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레나 내년 도봉구에 착공…국내 첫 대규모 대중문화 공간”
다선의 힘, 구정의 완성ㅣ이동진 도봉구청장
등록 : 2019-01-11 10:34
침체 이미지 강했던 도봉구에
8년간 문화도시 잠재력 발굴 애써
김수영문학관·함석헌 기념관 등 지어
대전차 방호시설 문화 공간 탈바꿈
‘한류 기지’ 서울아레나 2022년 완공
도봉구 ‘뮤직 시티’로 도약 기대
마을민주주의 활성화 힘 쏟을 터
지방정부 실험·성과 인정할 때
이동진(59) 도봉구청장은 지난해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67% 에 이르는 높은 득표율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도봉구는 지금보다 앞으로의 변화가 더 많을 지역 중 하나다. 창동 신경제 중심지 조성 사업, 케이팝 등 한류 문화의 전진 기지가 될 국내 최대 전문 공연장(서울아레나) 건립 등 변화의 중심이 될 사업들은 대부분 2010년부터 시작된 그의 재임 기간에 구상되고 준비됐다. 민주화운동가로서 그의 정치적 은사이기도 한 고 김근태 의원의 기념도서관 건립도 추진한 그는 “도시의 외형적 발전뿐 아니라, 마을 공동체 활성화 같은 지방자치 본령의 발전에도 남은 임기를 많이 쓰고 싶다”고 말했다.
66.9%의 높은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3선을 하게 된 원동력을 자평한다면?
“지방선거는 선거 당시 정치 상황에 깊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후보자 개인의 역량을 따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득표율에는 어느 정도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다고 볼 때 서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지지도를 받은 것에 대해 도봉구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10년 제가 처음 구청장이 된 후 8년 동안 도봉의 이미지가 많이 개선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변화를 잘 이끌어주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난 8년 임기 중 가장 내세우고 싶은 치적이 있다면?
“도봉구는 도봉산 말고는 이렇다 할 매력 포인트가 없어 침체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시로서의 활력 증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도봉구가 가진 문화 도시로서 잠재력을 발굴하고 알리는 일에 치중했다. 그 결과가 한국 문학의 대표 시인 김수영문학관,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인권운동가 함석헌 선생 기념관, 민족 문화유산의 수호자 간송 전형필의 옛집, 우리 국민 모두에게 친숙한 만화영화 둘리 뮤지엄 등을 세워 역사문화 관광벨트를 만든 것이다. 이외에도 창동역사공원 조성, 방학2동 마을극장 ‘흰고무신’ 조성
등 숨겨진 역사문화 자원을 발굴해 문화시설로 만들어 도봉구의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민의 자긍심 향상에 기여했다. 아울러 유해업소가 즐비했던 방학천 주변을 문화예술 거리로 바꿨고, 방치됐던 도봉동 대전차 방호시설을 평화문화 진지라는 문화 창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도 자랑하고 싶다.”
남은 임기 꼭 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그동안 우리는 창동 신경제 중심지 조성 사업을 통해 도봉구의 미래 성장 동력 기틀을 마련했고, SRT(수서발고속철도)와 GTX-C 노선(수도권 광역급행철도 C노선) 등 광역 교통 인프라의 토대를 깔았다. 이런 청사진과 인프라 조성을 바탕으로 도봉구를 경제 활력이 넘치는 도
시로 발전시키는 일이 핵심 과제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2020년 착공해 2023년 완공 예정인 국내 최초·최대 규모의 전문 대중문화 공연장인 서울아레나가 도봉구에 들어선다는 사실이다. 서울아레나는 장차 케이팝 등 한류 문화 확산의 중심 기지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 산업 면에서 300개의 관련 기업과 1만3천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최근 대통령 경제부처 합동회의에 보고될 정도로 범정부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도봉구가 이를 계기로 한류를 대표하는 ‘뮤직 시티’로 도약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준비와 마무리에 만전을 기하겠다. 그리고 지방자치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주민을 지방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일, 마을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한 주체적 참여민주주의 실현 등은 매우 중요한 지방자치의 요체다. 지방자치 과제들을 더욱 심화시키고 확장하는 일에 남은 임기를 많이 쓰고자 한다.”
