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50대 독거남과 함께 사진 속으로
‘나비남’ 사진교실·전시회 연 양천구 신정2동주민센터 정광준 주무관
등록 : 2018-12-20 15:31 수정 : 2018-12-21 14:21
실명한 ‘나비남’도 처음 사진 찍어
50대 독거남을 위한 사진교실 열어
“소소한 즐거움 느끼며 건강해지길”
수전증·실명 딛고 찍는 법 익혀
“태어나 한 번도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져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눌러봤더니 ‘뜻밖의 순간’ 사진이 나왔어요.”
지난 11월28일 오후 양천구 신정2동 지구촌교회 1층 카페에서는 작은 사진전이 열렸다. 신정2동의 동주민센터와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나비남’(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뜻을 담은 50대 독거남)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이번 사진전 참가자들은 나비남 4명과 멘토 2명, 강사, 운영자 등 모두 8명이다. 이들은 이날 관람객에게 자기 사진을 설명하는 도슨트로 나섰다. 나비남 가운데 한 사람인 김문식씨는 자기가 찍은 금계국 사진(‘뜻밖의 순간’)을 관람객들에게 설명한다. 김씨는 당뇨망막증으로 앞을 볼 수 없다. 김씨의 사진에는 마음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이번 사진전을 기획해 연 정광준(46) 신정2동주민센터 주무관은 방문객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사진전 팸플릿을 나눠준다. 양천구청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이 “고생 많았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정 주무관은 “사진전 준비에 팸플릿까지 만드느라 죽는 줄 알았다”며 “사진전을 연 게 기적 같다”며 웃었다.
그는 올해 1월 신정2동에 부임해 50대 독거남을 위한 프로젝트로 사진교실을 기획했다. ‘마음으로 찍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힐링 포토, 나도 사진작가’ 사진교실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50대, 독거남들이 참여할까’는 우려가 제기되고 ‘음식 만들어 같이 먹는 프로그램이 무난할 것’이라는 여러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정 주무관은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그 스스로가 사진을 통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바 있었으며, 전문가에게 사진도 배우고 15년 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나비남들도 사진을 찍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어렵게 연 사진교실에 참여한 나비남들의 첫 반응은 역시나 시큰둥했다. 나비남 4명 모두 스마트폰으로 작품 사진을 찍는다는 말에 긴가민가했다. 첫 수업은 코칭 강사가 자신을 긍정하는 행복의 언어에 대해 강연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 세 차례 사진 이론 강의는 직업 사진가인 정연호씨가 맡아줬다. 정 주무관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회원들이 평소에 찍어 올린 사진에 대해 꼼꼼하게 조언을 해줬다. 참가자들 사이에 의욕은 조금씩 생겼지만, 손이 떨리거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정 주무관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수전증이 있는 황석원씨는 꽃잎에 초점을 맞추고 잎사귀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의 사진을, 눈이 보이지 않는 김문식씨에게는 만져지고 느껴지는 사물에 초점을 맞춰 찍어보자고 조언했다. “일상에서도 여러 고민이나 걱정을 떨어내고 자신의 가능성에 집중해보면서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려 했어요.” 어려운 사람일수록 존중받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사진교실에서 쓰는 용어와 호칭을 바꿨다. 독거남이 아닌 “싱글남”으로, 이들을 “회원님”이나 “작가님”으로 불렀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의 의미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모두 함께 성장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했어요.” 회원들은 강사와 정 주무관에게 ‘잘 찍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두 사람은 회원들이 스스로 내면의 감성을 끌어내도록 칭찬하며 격려와 응원에 힘을 쏟았다. “사진은 기술이 아닌 감성으로 찍는다는 걸 계속 강조했더니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왔어요.” 정 주무관은 6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사진전까지 준비하는 매 순간이 어려움과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특히 적은 예산으로 사진교실과 사진전을 연다는 게 녹록지 않았다. 장소 구하기, 팸플릿 만들기 등 사진전 준비를 정 주무관이 주로 해야 했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상담복지 전공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 학기인 대학원 공부도 뒤로하고 온 시간을 쏟아부어 맺은 결실이라 더 보람을 느껴요.” 