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처럼 고립된 여성 작가들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조각가 서해영(36)은 그동안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다양한 상황에 있는 여성 작가에게 진짜 필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무엇보다 내년 1월7일까지 탈영역 우정국(옛 마포구 창전동우체국)에서 이어지는 <여성 조각가를 위한 행동풍부화>(
사진)의 전시 취지를 이렇게 밝혔다. “미대를 나온 수많은 여성이 작업을 이어가려 애쓰지만, 몇 가지 이유로 중단될 수밖에 없어요.” 자신도 매 순간 ‘여성의 삶’과 ‘작가의 삶’ 사이에서 고민한다며, “언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경력단절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 고립감 때문이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제목으로 언급된 ‘행동풍부화’는 원래 “야생동물이 단조로운 동물원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이상행동을 줄이고, 본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작가는 무료한 환경에 갇힌 여성 작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여기에 두 여성을 전시장 안으로 불렀다. 프랑스의 천재 조각가였지만 로댕의 연인으로 기억된 카미유 클로델(1865~1946)과 작가 자신이다. “조각을 처음 배웠을 때부터 그녀가 살아온 길이 저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촉망받는 조각가였지만 원치 않는 이유로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10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단다. 그래서 작가는 두 여성의 삶과 작업을 인터뷰로 풀어냈다.
서 작가는 만약 카미유 클로델을 만난다면 무엇을 묻고 싶은지에 이렇게 답했다. “조각가로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는지요. 작업을 계속하고 싶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경제·심리·환경적 요인으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를 반면교사 삼아 어떻게 하면 활동을 ‘잘’할 수 있을지 알고 싶어요.”
전시장에 놓인 다양한 오브제와 조각은 그가 이 시대 여성 예술인들에게 전해주고픈 ‘꼭 필요한 것’과 ‘해주고 싶은 것’들이다.
■ 서해영은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조소과를 졸업했다. 최근에는 여성의 조건과 상황에 맞는 작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여성 미술가를 위한 도구 만들기>를 진행했다. 2013~2014년에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의 아카이브 작가로 등록됐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