과 빈곤위기 가정을 대상으로 하루 보통 5가구 정도 전화 상담과 방문으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마포구는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시민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구조·응급치료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마포구는 구청 전 직원과 지역 초·중·고생, 어린이집 선생님과 교직원, 공사장 안전요원, 직장인 등에게 구조·응급치료 교육을 하고 있다. 문 간호사는 “지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1인 가구 노인들을 최우선으로 돌봤다”며 “올겨울에는 한파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더욱 신경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문의정 마포구 서교동주민센터 찾동 간호사가 11월28일 주민센터 앞에 서 있다.
문 간호사는 주위에 있던 세 사람과 힘을 합쳐 할머니를 재빨리 온탕 밖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했다. 가슴 압박과 인공호흡 1세트를 끝내고 2세트를 시작하자마자 다행히 할머니가 눈을 떴다. 주변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문 간호사는 “보통 의식을 잃고 심장이 멎으면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10분 정도”라며 “할머니를 탕 밖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하는 데 채 4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문 간호사는 “주위에서 물을 뿌리거나, 먹여보라는 사람도 있었다”며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물을 먹이면 물이 기도로 넘어가 위험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할머니에게 의식이 온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딸 이름을 물었다. 할머니는 딸 이름을 말한 뒤 “내가 왜 여기 있어?”라고 되물었다 한다. 그래서 다시 “괜찮냐”고 묻고, “괜찮다”는 할머니의 답을 듣고서야 안심이 됐다 한다. 문 간호사는 의식을 회복한 할머니를 탈의실로 옮겨 안정할 수 있게 했다. 할머니에게 숨을 천천히 쉬도록 하고 맥박과 눈동자 상태를 확인했다. 할머니는 얼마 뒤 도착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이후 문 간호사는 할머니가 9일 뒤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 없이 퇴원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할머니가 무사히 퇴원해 다행스럽다”며 “119를 부르고 가장 빠른 응급치료를 하는 게 제일 좋은 대응 방법”이라고 알려줬다. 문 간호사는 평소에도 주위에서 “아이쿠!” 등 소리가 들리면 몸이 먼저 반응해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주위를 살펴본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도 ‘엄마 좋은 일 하셨어요’라고 말해줘서 기분 좋았다”고 한다. 문 간호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4년 가까이 지역사회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전남 영광군에 있는 낙도 송이보건진료소, 경북 봉화군에 있는 두문보건진료소 등에서 근무했다. 문 간호사는 “임상 병원보다는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시골 보건소에 갔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1993년 결혼하면서 간호사 생활을 접고 전업주부가 됐다. 문 간호사는 20여 년 동안 자신의 꿈 대신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로 바쁜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13년 6월 그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마포구청 누리집에서 망원2동 마을건강센터 간호사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문 간호사는 그해 7월부터 2015년까지 망원2동에서 근무하다, 2016년 7월부터 찾동 간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10월부터는 서교동주민센터로 옮겨 일하고 있다. 일종의 ‘동네 간호사’로 65세 이상 노인과 빈곤위기 가정을 대상으로 하루 보통 5가구 정도 전화 상담과 방문으로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 마포구는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시민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구조·응급치료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마포구는 구청 전 직원과 지역 초·중·고생, 어린이집 선생님과 교직원, 공사장 안전요원, 직장인 등에게 구조·응급치료 교육을 하고 있다. 문 간호사는 “지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 1인 가구 노인들을 최우선으로 돌봤다”며 “올겨울에는 한파가 심할 것으로 예상돼 더욱 신경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