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갈곡리공원의 ‘기적’…쓰레기 놀이터에서 주민참여 공간으로
등록 : 2019-01-24 15:22
참여예산제 도입 10년 된 은평구…2011년 의무화 이전부터 실시
주민들, 쓰레기 쌓인 빈터를 공원 탈바꿈시킨 뒤 2015년 참여예산 제안
은평구 갈현1동 갈곡리공원 곳곳에는 주민들의 손길과 발길이 닿아 있다. 어린이 놀이터와 어른용 운동 시설이 있고, 공원 한쪽에는 주민들이 만든 타일벽화(아래 사진)와 지붕 있는 무대가 있다.
갈곡리공원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된 과정은 남다르다. 2000년 초 쓰레기가 쌓였던 놀이터를 주민들이 나서서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어렵게 공원을 살려냈지만 공원 시설이 오래되면서 바닥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안전사고도 생겼다. 시설 정비가 절실했다.
2015년 주민들은 뜻을 모아 은평구 참여예산사업으로 제안했다. 참여예산위원회 심사를 거쳐 주민총회에서 선정돼 6500만원의 예산을 받았다. 새롭게 단장한 공원에서는 마을 축제, 동 주민총회, 벼룩시장, 생활체육 교실 등이 열린다. 지난가을 마을 문화 축제에는 주민 1500여 명 참여했다.
은평구가 참여예산제를 도입한 지 10년이 되었다. 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이 직접 예산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로, 2011년 개정 지방재정법에서 의무화됐다. 구는 의무화에 앞서 2010년 ‘은평구 주민참여 기본 조례’로 예산편성, 집행, 평가의 전체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참여예산위원장(2015~2018년)을 지낸 조재학 협치조정관은 “실질적인 운영이 되도록 주민과 행정이 지속적으로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해왔다”고 한다. 은평구는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연말 행정안전부의 주민참여예산제 전국 평가에서 2년 연속으로 최우수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
주민제안 사업은 해를 거듭하며 활성화되고 있다. 선정 사업 수도 초기 20~30개에서 꾸준히 늘어 최근 2년간은 90개를 넘었다. 서울시 참여예산 사업을 뺀 구 자체의 사업 수는 60%쯤 된다. 2016년 구 정책 사업과 동 지역 사업을 나눈 뒤에는 사업 예산이 초기에 견줘 두 배가 늘어 16억원에 이른다. 사업 내용도 초기 시설 중심에서 프로그램, 교육 등으로 다양해졌다. 김정호 참여예산위원장은 “불광천변에 화장실이 생기고, 좁은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울 수 있는 차가 마련되는 등 스스로 사업을 제안해 결정하고, 실행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제도의 효과를 느끼는 주민들도 늘었다”고 한다. 예산편성 단계에서 구청 예산안 주민심의로 행사나 공사 등에서 과다하게 책정한 예산 270억원을 줄였다. 예산집행에서는 2013년부터 관급 공사 과정에 주민참여 의무화를 시행해왔다. 지난해 20여 회의 설명회가 열려 주민 600여 명이 참여해, 60여 건의 의견을 냈고, 이 가운데 90%가량이 공사 과정에 반영됐다. 한재중 참여구정팀장은 “처음에 많은 공무원이 마뜩잖게 생각했지만 5년 정도 지나면서 예산을 짜고 실행할 때 주민과 협의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한다. 은평구 참여예산제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참여다. 애초 제도와 정책을 디자인할 때부터 주민참여를 위한 조직체계를 잘 갖췄다. 주민들의 일상적 참여가 큰 성과 밑바탕 156명 규모의 큰 우산 아래 3개 위원회, 1.5~2 대 1 경쟁 사업 선정 위한 주민 사전투표에 1만3천 명 참여, 주민총회 700명 주민참여위원회(156명)라는 큰 우산 아래 3개 위원회(참여예산, 구정평가, 정책기획)를 뒀다. 참여예산위원회에는 10개의 분과가 있고, 16개 동의 참여예산위원회(800명)와 청소년참여위원회(40명)는 따로 뒀다. 김정호 위원장은 “주민참여위원들이 지역을 위한 봉사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참여해 고민과 경험이 쌓이면서 더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참여예산위원들은 공모로 뽑힌다. 참여예산학교의 교육(9시간)을 6시간 이상은 받아야 추첨 대상이 된다. 지원자가 많아 평균 경쟁률이 1.5~2 대 1 정도다. 임기는 2년으로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위원의 절반은 해마다 새롭게 구성된다. 회의에 세 번 이상 빠지면 자동으로 위원 자격을 잃고 예비 위원(추첨 탈락자)들로 채워진다. 사업 선정을 위한 주민 사전투표(온라인, 모바일, 현장)에는 1만 3천여 명이 참여하고, 주민총회에는 700여 명이 모인다. 주민참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체계가 잘 마련된 것도 강점이다. 주민참여지원단(17명)을 운영해 주민 누구나 사업을 제안할 수 있게 돕는다. 주민 제안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제안 방식에 대해 교육도 한다.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는 제안 사업 상담 창구를 열어 맞춤형 컨설팅도 해준다. 숙의와 토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돕는 소통촉진자(퍼실리테이터)들의 역할도 크다. 참여예산 사업으로 소통촉진자 70여 명이 배출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양성 과정은 올해부터 구의 교육 사업으로 진행된다. 주민참여 지원체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은평구는 전담 부서(협치담당관 참여구정팀)를 만들어 5명을 배치했다. 