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남편도 아빠로서 만들어질 상당 시간 필요해요
육아 관심 없는 남편 때문에 힘든 30대 초보 엄마 “내 삶은 다 바뀌었는데…”
등록 : 2016-05-26 13:36 수정 : 2016-05-26 15:01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게다가 남편은 아이의 탄생에서 조금은 주변인 같은 존재, 소외된 존재입니다. 아내와 아이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지켜보는 목격자라고 할 수도 있고요. 사실 소외된 사람이 자처해서 적극적으로 자기 일을 맡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무튼 아빠는 아이가 태어나도 이처럼 아빠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상태일 수 있답니다. 심리학자와 소아정신과 의사인 스턴 부부는 그들의 책 <좋은 엄마는 만들어진다>에서 출산 후 아내가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남편은 아내가 아기에게만 집중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조언합니다. 남편은 아내의 변화를 보면서 혼란과 질투 등을 느끼며, 심지어 충만하고 신비한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 자신이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엄마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은 본능처럼 발휘되는 게 아니며, 애쓰고 수고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던 이유들 때문에 아빠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빠는 그야말로 아빠로서 만들어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빠들이야말로 부모 교육, 부모가 될 준비가 필요한 것이지요. 짧은 글로는 다 파악할 수 없지만 제가 보기에 두 분은 아이를 낳기 전에, 아이의 탄생과 육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 제이님도 역시 육아에서 남편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으신 것 같고요. 그렇다면 이제라도 고민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저는 제이님에게 아주 기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제이님이 남편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짜증과 화, 우울한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는 남편의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육아노동을 분담해 주기를 원하시나요? 아니면 힘든 제이님의 마음을 미리 알아 다독여 주길 원하시나요? 그것도 아니면 제이님의 하소연을 들어 주기를 원하시는 건가요? 글에서 보면 제이님이 남편에게 힘들다거나 게임을 삼가라는 말씀은 하셨는데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내가 힘든 걸 알아달라라든지 보기 싫은 걸 하지 말라고 요구하시기보다는 남편에게 어떤 구체적인 일을 주세요. 일주일에 몇 번은 집에 들어와 나와 수다를 떨어 줘, 또는 일주일에 몇 번은 저녁에 들어와 내가 일찍 잠들 수 있도록 아이를 봐 줘, 아이 빨래를 맡아 줘, 당분간 집안일을 맡아 줘, 우유병을 삶아 줘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혹시 알아서 다해 주기를 기대하시나요? 그러지 않는 남편이 이기적이고, 제이님 자신은 피해자, 소외된 자, 그리고 위로 받아야 할 사람처럼 여겨지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알아서 다해 주는 관계는 부모와 자식 관계밖에는 없습니다. 서로 성인인 관계에서는 그것이 부부일지라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요구해서 문제를 풀어 가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이님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의 드라마에서 정말 멋진 일을 해낸 엄마라는 이름의 주인공입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몸이 많이 지치셨겠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시고, 지혜롭게 남편을 육아 과정에 끌어들이세요. 또 부담되는 육아 노동을 해결할 대책도 남편과 함께 모색해 보시고요. 아기가 4개월이라면 남편의 협조를 요구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박미라 심리상담가·<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 지면상담을 원하시는 독자는 blessmr@hanmail.net로 연락해 주세요.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