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 함익은 겉으로 화려한 생활을 하지만 마음속은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엄마의 자살이 아버지와 새엄마 때문이라는 의심을 20년 가까이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아버지의 폭력적인 권위에 눌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한 채 살아왔다. 재단 산하 대학의 연극학과 교수가 된 함익은 자신이 공연 지도를 맡게 된 <햄릿>에서 파수꾼 버나도 역을 맡은 복학생 연우를 만나면서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연우는 말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은 문제도 아니야.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그것이 문제야.” 2016년 셰익스피어 타계 400주기를 맞아 <햄릿>을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창작극 <함익>이 3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함익>은 고전 <햄릿>을 바탕으로 했지만, 복수를 뺀 햄릿의 섬세한 심리와 고독에 주목한 ‘여자 햄릿’ 이야기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가면을 쓴’ 채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번에도 3년 전 초연에서 함께한 제작진과 배우가 다시 뭉쳐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세련된 대본의 김은성 작가와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김광보 연출이 손을 잡았다. 초연 당시 웅장한 서사의 행간에 숨어 있는 햄릿의 섬세한 심리를 ‘여자 햄릿’ 함익이 절묘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주인공 함익 역은 참여하는 작품마다 연극적 색채로 깊이를 더하는 최나라, 함익의 분신 익 역은 독특한 개성과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이지연이 맡았다. 함익의 마음을 사로잡은 연우 역에는 연극과 뮤지컬을 넘나들며 맹활약하는 오종혁과 조상웅이 더블 캐스팅됐다. 이외에 지난 1월 동아연극상에서 연기상을 받은 강신구가 함익의 아버지 함병주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장소: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시간: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7시, 일 오후 3시
관람료: R석 5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399-1794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