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고민 나누니 아이 걱정 덜었어요” 아파트 워킹맘들

2014년 구성된 용산구 도원생태놀이맘

등록 : 2016-05-19 18:38 수정 : 2016-05-20 11:39
직장부모 커뮤니티 ‘용산 도원생태놀이맘’은 현재 동네 맞벌이 13가정이 참여해 지역의 돌봄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14일 도원생태놀이맘 부모와 아이들이 동네 놀이터에 모여 몸놀이 활동을 하는 모습.

“기분 좋아졌나요?” 놀이 강사 김지훈씨가 큰 소리로 묻는다.

“네에!” 네댓 살 정도의 아이들 14명의 목소리는 맑은 하늘만큼이나 밝다. 지난 14일 용산구 도원동 한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은 아빠의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엉덩이춤을 추고 즐거워했다. 깡충 뛰어 아빠와 손바닥을 마주 치기도 하고, 아빠의 손가락을 잡고 떨어지지 않고 매달리기, 아빠 손을 잡고 한 발로 서 있기 등 아빠와 같이 몸놀이를 하며 아이들은 신이 났다. 놀이 강사의 안내에 따라 무지개색 긴 천(파라슈트)을 함께 잡고 바람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파라슈트 안으로 들어가니 텐트 놀이가 된다. 아빠와 아이 모두 낯빛이 환해진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용산구 도원생태놀이맘(도원맘) 모임 회원들이다. 도원맘에는 2010~2012년 태어난 아이를 둔 같은 아파트 맞벌이 열세 가정이 참여한다. 동네에서 서로 기댈 수 있는 이웃이 되어 주자는 생각을 한 직장맘들이 2014년에 모여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부모가 모두 직장을 다니는 가정이라서 아이도, 부모도 동네에서 이웃 만들기가 쉽지 않았던 고민을 함께 풀어 보자는 취지였다.

 도원맘 모임을 만들어 활동을 이끌어온 강서희(36)씨는 4살 난 딸을 둔 직장맘이다. 2013년 도원동으로 이사 오기 전 그는 은평구에 살았다. 딸을 낳고 육아휴직을 했는데 동네 엄마들과 매주 두번 낮 시간에 돌아가며 아이들과 책 읽기를 했다. 품앗이를 하니까 아이 돌보기가 덜 힘들었고 다른 엄마들과 함께하면서 즐거웠다.

 용산으로 이사 오고 직장을 다시 나가니 한동안 동네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누리집에서 우연찮게 직장부모커뮤니티 지원 사업 공지를 봤다. “은평 품앗이 육아에서 했던 것처럼 딸 또래 엄마들과 알고 지내고 싶은 마음에 일을 벌였어요.”

 참여 가정이 낸 회비에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에서 지원 받은 100여만원의 활동비를 더해 아이들의 미술놀이부터 시작했다. 먹거리 교육 등 부모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동네에서 가까운 효창공원에서 숲체험도 했다. 숲해설사가 알려 준 커다란 낙엽을 바닥에 놓고 하는 징검다리 건너기 놀이는 아이들도 부모들도 재미있어했다.


 지난해에는 동네 탐방과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을 더했다. 해방촌을 찾아가서 청소년학교인 ‘달꽃창작소’를 구경했다. 아이들은 꼬불꼬불한 골목, 오래된 시장을 보고 신기해했다. 용산가족공원에 텃밭을 분양 받아 공동으로 경작도 했다. 부모와 아이들은 감자, 고구마, 토마토, 가지 등을 심고 가꿔 수확하는 경험을 나눴다.

 3년 동안 도원맘 모임에는 스무 가정이 참여했다. 부모들 직업은 유치원·초·중등 교사, 일반 기업체 직원, 은행원, 공무원, 기자 등 다양하다.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어린이집이나 대출 문제 등에 대해 상담을 하기도 하고 텃밭에서 따 온 채소들을 나누기도 한다.

 도원맘 회원들의 출석률은 프로그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50~70% 전후다. 그런데 지난 연말 참여자를 상대로 평가해 봤는데 참여자들이 생각하는 출석률은 80% 이상으로 나왔다. 사정상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는 함께하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아빠와 함께하는 몸놀이’ 프로그램이 끝났지만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은 놀이터에 남았다. 회원 최은서(39)씨는 “걱정 없이 아이들을 놀이터에 두고 갈 수 있는 게 너무 좋다”고 말한다. 이사 온 지 6년 만에 진짜 가까운 이웃들이 생겼단다. 세 아이를 둔 최씨의 아이들은 직장 어린이집에 다니다 보니 동네 놀이터에서 왕따를 당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동네에서 비빌 언덕이 없던 그에게 도원맘 모임은 든든한 힘이 되어 준다.

 가까운 이웃은 사촌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최씨와 강씨는 서로 언니, 동생하며 모임에 힘을 더한다. “이제 어디에 살든 이런 모임에 참여할 것 같아요.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겠지요” 하며 강씨가 웃으며 말했다.

글·사진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