동료들은 정 주무관을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장애인복지관에서 직업재활 교사로 근무하다 2006년부터 양천구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도와줘 지난해에는 서울시 이달의 일꾼상을 받기도 했다. “의욕적으로 일하려다보니 현실적인 제약으로 고민이 많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세상과 벽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는’ 새로운 꿈을 꾼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1월28일 저녁 양천구 신정2동 지구촌교회 1층 카페에서 ‘마음으로 찍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힐링 포토, 나도 사진작가’ 사진전 행사를 마친 뒤, 정광준 신정2동주민센터 주무관(오른쪽 끝)이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광준 주무관 제공
그는 올해 1월 신정2동에 부임해 50대 독거남을 위한 프로젝트로 사진교실을 기획했다. ‘마음으로 찍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힐링 포토, 나도 사진작가’ 사진교실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50대, 독거남들이 참여할까’는 우려가 제기되고 ‘음식 만들어 같이 먹는 프로그램이 무난할 것’이라는 여러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정 주무관은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그 스스로가 사진을 통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바 있었으며, 전문가에게 사진도 배우고 15년 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나비남들도 사진을 찍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어렵게 연 사진교실에 참여한 나비남들의 첫 반응은 역시나 시큰둥했다. 나비남 4명 모두 스마트폰으로 작품 사진을 찍는다는 말에 긴가민가했다. 첫 수업은 코칭 강사가 자신을 긍정하는 행복의 언어에 대해 강연했다.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다. 세 차례 사진 이론 강의는 직업 사진가인 정연호씨가 맡아줬다. 정 주무관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회원들이 평소에 찍어 올린 사진에 대해 꼼꼼하게 조언을 해줬다. 참가자들 사이에 의욕은 조금씩 생겼지만, 손이 떨리거나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 정 주무관은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보자고 생각했다. 수전증이 있는 황석원씨는 꽃잎에 초점을 맞추고 잎사귀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의 사진을, 눈이 보이지 않는 김문식씨에게는 만져지고 느껴지는 사물에 초점을 맞춰 찍어보자고 조언했다. “일상에서도 여러 고민이나 걱정을 떨어내고 자신의 가능성에 집중해보면서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려 했어요.” 어려운 사람일수록 존중받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사진교실에서 쓰는 용어와 호칭을 바꿨다. 독거남이 아닌 “싱글남”으로, 이들을 “회원님”이나 “작가님”으로 불렀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의 의미로 다가가고 싶었어요. 모두 함께 성장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했어요.” 회원들은 강사와 정 주무관에게 ‘잘 찍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두 사람은 회원들이 스스로 내면의 감성을 끌어내도록 칭찬하며 격려와 응원에 힘을 쏟았다. “사진은 기술이 아닌 감성으로 찍는다는 걸 계속 강조했더니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왔어요.” 정 주무관은 6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사진전까지 준비하는 매 순간이 어려움과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특히 적은 예산으로 사진교실과 사진전을 연다는 게 녹록지 않았다. 장소 구하기, 팸플릿 만들기 등 사진전 준비를 정 주무관이 주로 해야 했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서 상담복지 전공을 하고 있는데, 마지막 학기인 대학원 공부도 뒤로하고 온 시간을 쏟아부어 맺은 결실이라 더 보람을 느껴요.” 동료들은 정 주무관을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장애인복지관에서 직업재활 교사로 근무하다 2006년부터 양천구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도와줘 지난해에는 서울시 이달의 일꾼상을 받기도 했다. “의욕적으로 일하려다보니 현실적인 제약으로 고민이 많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세상과 벽을 쌓고 지내는 사람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는’ 새로운 꿈을 꾼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