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문화·예술로 이웃을 만나는 공간

금천마을예술창작소 ‘어울샘’

등록 : 2019-02-14 16:25
사진 금천구 제공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에서 마을버스 01번을 타고 은행나무 정류장에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수령이 800년 이상 된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를 뒤로하고 탑골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낮은 주택들 사이로 세련된 건물 하나가 보인다. 시흥5동 탑골로 22에 있는 주민복합문화공간 금천마을활력소 ‘어울샘’(사진)이다.

지역에 문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주민들의 바람을 모아, 2013년 과거 폐가압장 자리에 마을예술창작소인 어울샘을 만들었다. 마을의 물을 공급하던 가압장의 의미와 문화·예술을 통해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 어울샘으로 이름을 붙였다.

처음 공간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규모가 작았다. 어울샘을 찾는 주민들이 꾸준하게 늘면서 지난해 7월 지상 4층으로 증축해 다시 문을 열었다. 기존 문화예술 창작 공간 기능은 업그레이드하고 마을방과후센터도 추가해, 문화·예술과 교육이 어우러진 마을의 활력소가 됐다.

어울샘 내부 공간 이름은 독특하다. 즐거움을 더하는 소모임 공간 ‘+’(덧셈), 고민 스트레스를 푸는 예술 치유 공간 ‘-’(뺄셈), 서로의 시너지를 곱하는 창작 공간 ‘×’(곱셈), 일상을 공유하는 나눔 공간 ‘÷’(나눗셈)으로 이뤄졌다.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3층의 ‘예술덧샘’이다. 부모들이 방과후 아이와 함께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저녁 시간 캘리그라피 연습을 하며 이용 목적에 따라 공간의 모습이 변한다. 소리와 몸짓이 이뤄지는 지하의 ‘창작나눗샘’은 올해부터 지하에서 방석을 놓고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싱어롱 영화관’으로 바뀌어 더욱 친근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어울샘은 주민들의 의견으로 공간을 채워간다. ‘어울샘지기’가 그 주인공이다. 화가, 목공예가 등 예술가부터 주부까지, 그리고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대에서 자녀 독립 뒤 제2의 삶을 찾고 있는 60대까지 다양하다.

유니트 종이접기 동아리를 운영하는 어울샘지기 2기 박새솜(32)씨는 집에서 혼자 만들던 종이접기를 이곳에서 지역 청년들과 공유하며 전시 작품까지 만들게 됐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선유도 공원과 서울메트로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하며 활동 폭을 넓혀갔다. 지역 청년과 함께하고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종이 접는 과정을 소개하는 인터넷 방송도 하고 있다.


올해 어울샘은 더 많은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주민 참여 기획 프로그램 ‘어떻게’를 진행한다. 이웃의 의견을 수렴하고 어울샘지기와 주민이 함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또 셀프 인테리어 방법을 배우며 어울샘 공간을 함께 꾸미는 ‘색칠잔치’, 매월 주제가 있는 밥상으로 이웃과 친구가 되는 ‘관계하다’ 등 누구나 예술 활동을 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터이다.

돈이 생기지 않아도 수고를 감수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곳, 세대와 장르를 넘어 예술을 공통분모로 이웃을 만나는 곳. 마음을 열고 예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한다.

황상덕 금천구 언론팀 주무관, 사진 금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