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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 있던 옥상에서 열린 결혼식
등록 : 2019-05-02 15:44
시민단체 ‘열린옥상’의 서울혁신파크 옥상 개방 프로젝트 일환
놀이터·전시회장·극장 활용…‘핫플레이스’로 조성, 지역 활성화 기여
녹음이 우거진 북한산 족두리봉이 뒷산처럼 가깝게 보였다. 햇살은 적당히 따스했고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시원했다. 4월27일 낮 1시 화창한 봄날,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연결동 3층 옥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마치 도심 속 산에 오른 기분이었다. 철쭉과 라일락 꽃이 피어 있고, 인조 잔디가 깔린 옥상 정원은 ‘옥상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혁신파크 옥상을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얘기를 듣고 와서 봤는데, 100여 명은 충분히 사용할 만큼 넓은데다 사방이 탁 트여서 전망도 멋진 게 좋았죠.”
신부 김수교(35)씨는 “옥상에서 결혼식을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옥상을 보니 마음에 들어서 옥상 결혼식을 하게 됐다”고 했다. 신랑 김연중(36)씨는 “애초 작은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으나 부모님 생각과 달라 조금씩 양보한 결과 ‘작지않은’ 옥상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신부 김씨는 “옥상은 산에 가지 않고도 도심에서 충분히 산에 오른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 서울혁신파크 내 옥상 공유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시민들이 많이 활용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4월13일에는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2층 옥상에서 텃밭과 정원을 만드는 ‘봄이 오나 봄’ 행사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채소와 허브 등 식물을 심으며 시멘트 바닥이던 옥상을 ‘푸른 공간’으로 바꿨다. 이날 행사는 시민단체 ‘열린옥상’이 올해 개최한 첫 행사였다.
공간 활용에 관심이 많다는 대학생 박지은(20)씨는 “어린이 놀이 공간 공모에 응모할 계획인데 공공이 이용할 수 있는 옥상 놀이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 왔다”고 했다. 함께 온 김새롬(21)씨는 “대도시에서는 공유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옥상을 이용한 공유 공간은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했다.
옥상을 유휴지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유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민단체가 나타났다. 국내 첫 옥상 공유 시민단체인 열린옥상은 서울혁신파크 옥상 8개를 무상으로 임대받아 올해부터 옥상 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열린옥상이 건물 옥상에 주목한 이유는 도심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공유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혁신파크 입주 단체들과 은평구 지역주민 단체는 2017년 11월 옥상 활용을 위한 옥상공유지협의회를 만들었다. 서울혁신파크 주변은 대부분 주거 지역으로 노년층과 1인 가구 비율이 높은데, 공원이나 체육시설 등 생활 서비스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옥상공유지협의회는 옥상을 야외 작품 제작·전시 공간, 파쿠르(맨몸으로 산과 같은 자연, 도시나 시골의 건물이나 다리, 벽 등의 지형과 사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이동하는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모험놀이터, 야외 강연장, 이웃 주민들의 대소사를 위한 잔치나 파티 등 함께 식사하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 요가 등 운동 공간, 공연장, 연극·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 캠핑장과 도시농업 교육 농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베를린 1/3 불과 서울 공원, 옥상 공유가 대안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혁신파크 옥상 다양한 활용 “옥상에 다리를 놓고, 오두막을 짓고, 부엌을 만들고,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광장을 만들고, 무대를 만들고, 축제를 열자. 