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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경제’에 올인, 구청장은 ‘소확행’

박원순 시장·서울 구청장 신년사를 분석하니

등록 : 2019-01-03 16:09 수정 : 2019-01-03 16:11
박 시장, 온통 경제 살리기 집중

서대문·성동·광진구청장 등은

주민들이 피부로 체험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소확행’ 정책 조준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2일 오전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9 서울시 시무식’에서 성장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서울 용산구청장‧박 시장오른쪽)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2019년 경제가 신이 나도록 민생이 평안하도록 서울시가 힘이 되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해년 새해를 맞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25개 서울시 구청장들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새해 업무에 들어갔다. 지난해 7월1일 출범한 민선 7기 단체장들의 2019년 새해 포부는 어려운 경제 현실을 반영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제’라는 말을 유달리 강조했으며, 몇몇 구청장들은 지난해 유행한 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신년사에 쓰며 주민들이 피부로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작은 정책들을 강조했다.

‘경제’단어 77번 나오는 박 시장 신년사


박 시장 신년사는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경제를 만듭니다’라는 제목과 ‘경제를 살리는 박원순의 10가지 생각’이라는 부제목에서 나타나듯 온통 경제 살리기 이야기로 A4 용지 15쪽 분량을 채웠다. 경제라는 단어를 세어보니 무려 77번이나 된다.

박 시장은 “경제가 어렵다. 민생이 어렵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엔 비상 경고등이 켜져 있다. 소득의 격차는 벌어지고, 불평등은 일상이 되었다. 거대한 혁신 생태계 조성을 통해 서울과 대한민국의 성장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 경제를 바꾸는 박원순의 첫 번째 생각”이라며 상암과 마곡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홍릉·창동·개포·양재·영동지구 클러스터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 구상으로, 그동안 쇠퇴와 노후화를 겪어온 도심 산업을 21세기의 새로운 비전과 콘텐츠로 혁신하겠다며 다시세운프로젝트, 동대문의 패션상가, 종로 2·3가의 보석거리, 동대문의 한방거리, 중구의 인쇄골목, 용산의 전자상가, 장안평의 중고차 타운 등을 소중한 혁신 현장으로 꼽았다.

“소확행을 잡아라”

서울시 구청장들의 신년사에는 소확행이란 말을 반영한 포부가 많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우리 경제 규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34개국 가운데 12위에 해당하는 반면,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 수준은 32위에 머물렀다”고 지적하고 “최근 유행하는 소확행은 이런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절박함의 반증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로서 구민의 행복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고민하고 실천하겠다며 △전년 대비 12% 늘어난 1만2천 개의 일자리 창출 목표를 가장 먼저 내세웠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소확행을 추구하는 흐름을 행정에도 적용해 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지나치던 불편 사항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풀어나가겠다”며 △공유 북카페 책마루 확충 △생활 불편 사항을 직접 찾아가 도와드리는 ‘착착 성동! 생활민원 기동대 △전자행정 서비스로 실종 아이를 함께 찾는 ‘사이렌’ 등 생활 밀착 정책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소확행은 소득 격차와 취업난, 무한 경쟁 등 어느 것 하나 행복하지 않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는 요즘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바라는 가치와 희망의 의미를 극명하게 이야기해주는 키워드”라며 “2019년에는 구민들이 더 큰 행복을 꿈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혼 남녀들에게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 결혼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색적이고 야심 찬 포부

서양호 중구청장은 정부가 65살 이상 노인층에게 신청을 받아 일정 소득 이하 계층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과는 별도로 중구에 사는 65살 이상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매월 10만원씩 ‘어르신 공로수당’을 올해부터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최소한 중구에 사는 어르신만큼은 최저생계비를 보장받고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는 게 서 구청장의 포부이다.

서울시 행정 부시장 출신인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지난해 대비 1018억원 늘린 6675억원을 올 예산으로 편성해 중랑구 개청 30주년 이래 최대 규모의 예산을 마련했다”며 “신내차량기지를 이전하고 남은 5만 평 터에 첨단 산업단지를 만들겠다”며 민선 7기 70가지 공약 이행 계획을 밝혔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스마트 도시’와 ‘녹색 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완성한 공공 와이파이와 사물인터넷 ‘로라망’을 바탕으로, 올해는 복지·안전·환경·교육 등에 4차 산업의 새로운 기술들이 주민들의 삶에 구체적으로 적용되고 편리하게 도움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등 공기 질 대책을 내세운 구청장도 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출근할 수 있는, 깨끗하게 청소된 쾌적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격일제로 운영되던 쓰레기 수거를 4월부터 날마다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