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기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입체미술가 최병석(36)씨는 서초구 방배동의 화랑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내년 1월10일까지, 전시 ‘바쁜 손 느린 마음 비워지는 선반’을 여는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드라마 <맥가이버>의 주인공처럼 작가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잡동사니로 무언가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런 행위들이 예술로 발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최근 몇 년간 해온 작업의 결과물 전시를 일 년 넘게 준비하면서 느꼈던 심정을 전시 제목으로 정했다. “쉴 틈 없이 만들기만 했던 것들이 작업실 선반에 쌓이면서 이제는 비워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캠핑을 좋아한 작가는 숲속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전시한 첫 개인전 ‘숲속 생활 연구소’(2015, 송은아트큐브) 이후 결혼을 하고 아들이 태어나는 변화를 겪었다. 이후 ‘예술가의 고민’과 ‘가장의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두 번째 전시 ‘더 큰 물과 배’(2017, 금호미술관)도 열었다. “결혼 전에는 작업에만 몰두했는데, 아버지가 되니까 생계에 대한 고민을 떨쳐낼 수 없더라고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 “나 자신이 메이커인지 예술가인지를 시험하는 갈림길에 섰다”며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형태와 기능을 그대로 보여주는 85점의 작품과 사진들이 선반을 가득 채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커터 날을 안전하게 자를 수 없을까?’ 생각하다 만든 ‘커터칼 커터’와 먹다 남은 와사비를 신선하게 보존하고 싶어서 만든 ‘와사비 냉장고’는 막연히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앞으론 3D(입체) 작품을 실현 가능한 물건으로 만들어보는 목업(mockup·실물 모형) 작업에 열중할 것이라며, 자신의 미래를 이렇게 기대했다.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올라갈 레벨이 없는 것을 ‘만렙’이라 해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만들기의 만렙’으로 유명한 예술가가 될 겁니다.”
■ 최병석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조소과를 나온 뒤, 홍익대학교 대학원 조소과를 수료했다. 단체전 ‘빛공간’ ‘유망예술지원사업 쇼케이스’ 등에 함께했다. 그동안 아트 캠페인 ‘바람난 미술’(2016), 문래예술공장 MEET(2017), 유망예술지원사업(2017~2018)의 선정작가가 됐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