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들이여, 용기를 내세요. 당신의 집요한 애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타쿠’는 한 가지 일에 몹시 열광하며 수집하거나 연구하는 마니아를 일컫는다. 스스로 무용 마니아로, 자신도 한때는 오타쿠였다고 고백한 현대무용 안무가 임진호(35)는 오는 15~17일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소극적 적극>을 올린다.
‘소극’과 ‘적극’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전작 <구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삼촌, 아버지와 함께 장례지도사로 일했던 20대 중반에 삶과 죽음의 ‘간극’을 고민했어요. 이번 작품은 어린 시절 방황했던 ‘소극적’인 오타쿠와 ‘적극적’인 일반인의 간극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소극적 적극>엔 건설 현장에서나 볼 법한 사각형의 철제 구조물이 등장한다. 스스로 ‘무용 오타쿠’라 칭하는 세 명의 안무가들은 자신만의 공간이자 사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철제 구조물에서 자신만의 ‘간극’을 몸으로 표현한다. “각자의 안무가들은 무엇에 이끌려 동작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부딪힘을 느끼죠. 예전엔 이런 단절을 연결해 마무리를 짓고 싶었는데, 이제는 부딪히는 과정이 중요하거든요.”
이 작품은 누군가 정해놓은 표준에 반하는 소수자들을 외면하는 행동에 경종을 울린다. 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오타쿠로 대변되는 소수자와의 간극을 또 다른 시선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작품을 통해 그런 간극을 메우고 싶냐고요? 전 단지 간극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와 다른 것은 차별이 아니라는 것을요. 나도 소수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든요.”
■ 임진호는 중앙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현재는 ‘고블린파티’의 공동 안무가이다. 서울댄스컬렉션 우수작품상(2011), 서울무용제 연기상(2011),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SCF 해외심사위원 특별상(2015), 대구 세계안무페스티벌 무용안무상-고블린파티(2017), 제25회 창무예술원 무용예술상 안무상(2019)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이고> <혼구녕> <구제> <불시착> <은장도>가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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