참여예산위원을 한 적 있는 전담 인력 2명이 교육, 회의, 공론장 운영을 돕고 있다. 공간도 지원했다. 구청 7층에 주민참여위원회실과 주민참여 회의실이 있다. 제도 운영을 위한 예산 2억원이 있어 홍보, 교육비, 행사 운영비로 쓰인다. 행정의 전폭적인 지원 기반이 마련되는데는 구청장의 굳은 의지가 있었다. 민선5~6기의 김우영 전임 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민선 7기의 김미경 구청장은 협치의 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참여예산과 협치 활성화를 위한 주민 토론회를 함께 열었다. 김미경 구청장은 “이제는 주민참여를 넘어 주민 주도의 참여예산이 되어야 한다”며 “주민들은 공공성을 담보해 스스로 의제를 발굴해내고 행정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협치 기반의 은평형 참여예산제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4일 오후 은평구 갈현1동의 동 업무보고회를 마친 김미경 은평구청장과 주민들이 함께 갈곡리공원을 둘러봤다. 주민 소통 공간인 공원은 3년 전 구 정책 참여예산편성 때 주민들이 지역에 필요한 사업으로 제안해, 바닥재를 교체하는 등 새로 단장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주민제안 사업은 해를 거듭하며 활성화되고 있다. 선정 사업 수도 초기 20~30개에서 꾸준히 늘어 최근 2년간은 90개를 넘었다. 서울시 참여예산 사업을 뺀 구 자체의 사업 수는 60%쯤 된다. 2016년 구 정책 사업과 동 지역 사업을 나눈 뒤에는 사업 예산이 초기에 견줘 두 배가 늘어 16억원에 이른다. 사업 내용도 초기 시설 중심에서 프로그램, 교육 등으로 다양해졌다. 김정호 참여예산위원장은 “불광천변에 화장실이 생기고, 좁은 골목길에 쌓인 눈을 치울 수 있는 차가 마련되는 등 스스로 사업을 제안해 결정하고, 실행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제도의 효과를 느끼는 주민들도 늘었다”고 한다. 예산편성 단계에서 구청 예산안 주민심의로 행사나 공사 등에서 과다하게 책정한 예산 270억원을 줄였다. 예산집행에서는 2013년부터 관급 공사 과정에 주민참여 의무화를 시행해왔다. 지난해 20여 회의 설명회가 열려 주민 600여 명이 참여해, 60여 건의 의견을 냈고, 이 가운데 90%가량이 공사 과정에 반영됐다. 한재중 참여구정팀장은 “처음에 많은 공무원이 마뜩잖게 생각했지만 5년 정도 지나면서 예산을 짜고 실행할 때 주민과 협의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한다. 은평구 참여예산제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데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참여다. 애초 제도와 정책을 디자인할 때부터 주민참여를 위한 조직체계를 잘 갖췄다. 주민들의 일상적 참여가 큰 성과 밑바탕 156명 규모의 큰 우산 아래 3개 위원회, 1.5~2 대 1 경쟁 사업 선정 위한 주민 사전투표에 1만3천 명 참여, 주민총회 700명 주민참여위원회(156명)라는 큰 우산 아래 3개 위원회(참여예산, 구정평가, 정책기획)를 뒀다. 참여예산위원회에는 10개의 분과가 있고, 16개 동의 참여예산위원회(800명)와 청소년참여위원회(40명)는 따로 뒀다. 김정호 위원장은 “주민참여위원들이 지역을 위한 봉사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참여해 고민과 경험이 쌓이면서 더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참여예산위원들은 공모로 뽑힌다. 참여예산학교의 교육(9시간)을 6시간 이상은 받아야 추첨 대상이 된다. 지원자가 많아 평균 경쟁률이 1.5~2 대 1 정도다. 임기는 2년으로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위원의 절반은 해마다 새롭게 구성된다. 회의에 세 번 이상 빠지면 자동으로 위원 자격을 잃고 예비 위원(추첨 탈락자)들로 채워진다. 사업 선정을 위한 주민 사전투표(온라인, 모바일, 현장)에는 1만 3천여 명이 참여하고, 주민총회에는 700여 명이 모인다. 주민참여가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게 지원체계가 잘 마련된 것도 강점이다. 주민참여지원단(17명)을 운영해 주민 누구나 사업을 제안할 수 있게 돕는다. 주민 제안 사업에 대한 이해와 제안 방식에 대해 교육도 한다. 제안서 제출을 앞두고는 제안 사업 상담 창구를 열어 맞춤형 컨설팅도 해준다. 숙의와 토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돕는 소통촉진자(퍼실리테이터)들의 역할도 크다. 참여예산 사업으로 소통촉진자 70여 명이 배출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양성 과정은 올해부터 구의 교육 사업으로 진행된다. 주민참여 지원체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은평구는 전담 부서(협치담당관 참여구정팀)를 만들어 5명을 배치했다. 참여예산위원을 한 적 있는 전담 인력 2명이 교육, 회의, 공론장 운영을 돕고 있다. 공간도 지원했다. 구청 7층에 주민참여위원회실과 주민참여 회의실이 있다. 제도 운영을 위한 예산 2억원이 있어 홍보, 교육비, 행사 운영비로 쓰인다. 행정의 전폭적인 지원 기반이 마련되는데는 구청장의 굳은 의지가 있었다. 민선5~6기의 김우영 전임 구청장은 주민참여예산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민선 7기의 김미경 구청장은 협치의 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참여예산과 협치 활성화를 위한 주민 토론회를 함께 열었다. 김미경 구청장은 “이제는 주민참여를 넘어 주민 주도의 참여예산이 되어야 한다”며 “주민들은 공공성을 담보해 스스로 의제를 발굴해내고 행정은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협치 기반의 은평형 참여예산제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