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시의 작은도서관 지원 정책을 살펴보면 변화가 눈에 띈다. 종전 개별 도서관의 양적 평가(이용과 대출, 프로그램 운영 실적 등) 대신 자치구의 재정 여건과 지역도서관(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서비스 개선 추진 의지를 평가해 지원하는 것이다. 시는 자치구가 지역도서관 운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보조금 평가 기준을 바꿨다. 도서관 정책 추진 목표를 지표로 만들었고, 지표에 맞춰 자치구 시책 수립을 평가해 차등 지원한 것이다. 자치구는 보조금을 통으로 받아 자율적으로 지역도서관에 나눠준다.
현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금천구의 주은경 독서문화팀장은 “이전의 개별 도서관 점수 평가는 객관적이지 못한 점도 있었다”며 “자치구에 재량권을 줘 꼭 필요한 도서관에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구로구의 최현숙 도서관팀장은 “장기적인 정책 방향은 좋은데, 유예 기관 없이 바로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의 지원 정책이 지난해 예산 편성 시기 뒤에 고지된 점을 아쉬워했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보조금 평가지표 개선을 위해 자치구의 의견은 받아들이며 같이 만들어가려 한다”고 말한다.
서울시 도서관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지난해 5월 발표된 ‘지식문화 도시, 서울을 위한 도서관 발전종합계획(2018~2022년)’이 있다. 종합계획은 시민 누구나 일상적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문화를 즐기며 평생 학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공도서관 인프라 확충, 도서관 서비스와 독서·문화 프로그램 확대, 시민 참여 활성화 등을 담았다. 올해 시가 추진하는 사업은 시민이 도서관 정책과 서비스를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고, 주민이 원하는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접근 취약성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작은도서관 관련 정책도 주목할 부분이다. 시는 작은도서관의 이용 실태와 운영 환경을 조사해, 지역의 다양성이 반영될 수 있는 자치구 중심의 작은도서관 정책을 지원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현재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운영 주체에 따라 서비스도 천차만별이어서, 시민들의 이용 만족도에도 차이가 난다. 자치구마다 지원 정책 방향도 다르다. 자치구의 담당 부서가 문화 관련, 교육 관련이냐에 따라 도서관 프로그램이 문화나 교육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이 관장은 “가이드라인 배포 뒤 작은도서관 운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운영지원금 평가에 정책 시행 여부를 반영할 계획이다”고 했다.
지역도서관 정책 수립이 주민 참여형으로 이뤄지는 시범사업도 한다. 강북·구로·성동·송파구는 서울도서관의 시범사업 ‘지역주민이 꿈꾸는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참여했다. 구로구는 지난 3일 13명의 민관협의체 위원을 위촉한 뒤 첫 회의를 했다. 지역도서관 실태와 주민 요구 조사, 주민 리서치단의 도서관 방문 조사, 주민 공론장 개최 등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역 안에서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을 연장선에서 바라보고 주민 요구의 다양성에 맞춘 지원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이 관장은 작은도서관 정책에서 자치구와 시의 유기적 연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며 “시는 장려와 행정과 재정 지원을 하고, 자치구는 실행을 중심으로 하는 역할 분담 모델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