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고즈넉한 사찰 속 독서 공간

동대문구 ‘회기마루 작은도서관’

등록 : 2019-05-30 16:53
동대문구 회기동 연화사 안에 문을 연 회기마루 작은도서관. 동대문구 제공
업무, 학업, 가사일 스트레스를 뒤로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은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쉼터가 아닐까.

동대문구 회기동에 지난 7일 사색의 공간 몫을 할 작은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연화사에 자리잡은 ‘회기마루 작은도서관’이 주인공이다. 시끌벅적한 도심을 뒤로하고 몇 걸음을 내디디면 닿는 절 안에 작은 독서 공간이 마련됐다.

동대문구는 연화사와 손잡고 주민의 평생교육을 지원하고 건전한 독서 문화를 이루기 위해 구비 8천만 원을 도서관 조성 비용으로 지원했다. 책을 사고 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은 연화사가 전담한다.

56.47㎡(17평) 규모에 36석의 열람석, 장서 3천 권을 갖춘 이곳은 북카페 느낌이 물씬 난다. 좌석 공간이 넓어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고, 도서관 한쪽에는 작은 카페가 있어 음료도 함께 마실 수 있다. 도서관의 널찍한 창문 너머로는 연화사 대웅보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공간에서 책을 읽고 사찰의 풍경을 바라보면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도서관 옆에는 차를 마시고 이웃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박한 공간도 연결돼 있다. 도서관 안에서 하지 못한 토론의 장을 펼치기에도 좋은 곳이다.

연화사는 회기동 천장산 자락에 있는 작은 사찰로, 1499년(연산군 5년) 연산군의 생모 폐비 윤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됐다. 주변에는 주택뿐만 아니라 경희초등학교, 경희여중·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경희의료원 등이 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오간다.

접근성이 좋은 연화사 안에 마련된 회기마루 작은도서관에는 학생, 주부, 직장인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교 독서 동아리 학생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학문을 탐구하는 시간도 갖고, 장보고 돌아가는 길에 들른 주부들이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두고 사색을 즐기기도 한다. 초·중·고등학생 하교 시간에는 좋은 지식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동대문구에는 오는 7월, 배봉산에 지상 2층 연면적 528㎡(160평) 규모로 공공도서관인 ‘숲속도서관’(가칭, 전농동 산 32-20)이 건립된다. 책을 통해 숲을 이해하고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생태 중심 도서관인 숲속도서관이 개관하면 회기마루 작은도서관과 더불어 도심 속 쉼터 몫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기마루 작은도서관은 동대문구 경희대로3길 56 연화사 1층에 있으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주말은 휴관한다.

잠시 일상생활의 부담을 내려두고 쉬고 싶을 때, 좋은 사람들과 만나 책과 삶을 이야기하고 싶을 때, 동네 사랑방에 들르듯 회기마루 작은도서관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현진선 동대문구 언론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