3선 구청장으로서 후임자가 꼭 이어받았으면 하는 도봉구의 과제와 도시 정체성은?
“도봉구를 경제 활력 도시로 만들기 위한 창동 신경제 중심지 조성 사업은 다음 선거가 있는 2023년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한 서울아레나 건립으로 도봉구가 한류 스타들은 물론 세계적인 가수들이 모여드는 음악 도시, 문화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도봉구가 문화 도시로서 정체성을 가지는 한편, 내적으로는 마을민주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일들은 구청장 한두 명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닌 만큼 누가 다음 구청장이 되든 계속 추진되고 확산되기를 바란다.”
지방정부 간 협력체인 서울 동북4구발전협의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의 성과 소개와 함께 다른 지역 활동에 조언할 것이 있다면?
“도봉을 비롯한 노원, 성북, 강북구는 행정 편의상 각각의 구로 나뉘었지만, 역사문화 면이나 생활 면에서 뿌리가 같은 지역이다. 당연히 각개약진보다 공동 보조를 맞출 때 더 발전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동북4구 구청장이 뜻을 모아 2012년 발족했고, 제가 도봉구청장으로 초대 의장을 했다. 이 협의회 구성은 과거 각 구가 예산 확보 등에서 경쟁할 때보다 공동 사업을 통해 협력적 동반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박원순 시장의 결단으로 서울시 안에 동북4구사업단이 만들어졌고, 시와 구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창동 신경
제 중심지 사업을 뼈대로 한 ‘행복4구 플랜’ 같은 대규모 사업도 만들 수 있었다. 이 밖에 4구 교차 감사 제도나, 청소년 진로 직업 체험 공동 시행 등도 좋은 협력 사례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동북4구협의회는 2016년 지방자치법에 근거해 ‘동북4구 행정협의회’로 발전해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에 한 말씀 부탁한다.
“자치 분권에 대한 요구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지방세법 개정 등 대통령께서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하급 부속 단위로 대하는 경향이 강한 게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문화와 관행의 벽도 여전히 높다. 그러나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앙집권적 방식만으로는 변화 속도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중앙정부 중심의 ‘톱-다운’만 고집할 게 아니라, 지방정부의 실험과 성과를 중앙정부가 인정하고 이를 다시 전국화하는 시스템도 적극 고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구정 이외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 최근 아동친화도시추진지방정부협의회와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에 견학을 가보고 많이 놀랐다. 이들 선진국은 미취학 아동에게 문자나 숫자를 가르치는 일을 기본적으로 아동 학대로 여기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는 3~5살 학령기 이전 아동에게 누리교육 과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물론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에서 비롯되지만, 지나치게 경쟁 위주의 현실이 핵심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 주입식 교육은 국가의 폭력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해봐야 한다. 아동 친화 도시 정책은 시설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의 가치와 철학의 변화라는 관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근태 기념도서관 건립안이 2년여의 진통 끝에 구의회를 통과해 2021년 개관하게 됐다. 축하할 일이라 생각하는데.
“지난해 12월30일로 고 김근태 의원이 타계한 지 7주년이 되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현실 정치에서 견해를 달리했거나, 정파적 차이로 그분을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는 우리 현대사에서 여야를 떠나 일개 국회의원 이상의 역사성을 띤 분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아닌가? 반독재 민주화 운동가, 인권운동가로서 그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수행한 역할과 공헌은 충분히 후세에 전달하고 가르칠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념관이 아니라 기념도서관인 것이 다소 아쉽지만 그가 3선을 한 도봉 지역에 그를 기념하는 공간이 생기게 돼 기쁘다.”
