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경쟁보단 치유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클래식을 전공한 크리에이터 추예지(33)씨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이렇게 밝혔다.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왔지만 그가 해왔던 음악에 아쉬움을 느꼈다. “타악기를 전공했는데 막상 현실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좁아지더라고요.” 그가 전공한 마림바(나무로 된 건반들이 배열된 실로폰의 한 종류)는 크기가 커서 불러주는 곳도 많지 않았단다.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주목받지 못한 아쉬움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체 ‘세컨더리 퍼커션’을 결성하는 계기가 됐다. 팀 이름을 ‘2차적 타악기’로 지은 이유도 “1차적인 본능보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라 고백했다.
“유학 후 대만에서 열린 콩쿠르를 1년간 준비했어요. 경연 전날 약을 잘못 먹어 1차 오디션에서 떨어졌는데, 결과만 중시하는 경쟁에 지쳤어요.” 그는 채점 받는 연주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눈길을 돌린 것이 1인 미디어로 주목받는 유튜브. “마림바는 검색해도 자료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래서 애니메이션, 영화음악, 가요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커버곡을 연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제작된 영상은 빠른 연주곡으로 유명한 림스키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인데, 현재는 조회 수가 무려 83만 번을 넘는다. 그에게 음악에서 미디어로 방향을 바꾼 것이냐 물으니 단호하게 답했다. “원하는 바는 변함없어요. 많은 사람이 마림바 연주자로 봐주길 바랄 뿐이에요. 이제는 영상을 통해서 악기에 관심이 높아진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그는 함께 공부했던 연주자들을 영상으로 담고 있다(
사진).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스팍TV 채널(youtube.com/user/sfacmovie)을 통해서 오는 24일에 공개된다.
■ 추예지는 한양대학교에서 관현악과를, 도쿄음악대학 대학원에서 기악과 타악기를 전공했다. 연세대학교(2006), 성신여자대학교(2006), 음악교육신문사(2009), 수원문화진흥원 콩쿠르(2010)에서 입상했다. 금호아트홀에서 마림바 독주회(2011), 국제 마림바페스티벌 대만(2017), 도쿄음악대학 100주년 기념관 마림바 독주회(2017) 등에 참여했다. 현재는 세컨더리 퍼커션 건반 주자, 서울산업진흥원과 서울문화재단에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