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새로 문 연 공공 헌책방 ‘서울책보고’ 시민 북적
개장 일주일 만에 1만여 명 찾아 2만 권 구매…서울시 “헌책방 경영·독서 문화 진작 도움되길”
등록 : 2019-04-11 15:40
25개 헌책방 참여, 12만여 권 전시
위탁 판매 등 벼룩시장·경매전 계획
창고 리모델링 도시재생 효과도
“기존 중고서점 시장과 충돌 없도록”
지난 3월 송파구 잠실나루역(2호선) 인근에 문을 연 백화점식 헌책방 ‘서울책보고’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책보고는 서울시가 시내 25개 헌책방 가게를 참여시켜 만든 국내 최초의 공공 헌책방이다. 서울 청계천, 도쿄의 진보초처럼 크고 작은 헌책방 거리는 있지만 공동의 공간 안에 헌책방들이 백화점에 입점하듯 서가 형태로 모여 있는 구조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3월27일 개장한 이후 첫 한 주간 동안 1만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아와 오래된 고서적, 옛 만화책, 동화책 등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개장 작업을 이끈 서울도서관에 따르면 이 기간 2만 권 가까운 책이 팔렸다. 기자가 찾아간 4일은 목요일 오후인데도 400여 평의 넓은 공간이 책을 사랑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서울책보고는 송파구 오금로1(신천동14) 신천유수지의 대형 창고 단층 건물(1465㎡·443평) 내부에 구불구불한 ‘책벌레’ 몸통 형상으로 철제 서가 32개를 배치해 서점별로 책을 전시하고 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지켜온 동아서점·동신서림 등 25개 헌책방이 입점하고, 서울시가 선정한 위탁업체(비엠컴퍼니, 대표 백민철)가 판매와 관리를 대행한다. 현재 약 12만여 권의 헌책이 나와 있다. 기업형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헌책방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책을 분류하지 않고 헌책방에서 내놓은 그대로 서가를 채웠다. 값은 헌책방에 각자 붙인 그대로여서 서점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싼 편이다. 책방 한쪽에는 시민들이 강연, 독서회, 북마켓 등을 할 수 있는 무대와 열람 공간이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서울책보고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중고서점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는 오래된 헌책방을 잘 살려서 시민과 헌책방 사이에 가교 구실을 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헌책방의 참여로 보유 도서를 늘리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서울책보고를 책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형 중고서점과 인터넷서점이 있는데, 서울시가 이런 헌책방 백화점을 만든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서울 시내 유휴 시설을 재활용해 도시재생으로 시민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동시에 고사 위기에 있는 헌책방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부기관이 공공시설을 제공해 중고서점을 지원하는 형태의 공공 헌책방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민간 영역을 서울시가 지나치게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충분히 유의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서울책보고가 기존의 중고서점이나 인터넷서점과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책보고는 직접 시장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헌책방 지원 역할에 그친다. 모든 책의 수급은 헌책방들이 하고, 판매도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어 사업적인 면에서 충돌 지점은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다만 주변의 소규모 헌책방에 미칠 영향은 각별히 신경 쓰려고 한다. 서점·출판시장 쪽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개선할 점은 개선하겠다.” 일반 서점과 달리 책이 종류별로 분류돼 있지 않아 책을 찾는 데 불편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기존 서점이나 인터넷 구매에 익숙한 분은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책보고 기본 콘셉트가 헌책방 살리기에 있다보니 책보다는 책방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하게 됐다. 저희로서는 헌책방을 순례하듯 천천히 돌아보면서 책에 대한 나만의 추억을 간직하고, 또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에 가치를 두면 어떨까 조심스레 제안드려본다.” 좋은 책 공간이 서울에 생겼는데, 앞으로 운영 계획은? “독서 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강연, 강좌 등 시민들이 참여하고, 기획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독립출판사들·시민 저자를 위한 전시와 출판 지원 등도 생각하고 있다. 헌책방은 개인 서재와 책 마니아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집 안의 좋은 책들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북마켓도 열고 싶고, 시민들을 위한 도서 경매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이 서울책보고를 잘 활용해주었으면 한다.” 서울책보고는 평일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잠실나루역에서 가까우며, 자가용 주차는 신천유수지주차장(유료)을 이용하면 된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달 문을 연 공공 헌책방 ‘서울책보고’는 본래 창고였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책벌레를 형상화한 구불구불한 공간에 서점별로 책을 전시해 방문객이 마치 헌책방 거리를 돌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동선을 짰다. 개장 작업을 이끈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왼쪽)은 “세계적으로 드문 공공 헌책방의 명소가 되도록 더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현장에서 만난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서울책보고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중고서점에 밀려 설 곳을 잃어가는 오래된 헌책방을 잘 살려서 시민과 헌책방 사이에 가교 구실을 하는 것”이라며 더 많은 헌책방의 참여로 보유 도서를 늘리고,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서울책보고를 책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형 중고서점과 인터넷서점이 있는데, 서울시가 이런 헌책방 백화점을 만든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서울 시내 유휴 시설을 재활용해 도시재생으로 시민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고, 동시에 고사 위기에 있는 헌책방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부기관이 공공시설을 제공해 중고서점을 지원하는 형태의 공공 헌책방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민간 영역을 서울시가 지나치게 침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충분히 유의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서울책보고가 기존의 중고서점이나 인터넷서점과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책보고는 직접 시장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헌책방 지원 역할에 그친다. 모든 책의 수급은 헌책방들이 하고, 판매도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어 사업적인 면에서 충돌 지점은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다만 주변의 소규모 헌책방에 미칠 영향은 각별히 신경 쓰려고 한다. 서점·출판시장 쪽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개선할 점은 개선하겠다.” 일반 서점과 달리 책이 종류별로 분류돼 있지 않아 책을 찾는 데 불편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기존 서점이나 인터넷 구매에 익숙한 분은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책보고 기본 콘셉트가 헌책방 살리기에 있다보니 책보다는 책방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하게 됐다. 저희로서는 헌책방을 순례하듯 천천히 돌아보면서 책에 대한 나만의 추억을 간직하고, 또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재미에 가치를 두면 어떨까 조심스레 제안드려본다.” 좋은 책 공간이 서울에 생겼는데, 앞으로 운영 계획은? “독서 활동과 관련한 다양한 강연, 강좌 등 시민들이 참여하고, 기획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독립출판사들·시민 저자를 위한 전시와 출판 지원 등도 생각하고 있다. 헌책방은 개인 서재와 책 마니아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집 안의 좋은 책들이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북마켓도 열고 싶고, 시민들을 위한 도서 경매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책을 사랑하는 많은 시민이 서울책보고를 잘 활용해주었으면 한다.” 서울책보고는 평일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잠실나루역에서 가까우며, 자가용 주차는 신천유수지주차장(유료)을 이용하면 된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