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본 서울

주요 정책에 행복영향평가제 도입해 보자

등록 : 2016-05-26 15:31 수정 : 2016-05-27 11:27

요즘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오래도록 경제성장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국민총생산을 높여 왔지만, 우리는 국가의 생산량 자체가 국민의 행복을 뜻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디젤 자동차의 대량생산은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아가고, 미세먼지라는 피할 수 없는 위험요소와 국민을 맞닥뜨리게 만들었다. 생산은 행복을 주기는커녕 불행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듯 생산의 환상이 깨지면서 우리는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지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만나 본 부탄연구원 원장 다쇼 카르마 우라는 부탄 국민총행복이 단순한 추상 개념이 아니라, 부탄의 국정 운영 평가 체제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생활수준, 교육, 건강, 문화 다양성과 회복력, 공동체 활력, 시간 사용, 심리적 웰빙, 생태적 다양성, 굿 거버넌스 등 9개 영역에 맞춘 33개의 지표를 국정 운영의 지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서울서베이(2015) 결과에 의하면 서울시민의 행복지수는 낮지만 다행히 높아지고 있다. 가장 행복한 상태를 10점 만점으로 질문해 보았더니 평균 6.92점이라고 응답했다. 아주 좋은 점수는 아니지만, 2009년에 6.54점이었던 것이 2011년 6.65점으로, 그리고 2013년에 6.86점으로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행복에 대한 분야별 점수를 살펴보면 자신의 건강 상태는 7.16점, 가정생활은 7.14점, 주위 친지·친구와의 관계는 7.08점, 사회생활은 7.01점, 자신의 재정 상태는 6.21점을 보이고 있다. 자신의 재정 상태가 가장 낮은 점수이며, 연도별 추이를 보아도 서울 시민의 재정 상태만 나빠졌다. 국가경제의 근간이 되는 가계경제가 위기라는 것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빨간불이 켜졌으니 늦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나이에 따라 행복지수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0대의 행복지수는 7.21점이고, 30대는 7.13점, 50대는 6.91점인데, 60살 이상은 6.34점이다. 건강 분야의 점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과 함께, 재정 상태도 나빠지고 있고, 주위 친지·친구와의 관계도, 가정생활도, 사회생활도 모두가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령화 사회에 노인의 행복지수가 낮아진다는 역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통계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서울 시민이 재정적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하고, 노인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의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를 만들어 놓고 이를 관리해서 생활 속의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개발 시대에 무분별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중요 국가정책에 대해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졌던 것처럼, 국민행복 시대에 부응해 중요 정책에 행복영향평가를 제도화하면 좋겠다. 국민행복 시대를 선언한 대통령부터 나서면 더욱 좋겠고, 아니면 서울시장부터라도 시작하면 어떨까! 서울을 행복특별시로 만들기 위한 첫번째 발걸음으로….

이창현


국민대 교수·전 서울연구원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