옥상에 배를 띄우자, 땅 한 평 구하기 힘든 도시의 옥상을 시민의 공유지로 만들자.” 옥상공유지협의회가 2018년 4월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 집단토론회를 열면서 내건 슬로건으로, ‘옥상에서 가능한 모든 실험을 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하반기 다양한 옥상 실험활동을 펼쳤다. 옥상공유지협의회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총47회 옥상을 사용했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2층 옥상 6회, 미래청 5층 옥상 4회, 상상청 5층 옥상 7회, 상상청 4층 옥상 3회, 공유동 6층 옥상 3회, 연결동 3층 옥상 24회를 사용했다. 시민들은 옥상을 텃밭, 캠핑과 옥상수다캠프, 포럼이나 워크숍 개최, 야간 명상, 독서와 영화 감상, 예술 정원, 어린이 팝업 놀이터, 연극과 공연, 가족모임, 캠핑, 김장, 파티, 사진·그림 전시회 등 다양하게 활용했다. 참가자는 총 949명으로 서울혁신파크 입주 단체 참가자가 42%, 외부 단체가 58%를 차지했다. 규모별로는 10명 미만 29%, 10~30명 사이 52%, 30~100명 사이 17%, 100명 이상 2%였다. “마당은 고기를 구워 먹고, 텃밭도 만들고 아이들의 놀이터 구실도 했다.” 열린옥상의 산파 노릇을 한 김성원 생활기술과놀이멋짓 연구소장은 “도시는 마당이 있는 집이 줄어들고, 차 없던 골목과 공터가 사라져 시민들의 야외 일상활동은 위축됐다”며 “시민들이 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는 장인 공유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 옥상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도시는 마당 있는 집이 적어지는 등 주거 형태의 변화로 야외 일상생활 공간이 줄었다. 도시에 있는 공원은 시민들의 주요한 야외활동 공간이지만 국내 1인당 도시공원 넓이는 9.2㎡(2.8평)이며 서울은 8.2㎡(2.5평)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 27.9㎡(8.4평), 영국 런던 26.9㎡(8.1평), 미국 뉴욕 18.6㎡(5.6평), 프랑스 파리 11.6㎡(3.5평)인데 견줘 서울은 자유롭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좁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마당 있는 주택의 감소, 공터의 소멸, 보행 공간 축소, 도시공원 부족 등 사회적 야외활동 공간의 결핍으로 도시민의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됐다”며 “도시민들은 사회적 교류 증대를 위한 공공장소 확대를 요구한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옥상은 새로운 도시 경관을 만들 기회의 공간이다. 도시에서 사회적 교류와 활동, 이웃과 관계 형성을 위한 기초 공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옥상의 용도를 세분화하고 옥상 전경 개념을 도시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옥상은 태양광 에너지 공간, 풍력발전 공간, 빗물 저장 공간, 공원, 놀이터와 스포츠센터, 전시장, 문화센터, 극장, 클럽, 텃밭과 농장, 카페와 레스토랑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혁신센터 옥상은 지역 내 부족한 도시농업, 휴식, 놀이, 문화 제작 공간을 제공해 도시민의 야외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조성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소장은 “어린 시절 뛰놀았던 골목과 같은 공유 공간을 복원하지 못하면 재미없는 공동체가 되고 만다”면서 “공유 공간을 활성화해 재밌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4월27일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연결동 3층 옥상에서 ‘옥상 결혼식’이 열렸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옥상을 유휴지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유 공간으로 바꾸려는 시민단체가 나타났다. 국내 첫 옥상 공유 시민단체인 열린옥상은 서울혁신파크 옥상 8개를 무상으로 임대받아 올해부터 옥상 공유 사업을 시작했다. 열린옥상이 건물 옥상에 주목한 이유는 도심에서는 더 이상 새로운 공유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혁신파크 입주 단체들과 은평구 지역주민 단체는 2017년 11월 옥상 활용을 위한 옥상공유지협의회를 만들었다. 