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난용씨가 지역의 되살림가 게인 ‘작은나무’에서 기부의 즐거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집에서 10분이면 걸어가는 거리에 재사용가게가 있어 큰 장바구니에 챙겨가 기부하니 편리했어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되살림가게 ‘작은나무’에서 만난 김난용(44)씨는 지난달 이사하면서 기부했던 경험을 얘기했다. 초등생 아들 둘을 둔 주부 김씨는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신혼 때부터 간직했던 그릇, 선물로 받아 거의 쓰지 않고 묵혀 뒀던 학용품, 기분을 내 샀다가 거의 입지 않았던 옷 등을 동네 재사용가게에 기부했다.
김씨와 함께 온 이웃 남유진(41)씨도 동네에 재사용가게가 있으니 재사용이 재밌고 즐거워진다고 말한다. “큰 박스에 모아 전화로만 기부할 때보다 동네 매장에 오가며 한두 개씩 기부하고 재사용 물품을 고르는 게 재미가 쏠쏠해요.”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돼 좋단다. 아이들이 자기가 쓰지 않는 장난감을 필요한 다른 아이에게 선뜻 내놓기도 하고, 작아진 자전거를 기증하고 새것 대신 재사용 자전거를 사기도 한다. 김씨와 남씨는 입을 모아 “마을답사 수업에서 동네 재사용가게를 꼭 방문하면 좋겠어요” 하고 말한다.
지난 2월 문을 연 ‘작은나무’는 상계동 주민뿐만 아니라 자원 순환에 관심이 있는 노원구 주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인구 57만명에 재사용가게가 4곳에 불과한 노원구에서, 작은나무는 가깝고 편리한 재사용가게를 확산시키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되살림사협)이 자치구와 협력해 만든 직영매장이라는 점도 의미가 남다르다. 되살림사협 설립과 직영매장 개소는 서울시와 노원구의 사회적경제 예비특구 준비사업으로 추진돼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 받았다.
되살림사협은 사업연합체로, 조합원은 재사용가게와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 순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사업자로 참여해 더 많은 재사용가게를 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노원구도 예비특구 본 사업으로 3년 동안 지원할 예정이다. 장원봉 되살림사협 이사장은 “지역에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사용가게를 동별로 하나씩 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되살림사협의 우선 과제는 지역의 자원 순환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되살림사협 조합원인 재사용가게들은 여전히 기증품의 확보, 수거, 선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원봉사자도 부족한 형편이다. 적극적인 공동사업과 사업 연합이 필요한 이유다. 올 들어 되살림사협은 기부 물품 공동 수거를 위해 기부함을 제작해 생협, 공동육아 어린이집 등 거점 기부처 12곳에 시범 설치를 했다.
이현숙 기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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