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이해 지역의 택시 봉사모임이 혼자 살거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들이에 나서고 있다. 성북구·구로구의 택시 기사들이 마음을 모아 주민들과 함께 나들이 봉사를 수십 년 이어와 눈길을 끈다.
지난 10일 오전 9시 성북구 정릉1동주민센터엔 한껏 차려입은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주민센터 앞 주차장엔 택시 15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어르신 40명과 택시 기사들, 새마을부녀회원과 주민자치위원 30여 명이 모였다. 1년에 한 번 동네에 혼자 살거나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모시고 임진각 일대로 나들이를 가는 날이다.
어르신 3명과 이들을 도울 주민, 택시 기사가 한 모둠(
사진)을 이뤄 나들이를 떠났다. 홀몸어르신들을 태운 택시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과 통일전망대 등을 돈 뒤 오후 4시 무렵 주민센터로 돌아왔다.
택시봉사대가 처음 홀몸어르신들을 태우고 나들이에 나선 것은 1980년이다. 그 시절 택시 차고지가 많았던 정릉에서 외로운 어르신들을 위해 기사들이 마음을 모았다. 이들은 정릉동에 살거나 정릉동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1년에 한 번, 쉬는 날에 모여 어르신들과 함께 나들이를 떠났다. 하지만 회사를 옮기거나 지역을 떠나는 이들이 생기면서 2003년부터 나들이 봉사는 중단됐다.
2012년 택시봉사대 회장이었던 남상준(67)씨 제안으로 봉사가 다시 시작됐다. 남씨가 정릉1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 회장을 맡으면서 택시봉사회를 새로 꾸렸다. 새마을 관련 단체와 연계해 나들이 봉사를 해왔다. 남씨는 “1년에 한 번 어르신들을 돕는 일인데 이 정도도 못하면 봉사가 아니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꾸준히 이어나가려 한다”고 했다.
구로구 나들이봉사단도 15일 안산시 대부도로 홀몸어르신들과 봄 소풍을 떠난다. 나들이봉사단은 지역의 8개 법인택시 기사들이 모여 2003년 만들었다. 창단 뒤 17년간 4245명의 이웃에게 이동 봉사를 펼쳐왔다. 중증장애인, 투석 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병원 진료와 문화 체험 등 외출을 도운 것이다.
이번 봄나들이에는 택시 기사 20명이 홀몸어르신 40명의 발이 된다. 차량마다 나들이 봉사단원, 안내 봉사자, 어르신 2명이 탄다. 봉사단원은 행사 뒤 어르신들을 집까지 모셔다 드리며 일정을 마무리한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사진 성북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