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에서 남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한양도성 남산 회현 자락에는 조선 태조 때부터 쌓은 한양도성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고 그 자리에 ‘한양공원’(1910년)과 ‘조선신궁’(1925년)이 각각 들어섰다. 1969년 동·식물원과 분수광장이 들어서, 2006년 없어질 때까지 ‘분수광장’으로 알려지며 시민들이 즐겨 찾았다.
서울시가 이곳에 ‘한양도성 현장 유적박물관’을 지어 내년 2월에 문을 연다. 이달 안에 공사를 시작해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양도성 현장 유적박물관은 한양도성 유구(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와 조선신궁 터가 발견된 터 4만3630㎡(약 1만3220평)에 들어선다. 서울시는 2013~2015년 발굴 과정에서 성곽 유구 2곳(길이 95m, 94m)과 일제강점기 설치된 조선신궁 배전(종묘나 문묘, 사당의 절하는 단에 깔아놓은 벽돌) 터(가로 18.6m, 세로 14.8m)가 드러나자 전문가들과 논의 끝에 현장에 유적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성곽은 축조 형태와 고문헌 기록 등을 고려할 때 태조부터 세종, 숙종, 순조까지 다양한 시기에 걸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는 “한양도성의 시기별 축조 방식과 축조 기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며 “인류 문화유산인 한양도성의 원형에 대한 진정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성곽 유적과 옛터를 원형대로 보존하고 유구 보호시설과 관람 데크, 전시장 등 시설을 최소화해 살아 있는 현장 박물관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유구 보호시설은 외벽 없이 기둥과 반투명 경량 재질의 지붕으로만 구성하기로 했다. 유적을 보호하면서도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현장 유적박물관은 축성 기술과 시대별 보수 흔적 등 원형을 그대로 보여주며 한양도성부터 조선신궁, 근현대의 남산공원 유적까지 600여 년 역사를 만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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