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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겸수의 새벽 5시 북한산행…성장현의 새벽 6시 동네 목욕탕
구청장들의 아침
등록 : 2019-06-07 14:47
구청장의 이른 아침 일정은
본인의 건강 챙기기 넘어
주민 접촉과 민원 접수를 통해
정치적 기반 넓히기 성격 지녀
5월24일 새벽 5시가 조금 지난 시각,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 앞. 약속 시간에 3분 정도 늦게 도착한 기자가 택시 문을 급하게 열고 내리자 산새들이 먼저 반갑게 맞이한다. 먼저 와 기다리던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공기가 상큼한 게 벌써 다르잖아요” 하며 북한산 예찬론을 펼치면서 북한산국립공원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박 구청장은 2010년 강북구청장에 당선된 뒤 9년 동안, 비 오는 날 같은 궂은날을 빼놓고는 거의 매일 새벽 5시에 북한산 산행을 시작하며 아침을 열었다. “강북구청 설계의 영감을 북한산에서 얻는다”는 그는 요일마다 코스를 바꿔 다녀, 북한산의 거의 모든 코스를 1시간 반에서 2시간이면 끝낸다.
아침 산행 중 만나는 20여 명 주민에게 “좋은 하루 되세요” 하고 꼭 인사한다. 북한산공원 가는 길목에 마을버스를 세워놓고 빗자루질하는 버스 기사를 보았다. 박 구청장은 다가가 꾸벅 절하며 말한다. “정리를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수암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목에서는, 70대 여성이 다가와 “충성!” 하고 경례했다. 박 구청장도 웃으며 경례했다. “저분은 예전에 음식점을 했던 분”이라며 기자에게 친절하게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산 입구에 있는 백운체육회에 들르니 “늘 내려오는 길에 오시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올라올 때 찾아왔느냐”며 이곳저곳에서 인사를 건넨다. 박 구청장은 “오늘은 코스를 조금 바꿔봤다”며 익숙하게 회원들에게 악수를 청한다.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기회가 돼요. 만나는 주민들께서 동네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동네 소식이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고 해야 할까요.” 박 구청장은 이렇게 아침 산행을 주민들과 친교를 강화하는 장으로도 활용하는 듯했다. 소문난 호주가인 그는 주말에는 등산 뒤 산을 찾은 주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려 잔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민원도 접수한다고 했다. “정이 담긴 잔을 거절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웃음 지었다. 오랫동안 아침마다 북한산을 오르다보니 산책로의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의 변화까지 상세히 파악하게 됐다. 북한산 어귀 다리 위에서는 아래쪽의 큰 바위를 가르키며 지난번 홍수에 떠밀려온 것이라고 알려준다. 지난여름 강풍에 뽑혀 버린 큰 소나무 자리에서 자라는 애기 소나무를 보여주며 “주민들이 잘 자라라고 이끼까지 덮어주었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순국선열 16분의 묘를 모신 북한산 기슭을 가리켜 “하늘이 내린 망자들의 고향”이라 하며, 강북구를 ‘역사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용산구청장 28년째 아침 목욕탕행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1991년 구의원 당선 후 28년째 아침 6시면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집에서 3분 거리인 대중목욕탕. 널따란 평상 앞에서 맨손체조, 팔굽혀펴기로 몸을 푼다. 새벽 사우나 시간은 성 구청장의 유일한 운동 시간이자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목욕탕은 때로 민원실로 바뀌기도 한다. 구청장이 매일같이 목욕탕을 찾는다는 소식에 부러 민원 거리를 들고 목욕탕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구청 쪽은 귀띔한다. 성 구청장은 평상에 앉아 주민들과 말 그대로 맨몸 소통을 하기도 한다. ‘아침 청소 소통’ 성북구청장·중랑구청장
지난해 7월 민선 7기 구청장으로 첫 임기를 시작한 이승로 성북구청장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벌써 1년 가까이 규칙적으로 아침 청소를 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구청장이 되자마자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아침 7시부터 성북구의 골목을 찾아 청소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 구청장의 차에는 현장을 돌아다닐 때 입는 점퍼와 운동화가 항상 있다. 이 구청장의 청소 활동에 대해 초기에는 일회성, 보여주기용 아니냐는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주 4회 이상 지역의 200여 곳을 찾아 청소하며, 주민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진심을 전달했다.
