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텃밭은 자물쇠 구멍 모양이어야 효율성이 좋다.
도시 텃밭은 시골 밭과는 다른 방법으로 계획하고 가꿔야 한다. 좁은 터에 작물을 알차게 심어 되도록 다양한 농산물을 많이 거둬야 한다. 또 기계의 힘을 빌리기 어렵기 때문에 손으로 하는 일에 효율을 높여야 하고, 퇴비를 구하거나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절약해서 알뜰살뜰 써야 한다. 그래서 퍼머컬처는 도시 텃밭을 만들 때 먼저 텃밭 모양을 디자인하라고 권한다.
도시의 작은 텃밭은 시골의 밭 같은 고랑과 이랑(두둑)이 필요 없다. 길죽한 이랑이 아니라 적절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이랑을 만들면 된다. 이때 이랑의 폭이 중요한데 양 고랑에 서서 일할 때 손이 닿을 정도의 폭이면 적당하다.
이렇게 이랑을 디자인하면 첫째, 넓은 이랑에 작물을 다양하게 심을 수 있다. 한 가지 작목이 아니라 높이와 폭이 다른 여러 작물이 공간과 햇빛을 나누어 쓰도록 배치하면, 굳이 같은 간격으로 작물을 심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 더 많은 작물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
둘째, 텃밭에 넣을 퇴비도 절약된다. 고랑과 두둑이 반복되는 밭은 고랑에도 어쩔 수 없이 퇴비가 들어간다. 하지만 디자인된 밭에는 두둑에만 선택해 퇴비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작업 편의성이 늘어난다. 양쪽 고랑에서 이랑의 어느 곳에도 손이 닿도록 만들고 고랑을 조금 넓게 만들면 좁은 고랑에서 불편하게 작업하는 수고스러움을 덜 수 있다.
텃밭 디자인 중에 가장 효과적인 모양이 바로 열쇠고리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밭을 둥그렇게 만들고 그 안쪽에 자물쇠 구멍 모양과 비슷하게 구멍을 만들면 된다. 둥근 밭의 바깥 공간과 자물쇠 구멍 모양의 안쪽 공간이 고랑이 되고 한쪽이 열린 도너츠 모양이 두둑이 된다. 도너츠 모양의 두둑 폭은 안쪽, 바깥쪽에서 손이 닿을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하면 성인을 기준으로 자물쇠 구멍 모양 텃밭의 지름은 약 5m정도가 된다.
도너츠의 열린 쪽을 남향으로 하고 둥근 밭의 가장자리에는 키 큰 작물을, 안쪽으로 키 작은 작물을 심어 작물들이 햇빛을 나누어 쬘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만든 자물쇠 구멍 모양 텃밭은 아름답기도 하다. 이런 방식으로 디자인한 효과적인 기능과 아름다운 모양을 가진 밭을 정원형 텃밭이라 한다. 즉 텃밭이 밭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 구실도 한다.
글·사진 임경수 느린삶학교 대표강사
* 퍼머컬처(Permaculture)는 지속가능한 생산과 정주체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호주의 빌 몰리슨이 창안한 방법으로 전 세계의 생태마을과 생태적 지역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지침이 되고 있다. 한겨레는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느린삶학교 2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궁금한 점은 전화(02-710-0743) 또는 이메일(tree@hani.co.kr)로 문의 바란다. www.hanih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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