서울혁신파크 주변은 대부분 주거 지역으로 노년층과 1인 가구 비율이 높은데, 공원이나 체육시설 등 생활 서비스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옥상공유지협의회는 옥상을 야외 작품 제작·전시 공간, 파쿠르(맨몸으로 산과 같은 자연, 도시나 시골의 건물이나 다리, 벽 등의 지형과 사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이동하는 훈련) 등을 할 수 있는 모험놀이터, 야외 강연장, 이웃 주민들의 대소사를 위한 잔치나 파티 등 함께 식사하며 교류할 수 있는 공간, 요가 등 운동 공간, 공연장, 연극·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 캠핑장과 도시농업 교육 농장 등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베를린 1/3 불과 서울 공원, 옥상 공유가 대안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혁신파크 옥상 다양한 활용 “옥상에 다리를 놓고, 오두막을 짓고, 부엌을 만들고,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고, 광장을 만들고, 무대를 만들고, 축제를 열자. 옥상에 배를 띄우자, 땅 한 평 구하기 힘든 도시의 옥상을 시민의 공유지로 만들자.” 옥상공유지협의회가 2018년 4월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 집단토론회를 열면서 내건 슬로건으로, ‘옥상에서 가능한 모든 실험을 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하반기 다양한 옥상 실험활동을 펼쳤다. 옥상공유지협의회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18년 6월부터 12월까지 총47회 옥상을 사용했다. 서울혁신파크 미래청 2층 옥상 6회, 미래청 5층 옥상 4회, 상상청 5층 옥상 7회, 상상청 4층 옥상 3회, 공유동 6층 옥상 3회, 연결동 3층 옥상 24회를 사용했다. 시민들은 옥상을 텃밭, 캠핑과 옥상수다캠프, 포럼이나 워크숍 개최, 야간 명상, 독서와 영화 감상, 예술 정원, 어린이 팝업 놀이터, 연극과 공연, 가족모임, 캠핑, 김장, 파티, 사진·그림 전시회 등 다양하게 활용했다. 참가자는 총 949명으로 서울혁신파크 입주 단체 참가자가 42%, 외부 단체가 58%를 차지했다. 규모별로는 10명 미만 29%, 10~30명 사이 52%, 30~100명 사이 17%, 100명 이상 2%였다. “마당은 고기를 구워 먹고, 텃밭도 만들고 아이들의 놀이터 구실도 했다.” 열린옥상의 산파 노릇을 한 김성원 생활기술과놀이멋짓 연구소장은 “도시는 마당이 있는 집이 줄어들고, 차 없던 골목과 공터가 사라져 시민들의 야외 일상활동은 위축됐다”며 “시민들이 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는 장인 공유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 옥상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도시는 마당 있는 집이 적어지는 등 주거 형태의 변화로 야외 일상생활 공간이 줄었다. 도시에 있는 공원은 시민들의 주요한 야외활동 공간이지만 국내 1인당 도시공원 넓이는 9.2㎡(2.8평)이며 서울은 8.2㎡(2.5평)에 지나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 27.9㎡(8.4평), 영국 런던 26.9㎡(8.1평), 미국 뉴욕 18.6㎡(5.6평), 프랑스 파리 11.6㎡(3.5평)인데 견줘 서울은 자유롭게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좁다는 뜻이다. 김 소장은 “마당 있는 주택의 감소, 공터의 소멸, 보행 공간 축소, 도시공원 부족 등 사회적 야외활동 공간의 결핍으로 도시민의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됐다”며 “도시민들은 사회적 교류 증대를 위한 공공장소 확대를 요구한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옥상은 새로운 도시 경관을 만들 기회의 공간이다. 도시에서 사회적 교류와 활동, 이웃과 관계 형성을 위한 기초 공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옥상의 용도를 세분화하고 옥상 전경 개념을 도시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옥상은 태양광 에너지 공간, 풍력발전 공간, 빗물 저장 공간, 공원, 놀이터와 스포츠센터, 전시장, 문화센터, 극장, 클럽, 텃밭과 농장, 카페와 레스토랑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혁신센터 옥상은 지역 내 부족한 도시농업, 휴식, 놀이, 문화 제작 공간을 제공해 도시민의 야외 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조성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소장은 “어린 시절 뛰놀았던 골목과 같은 공유 공간을 복원하지 못하면 재미없는 공동체가 되고 만다”면서 “공유 공간을 활성화해 재밌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