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기 싫어하는 우리 아이, 괜찮을까?
이기는 것에 집착하는 아이, 육아법
등록 : 2016-05-27 08:48 수정 : 2016-05-27 11:20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에게는 이기고 지는 것 뒤에 숨겨져 있는 유쾌한 경험들을 알려 줘야 한다. 아이의 도전 자체를 칭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를 칭찬해보자.
아이를 이렇게 대하지는 않나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또는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며 품속에 끼고 키우려는 부모가 있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에 무엇이든 해 주고, 어떤 일이든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준다. 단추를 끼울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엄마가 끼워 주고 아빠가 떠먹여 주는 식이다. 처음에는 스스로 해 보려 했던 아이도 부모의 손길이 어느새 편안해지고 익숙해진다. 노력하지 않아도 기다리기만 하면 엄마 아빠가 다 된 완성품을 만들어 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에게는 포기하고 실패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난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하며 내 것을 양보할 일도 생기고, 전체를 위해 나를 희생해야 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가 있다면 게임에서 질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는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이와 반대로 모든 것을 규칙대로 행동하도록 억압하는 부모도 있다. 늘 엄마 아빠가 바라는 대로 순응해야 하는 아이는 모든 상황을 일종의 ‘정해진 법칙’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 어릴 때부터 강압적인 부모 아래 자란 아이들은 언제나 모든 상황이 틀에 맞춰져야만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큰일이라도 난 듯 불안해한다. 실패할 상황은 처음부터 피해 버리기도 하고,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 부닥치면 불안감에 울음을 터뜨리거나 다른 핑계를 대기도 한다. 아이에게 ‘이기는 것’은 단순한 승리라기보다는 ‘안정감을 찾기 위한 자기 보호의 행동’인 셈이다. 아이를 배려하지 않고 어른의 잣대로 생각하는 태도도 잘못된 양육법이다. 가끔 아이와 놀이할 때마다 아이의 약을 올리는 어른들이 있다. 아이가 성공할 듯 말 듯한 상황을 계속 만들며 열심히 아이의 약을 올리고 아이가 실패하면 지나치게 놀리기도 한다. 그래놓고 아이의 반응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웃고 넘긴다. 이럴 때 아이는 놀아도 하나도 즐겁지 않다. 오히려 화만 늘어날 뿐이다. 분노가 쌓인 아이는 반드시 이기고 말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이렇게 대해 주세요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실패를 피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실패를 견디는 힘을 키워야 훌훌 털고 다음 도전을 할 수 있다. 과잉보호, 강압적 태도, 결과만을 중시하는 태도들이 모여 아이에게 ‘성공만 생각하는 마음’을 심어 준다.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라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는 ‘유쾌하게 지는 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 이기고 지는 것 뒤에 숨겨져 있는 유쾌한 경험들을 아이에게 알려 줘야 한다. 아이의 도전 자체를 칭찬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태도를 칭찬하자. 지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아이에게는 ‘상황이 언제나 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어야 한다. 변화를 무서워하는 아이는 계획과 다른 상황을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부모가 나서서 아이에게 상황이 바뀌었음을 알려 주고 안심시켜 줘야 한다. 처음에는 예정에 없던 변화에 힘들어하겠지만, 여러 번 겪다 보면 변화 자체가 그리 위험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변화에 대한 내성도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모든 일을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 물론 아이가 성공할 만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차츰차츰 아이가 사소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해보자. 자율성을 존중 받는 아이는 스스로 일을 계획하고 처리하는 것을 즐긴다. 도전 자체를 뿌듯해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아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로 두근거리게 될 것이다. 함께 게임하고 놀이하며 이기는 것뿐 아니라 지는 것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 줘야 한다. 지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도 깨닫게 될 것이다. 글·사진 서숙연 <해빛> 대표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