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에서 판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 오는 18~26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창극단의 신창극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시>(時, Poetry)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작품의 연출은 2015년 동아연극상에서 신인 연출상을 받은 박지혜가 맡았다. “판소리를 연극연출가가 제작한다”는 의구심에 그는 이전에도 판소리극 <이방인의 노래>를 연출했고, 창극 <소녀가>에서는 연출가와 작가 사이에서 서로를 조절해주는 ‘드라마 투르기’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꾸준히 창극을 만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배우가 무대에서는 정작 소리꾼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판소리가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음악으로 온전히 관객에게 들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박 연출가는 이를 위해 배우가 가진 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서사를 걷어냈다. 다시 말해 ‘시 자체가 창극이 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단다.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시와 노래는 다르지 않다. 판소리 사설이 운문을 담고 있다는 면에서, 판소리의 음악과 시의 텍스트는 잘 어울린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1904~1973)의 시를 창극으로 끌어들였다. 우리에게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우정을 다룬 영화 <일 포스티노>(1994)로 잘 알려진 네루다는 아름다운 사랑을 노래한 서정시, 일상에 대한 송시, 초현실주의 시까지 다양한 것을 다뤘다. 왜 판소리나 창극에 칠레 시인 작품이 결합됐냐는 물음에 “처음에는 판소리와 어울릴까도 걱정했지만, 오히려 예상치 못한 작품이 탄생했다. 네루다의 시어는 부드럽지만 역동성과 보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소리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박 연출가는 이 중에서 생의 순간을 담고 있는 시를 선택했다. “내가 가고 또 간다는 것/ 내가 노래하고 또 노래한다는 것/ 설명할 길이 없다.” 탄생에서 소멸까지 삶이 피어났다가 사라지는 찰나를 노래하는 시가 창극으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장소: 중구 장충동2가 국립극장
시간: 화~금 오후 8시, 주말 오후 7시
관람료: R석 4만원, S석 3만원
문의: 2280-4114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