임기를 마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진로 구상이 있으면 한 말씀 해달라.
“아직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그 이후를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이 정치인만큼 정치 영역 안에서 주어지는 역할이 있다면 계속한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현실 정치가 될지, 다른 형태가 될지는 그때 가봐야 하지 않겠나?”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김근태 보좌관 출신·도봉구만 6번 출마
△민선 5~6기(2010~2018) 도봉구청장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추진 지방정부협의회,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 회장(현) △제5대(1998) 서울시의원 △고 김근태 의원 보좌관(2003)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활동, 학생·노동운동 관련 수배·구속 △전주 전주고, 고려대 영문과,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석사과정 수료) △1960년 전북 정읍 출생, 부인 김미경씨와 1남
이동진(59) 도봉구청장은 지난해 민선 7기 선거에서 당선된 서울 구청장 중 세 번째로 높은 66.9%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차분한 성격의 민주화 운동가 출신으로, “베드타운 이미지의 도봉구에 역사문화적, 경제적 변화를 활발히 추진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단체장”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주민들의 높은 지지를 끌어냈다.
이 구청장의 정치 이력은 고문 후유증으로 타계한 민주화운동가 고 김근태(1947~2011) 의원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김근태 의원은 박정희 유신정권부터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 이르는 동안 5년6개월에 걸친 두 차례의 투옥과 26차례의 체포·구금, 잔혹한 고문 등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은 투쟁으로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학생운동 출신의 이 구청장은 1990년대 초 당시 재야 민주화운동 집합체로서 김 의원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던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김 의원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근태가 제도 정치권으로 들어와 19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해 도봉구에서 국회의
원으로 당선할 때 그를 도우면서 자연스레 제도 정치권에 입문했고, 1998년 제5대 서울시의원에 당선되면서 도봉의 지역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도봉구에서 6번 선거를 치러 2번 낙선을 경험하기도 했다. “연속해서 떨어지면서 실망도 컸으나, 더 나은 정치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2010년 민선 5기 임기를 시작한 이 구청장은 베드타운 이미지의 도봉구에 새로운 도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미래 성장 동력인 창동 신경제 중심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숨겨진 문화 자원을 발굴해 도봉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는 데도 주력해왔다.
1960년 전북 정읍에서 농사짓는 부모의 6남 2녀 중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남다른 교육열을 지닌 부모님은 이 구청장이 서울에서 유학하게 되자 소를 팔아 입학금을 냈다. 전주고 3학년 때 ‘동일방직 똥물사건’ 사진을 목격하면서 사회의식에 눈을 떴으며 고려대 입학과 함께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노동야학을 열어 10대 노동자를 가르치는 한편, 인천 주안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부인도 이때 야학을 같이한 ‘동지’로 만났다. 처음에는 정치를 하겠다는 뚜렷한 의식이 없었다는 그는 “구청장 임기를 마친 뒤에는 무슨 일이 될지는 몰라도 정치의 영역에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를 있게 한 이것
고 김근태 “맑은 영혼의 인도자”
김근태(1954~2011).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분이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그를 존경하는 게 아니다. 진실로 그를 따르고 계승하고 싶은 것은 그의 맑은 영혼이다. 가까이서 겪은 김근태는 한 인간으로서, 민주주의자로서, 현실 정치인으로서 한결같이 높은 정신의 순결성을 유지한 사람이었다.
삽화 김경래 기자 kkim@hani.co.kr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지난해 12월26일 인터뷰에 앞서 청사 광장의 도봉구 로고 기념물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었다. 서울 동북 외곽 지역 구들의 공동 발전을 모색하는 동북4구협의체를 주도하기도 한 이 구청장은 “중앙집권적 행정 방식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면서 “이제는 지방정부가 추진한 정책 가운데 성공적인 것은 중앙정부가 과감히 채택해 이를 다시 전국화하는 시스템을 고민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동진 도봉구청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