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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주대첩 천년, 1000 테마에 집중”

관악구 ‘강감찬 축제’ 총감독 맡은 지역축제 전문가 김종원씨

등록 : 2019-04-18 15:54 수정 : 2019-04-18 16:31
50개 넘는 축제 기획·연출

“강감찬 브랜드 가치 돈 환산 어려워”

“관주도 보여주기식 축제 경계”

볼거리·즐길거리·먹거리 삼박자 중요

강감찬 축제 총감독을 맡은 김종원씨가 11일 관악구 봉천동 낙성대공원의 강감찬 장군 캐릭터 옆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역사를 소재로 한 축제를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관악구의 대표적 지역축제인 ‘강감찬 축제’ 총감독을 맡은 김종원(59)씨를 11일 봉천동 낙성대공원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전통과 역사성을 살린 축제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맡고보니 무척 떨린다”고 했다.

올해 4회째인 강감찬 축제는 고려 시대 명장인 강감찬 장군을 테마로 한 축제로 10월18~19일 이틀 동안 낙성대 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강감찬 장군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를 침입한 거란의 소배압 장군 부대를 1019년 평안북도 귀주에서 물리쳤는데, 올해는 귀주대첩 1천 년째가 되는 해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김 감독이 준비하는 강감찬 축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보여주기-1000년의 기억, 내일의 롤모델’ ‘체험하기-나도 강감찬, 쑥쑥 크는 호연지기’ ‘참여하기-축제의 주인공은 나야 나!’로 구성된다. “‘1000’이라는 테마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있는데, ‘1000인 합창단’과 ‘1000인 역사 골든벨’ 등을 기획하고 있다”.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람을 축제 추진위원으로 세우면 매번 프로그램이 똑같죠.” 그는 관이 주도하는 보여주기식 축제는 콘텐츠가 빈약해질 수 있어 경계했다. 지역축제는 지역 주민이 주인공이므로 지역 주민의 참여를 적극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쉬운 예로, 관악구 21개 동에서 주민들이 강감찬 축제 콘텐츠를 하나씩만 만들어도 21개가 된다.”

김 감독은 지역축제 전문가로 전남 강진 청자 축제, 서울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경남 지리산 산청 곶감 축제, 경남 남해 보물섬 마늘 축제, 경남 함양 산삼 축제를 비롯해 전국에서 50개가 넘는 지역축제를 기획·연출한 경험이 있다.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동 진행 한 차례를 포함해 5회 연속으로 기획·연출을 맡았다.

국내에는 한 해 4천 개가 넘는 다양한 지역축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95년부터 전국 지역축제 중 우수한 축제를 지원하는 문화관광축제 사업으로 대표 축제 3개, 최우수 축제 7개, 우수 축제 10개, 유망 축제 21개를 선정하고 있다. 정부도 나서서 우수한 축제를 발굴해 널리 알리고 있지만, 성공한 지역축제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축제는 밥상이다.” 김 감독은 ‘좋은 축제’를 맛집에 가는 원리에 견줘 설명했다. “얼마나 맛있는 밥상을 차리느냐가 중요한데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된 ‘밥상’을 제공하면 소문이 나고 외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오게 된다”며 “지역 특성과 결합된 체험형 콘텐츠가 풍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한테서 ‘밥상 잘 받았다’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온 사람에게만 좋은 축제는 빛 좋은 개살구다. 축제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2013년과 2014년 ‘한국을 빛낸 사람들 대상’에서 지역축제발전공로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지역축제를 성공시켜 문화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민국축제콘텐츠대상’에서 축제연출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지역축제를 보고 아쉬움을 느끼며, 자신이 축제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고 좀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만든 축제가 2009년 전남 신안 갯벌 축제다. 같은 해 강진 청자 축제를 비롯해 이후 13개 지역에서 50여 개 지역축제를 연출했다. 2010년에는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열린 1회 ‘도심 속 바다 축제’를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람들이 미어터졌다”며 수산시장의 특색을 살린 현장 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게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2013년 산청 곶감 축제, 남해 보물섬 마늘 축제, 전남 장흥 물 축제 록페스티벌, 함양 산삼 축제와 연암문화제,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등 11개 축제장을 누비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경제 시너지효과가 큰 지역축제 성공 사례로, 함평 나비 축제와 장흥 물 축제를 꼽았다. “함평 나비 축제는 국내에서 최초로 곤충을 이용한 지역축제로, 주위 논에 꽃을 심어 나비를 키웠다. 자연을 살리고 활용한 데 의미가 크다.”

김 감독은 보물섬 마늘 축제가 열리는 남해를 ‘최고 여행지’, 항구 축제가 열리는 전남 목포를 남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최고 맛동네’로 꼽았다. 이제 강감찬 축제가 열리는 관악구를 ‘최고 역사의 고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강감찬 브랜드’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가치가 높다. 강감찬 축제를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축제가 아닌 천년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