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금천 현대시장에서 열린 ‘시장에 간 서커스’에서 공연 팀 ‘마린보이’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와 대머리다, 대머리!”
노란 옷에 검정 멜빵바지, 파란 머리를 한 광대의 가발이 날아가 민머리가 됐다. 가발이 벗겨진 것뿐인데도 어린 관객들은 활짝 웃는다. 민머리가 된 공연자가 머리를 과녁판인 양 들이민다. 관객들이 너도 나도 활을 잡겠다고 손을 든다. 노련한 광대는 벽돌 묘기를 선보이다 일부러 벽돌 하나를 놓친다.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벽돌을 주워 전해 준다. 이어서 외발자전거 타기와 외줄타기, 저글링 같은 퍼포먼스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일요일인 지난 15일 오후 4시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의 풍경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시장에 간 서커스’를 시작했다. 5월14일부터 6월5일까지 5개의 공연 팀이 주말마다 서울의 전통시장 4곳, 은평 대림시장, 금천 시흥 현대시장, 중곡제일시장, 강북 수유재래시장을 돌아가며 서커스 공연을 선보인다. 한팀당 30분씩, 한 시장에서 두팀이 공연한다. 관람료는 무료다. 침체된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살리고 거리예술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서울시는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서울문화재단 산하의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의 특색을 살려 재래시장에서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14일 금천 시흥 현대시장 공연에는 100여명의 관객들이 몰렸다. 중곡제일시장에서 ‘중곡떡집’을 운영하는 박혜숙(54)씨는 “시장은 시끄러워야 시장이지. 사람이 많으니 좋네”라며 웃었다. 10살 된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본 이영숙(45)씨는 “아이와 갈 수 있는 곳에 한계가 있는데 시장에서 공연을 볼 수 있으니 좋다. 더 자주 찾아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은 공연 공간인 가로 6m, 세로 3m가 확보되고, 주변 상인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곳 위주로 4곳을 선정했다.
공연자도 재래시장의 특성에 맞는 팀으로 골랐다. 저글링, 마술이나 마임같이 작은 규모로도 공연할 수 있으며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해내는 팀들이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특수 환경에서 공연을 많이 해 본 노련한 팀들로 꾸렸다.
중곡제일시장에서 저글링 공연을 한 일본인 다이스케(본명 오치 하야토·57)는 서커스 경력이 40년차 되는 베테랑이다. 한·미·일을 오가며 공연하는 그는 “한국 관객들은 반응이 좋아서 공연을 할 때 신이 나는데, 시장은 특히 반응이 좋아 재밌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시장이 살아난다니 기분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이스케 외에도 안산 국제거리극축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마린보이’, 버블쇼를 펼치는 ‘팀클라운’, 국내 유일의 요요 퍼포먼스 팀 ‘요요현상’, 각종 강연 프로그램에도 출연한 바 있는 ‘팀퍼니스트’를 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공연팀에 대한 소개와 자세한 스케줄은 서울문화재단 누리집의 공지사항(www.sf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가 오면 시장 상황에 따라 안 할 수도 있으므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02-3437-0058)에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최아리 인턴기자 usimjo3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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