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광진구의 앞서가는 반려동물 정책 문제 행동 동물 찾아가 ‘펫티켓’ 교육

전국 최초 가정으로 찾아가는 광진구 ‘동물 훈련사’ 1년

등록 : 2019-05-02 16:09 수정 : 2019-05-02 16:24
집마다 3차례 방문…문제행동 교정

지난해 방문 가정 95%가 훈련 지속

2017년 전구민 반려동물 조사 이어

‘동물보호 조례’ 제정 등 정책 수립

지난달 23일 광진구 능동로 배준용씨 집에서 김윤진 (사)유기견없는도시 팀장이 8살 푸들 초롱이의 가슴줄을 벗기고 있다. 벗긴 뒤 가슴줄에 집착하는 초롱이를 간식으로 유도하고 있다(아래 사진). 김 팀장은 광진구가 지난해 3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작한 ‘찾아가는 우리 동네 동물훈련사’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지난달 23일 광진구 능동로 배준용(59)씨 집에 들어서자 8살 푸들 ‘초롱이’가 맹렬히 짖기 시작했다. (사)유기견없는도시의 김윤진 팀장은 배씨에게 초롱이를 거실 맨 뒤 안방에 들어가도록 했고, 초롱이는 금세 조용해졌다. 김 팀장은 “아빠 믿고 짖다가 보호자가 사라지니까 얌전해진 것”이라며 “집에 들어오는 외부인에 대해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을 뿐, 그렇게 공격적인 친구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광진구가 지난해 3월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시작한 ‘찾아가는 우리 동네 동물훈련사’다. 반려동물의 이상 행동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반려동물 관련 민원이 발생한 집을 찾아가 반려동물의 행동 교정을 돕고 있다.

배씨는 7년 전 키우던 개가 교통사고로 죽은 뒤 애견숍에서 초롱이를 입양했다. 생후 6개월령이었는데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파양된 적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초롱이는 평소에도 혼자 있기 싫어하고, 산책할 때 여자나 다른 개에게 공격적이긴 했는데, 초롱이를 애지중지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한 달 전부터 증세가 심해져 광진구에 신청했다”며 “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집을 비운 3일 내내 초롱이가 울부짖어 옆집에서 몹시 힘들었다더라”고 했다. 초롱이의 밥그릇에 사료가 잔뜩 남겨진 걸 본 김 팀장은 “지금 양의 2/3만 아침저녁 두 번 주되 10~15분 놔둬도 안 먹으면 바로 치우는 게 좋다. 그냥 놔두면 사료가 눅눅해져서 더 안 먹게 된다”고 알려줬다.


배씨가 “이리 와” 하고 불러도 초롱이가 잘 가지 않는 걸 본 김 팀장은 “혹시 가슴줄 입히고 벗길 때 어렵지 않냐”고 물은 뒤 “‘이리 와’해서 갔을 때 좋은 일이 있기보다 불편한 경험이 많으면 거부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슴줄에 손을 댈 때마다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던 초롱이가 갑자기 김 팀장의 손을 물었다. 다들 놀랐지만 김 팀장은 당황하지 않았다. “물렸을 때 놀라서 손을 빼다가 긁히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입안으로 손을 넣어 저는 괜찮지만, 다른 분들은 따라 하지 말라”며 초롱이와 신경전을 이어갔다. 10분 동안 어르고 달랜 끝에 가슴줄을 벗은 초롱이에게 간식을 왕창 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찾아가는 우리 동네 동물훈련사’는 사전 방문을 포함해 모두 세 번 방문한다. 사전 방문에서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 행동에 대한 보호자의 규칙을 정한다. 나머지 두 번 방문에서는 생활환경을 바꾼 뒤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한 뒤 문제 행동 교정에 들어간다.

이날 사전 방문에서 배씨는 △현관을 바라보고 있는 초롱이의 집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방 안으로 옮기고 △밥을 제한 급식으로 바꾸고 △초롱이가 거부감을 나타내는 가슴줄을 간편하게 채울 수 있는 목줄로 바꾸고 △초롱이가 보호자에게 집중하도록 이름을 부른 뒤 간식을 주는 과제를 받았다. 또 훈련 과정을 찍은 영상을 동물 훈련사에게 보내야 한다.

광진구가 지난해 방문한 40가구를 조사한 결과, 방문 교육이 끝난 뒤에도 절반인 20가구가 매일, 16가구(40%)는 주 1~2차례 등 95%의 가구가 행동 교정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방문 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는 75%가 매우 만족, 15%는 만족, 10%는 만족하지만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광진구가 ‘찾아가는 우리 동네 동물훈련사’ 사업을 시작한 건 2017년 4~10월에 한 ‘반려동물 양육 현황 전수조사’ 결과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관련해 광진구의 모든 세대를 조사한 건 광진구가 전국에서 처음이었다. 조사 결과 15만8681가구 가운데 9542가구가 1만1997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다. 개(9959마리), 고양이(1654마리), 햄스터, 앵무새, 고슴도치 순이었다. 반려동물 소유자의 26%는 동물 소음으로 불편을 겪는다고 답변했다. 동물 때문에 광진구에 들어온 민원 중에는 소음, 공격 행위와 같이 미숙한 훈육과 관련된 민원이 56%나 차지했다. 이에 광진구는 ‘찾아가는 우리 동네 동물훈련사’ 등 동물보호와 동물복지정책을 세웠고,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특별시 광진구 동물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동물복지사업의 제도적 기반도 마련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이제는 ‘펫티켓’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왔다”며 “단순히 같이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화롭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웃과 안전하고 편안하게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오는 4일 오전 11시부터 광진광장에서 ‘함께하는 광진 반려동물 페스티벌’을 서울동화축제와 연계해 연다. 반려동물에 대한 상식과 기본 펫티켓을 묻는 ‘반려동물 상식 OX 퀴즈’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