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주민들이 삶을 나누는, 칸막이 없는 열린 도서관

노원구 불암도서관

등록 : 2018-12-27 15:25

지난 23일 노원구 중계동(중계로 106) 불암도서관을 찾았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 하는 백사마을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이 도서관은 ‘공감의 힘, 질문의 길을 찾아가는 도서관’이라는 슬로건처럼 사람과 책이 만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는 곳이다.

기존의 공공도서관이 딱딱하고 정숙한 분위기에서 책을 빌리고 공부하는 열람실 중심의 공간이었다면, 요즘은 칸막이를 철거하고 배움과 휴식이 있는 공간,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불암도서관은 이런 변화가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곳은 삶을 나누는 독서문화 공동체, 더 나아가 지식문화 마을공동체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지난 7월 문을 연 불암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에 모든 층이 칸막이 열람실이 없는 공유 좌석으로, 새로운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체 공간이 개방되어 있으면서도 구석구석이 개성을 가지고 있다.

1층은 어린이 자료실, DVD존, 프로그램실인 살롱드B로 꾸며졌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원통형 낮은 서가와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계단형 소파에서는 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고, DVD 감상실마다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영화를 본다. 살롱드B는 북 콘서트, 인문학 강좌, 도서관 영화제가 열리는 그야말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일반 자료실과 브라우징 코너, PC존, 음악 감상실이 있다. 응접실 테이블과 의자,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따뜻한 조명은 딱딱한 도서관의 이미지를 벗고 마치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락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로 가득하다.

3층은 청소년 자료실과 청소년 쉼터인 1318존, 레퍼런스 코너로 돼 있다. 기존 대부분의 도서관이 성인과 어린이 자료실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1318문고와 원색의 빈백 소파(몸의 움직임에 따라 형태가 자유롭게 바뀌는 소파), 라탄 흔들의자 등을 갖춰 청소년의 아늑한 독서를 지원한다. 불암도서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청소년이 자유롭게 읽고, 쓰고, 말하기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청소년이 초등학생에게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도서관 지하에는 불암도서관 자원활동가 ‘도서관 일촌’이 운영하는 카페B와 다목적 강당인 플랫폼B, 주민들이 소모임을 할 수 있는 ‘보다방’ ‘읽다방’ ‘말하다방’이 있다. 주민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책을 매개로 지역사회가 어울리는, 마을의 사랑방과 같은 공간들이다.


복잡한 도시의 일상에 지친 요즘, 책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는 이곳, 불암도서관에서 마음 한구석 온기를 채우며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김주영 노원구청 미디어홍보과 언론팀 주무관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