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고향은 연극입니다.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1985년 연극 <한씨 연대기>로 데뷔해 30년이 넘도록 무대와 방송사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 양희경(65)은 오는 22일~3월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자기 앞의 생>(원작 로맹 가리, 연출 박혜선)의 개막을 앞두고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국립극단의 올해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자기 앞의 생>은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은 창녀 출신의 유대인 아줌마 ‘로자’와 부모가 누군지 모른 채 그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아랍계 소년 ‘모모’의 이야기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보다 더 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을 두고 양희경은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인종, 종교, 시대에서 나오는 차별을 뛰어넘어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무대 위에서 두 주인공이 1시간50분을 모노드라마처럼 이끌어야 하는 <자기 앞의 생>은 총 12개의 장이 조금의 틈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숨 막히게 흘러간다.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긴장감의 원동력은 실제로 부모의 이혼 때문에 계모 밑에서 차별을 받았던 자신의 기억에서 나왔다고 고백했다. “제 일생에서 가장 슬픈 일입니다.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상처이지만 이 또한 무대 위 로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 밑거름이 됐어요.”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베푸는 사랑을 실천하는 로자의 내리사랑을 그는 무대 밖에서도 한결같이 보여준다. 최근에 아들과 함께 출연했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집밥을 지어줬다. “극 중 로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고.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때로는 원인을 모른 채 두려워하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베푸는 사랑’ 아닐까요.”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 양희경은 서울예술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으며, 방송과 영화·연극무대·앨범 발매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1회 현대연극상 연기상(1995), KBS 연기대상 조연상(2000) 등을 받았으며, <식구를 찾아서>(2014), <순이 삼촌>(2013), <늙은 창녀의 노래>(2007)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