이 구청장의 아침 청소 활동이 길거리만 깨끗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성북구는 전국에서 재개발사업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 주민들 간의 갈등, 그사이 낭비된 시간과 공간 등 성북에는 보이지 않는 상처들이 있다. 이 구청장은 날마다 청소하면서 주민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상처를 치료하려 한다. 실제 주민들은 “솔직히 당선 이후에나 잠깐 하고 말 거라고 생각했는데, 날마다 나오는 모습을 보니 진정성이 느껴진다”거나 “의심했던 내가 구청장이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 날 같이 빗자루를 들었고, 구청장과 소통하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변화를 보인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매주 한 번씩 아침 7시부터 1시간여 동안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골목골목을 청소한다. 취임 직후인 7월 말부터 더우나 추우나 한 주도 빠짐없이 16개 동과 청소 취약 지점을 다니며 길거리 청소에 나섰다. 처음 청소했던 중화동에서 “아무리 바빠도 임기 4년 내내 새벽 청소와 봉사활동은 빼먹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던 다짐을 지키고 있다.
주민과 함께 무단 투기된 쓰레기, 이면도로의 묵은 쓰레기, 빗물받이 속 쓰레기를 줍고, 담배꽁초와 잡초 등을 없앤다. 지난 5월 중순까지 모두 38차례 동안 함께한 주민만 1764명, 처리한 쓰레기 양만 23.8톤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새벽 청소는 소통의 창구이기도 하다. 중랑구 곳곳의 현장을 보고 주민과 함께 청소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 그것이 류 구청장이 매주 빠짐없이 새벽 청소를 하는 이유다. 청소에 함께 참여한 주민들은 “무단투기 방지용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가 필요해요” “도로가 파손되어 불편합니다” “노후된 어린이 놀이 시설물을 보수해주세요” “무단 투기 안내판 부착이 필요해요” 등 다양한 요청을 한다. 이에 류 구청장은 바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 예산 반영이 필요한 문제 등을 점검하며 불편 사항을 처리한다.
주민과 함께하는 청소는 구청장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도 있다. 주민에게 “내 집 앞, 내 점포 앞을 쓸어달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구청장이 청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주민들도 동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청소하며 중랑구 구석구석을 살피고,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청소한 뒤 해장국 한 그릇 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고, 그 안에서 구청장으로서 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아침 도보 출근 박준희 관악구청장
박준희 관악구청장의 아침은 도보 출근으로 열린다. 자택이 있는 은천동에서 관악구청까지 30분 정도 거리(1.77㎞)를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날마다 걸어서 출근한다. 출근하는 직장인과 학생들,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들, 아침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어려운 점, 생활에 불편한 문제를 귀 기울여 듣는다.
지난해 7월2일은 구청장으로서 첫 출근길이었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한 어르신이 차가 씽씽 달리는 8차선 남부순환로에서 무단횡단하는 모습을 보고, 달려가 차를 막고 어르신을 구해드린 일도 있다. 10월 중순께 출근길에서는 관광고 교사에게서 은천초교와 관광고 근처에 보행로 설치 공사 중인데, 중간에 길이 끊겨 학생들이 위험하다는 건의를 받았다. 박 구청장은 이를 확인한 뒤 계단과 함께 보행로를 만들어 급경사로 생기는 위험을 막았다고 한다.
김도형·이현숙·원낙연·이충신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박겸수 강북구청장(오른쪽)이 5월25일 새벽 북한산국립공원 산책 중 공원 어귀의 백운체육회에 들러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강북구 제공
약수암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목에서는, 70대 여성이 다가와 “충성!” 하고 경례했다. 박 구청장도 웃으며 경례했다. “저분은 예전에 음식점을 했던 분”이라며 기자에게 친절하게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산 입구에 있는 백운체육회에 들르니 “늘 내려오는 길에 오시더니 오늘은 어쩐 일로 올라올 때 찾아왔느냐”며 이곳저곳에서 인사를 건넨다. 박 구청장은 “오늘은 코스를 조금 바꿔봤다”며 익숙하게 회원들에게 악수를 청한다. “주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기회가 돼요. 만나는 주민들께서 동네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시니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동네 소식이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고 해야 할까요.” 박 구청장은 이렇게 아침 산행을 주민들과 친교를 강화하는 장으로도 활용하는 듯했다. 소문난 호주가인 그는 주말에는 등산 뒤 산을 찾은 주민들과 허물없이 어울려 잔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민원도 접수한다고 했다. “정이 담긴 잔을 거절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웃음 지었다. 오랫동안 아침마다 북한산을 오르다보니 산책로의 나무 한 그루, 돌 하나의 변화까지 상세히 파악하게 됐다. 북한산 어귀 다리 위에서는 아래쪽의 큰 바위를 가르키며 지난번 홍수에 떠밀려온 것이라고 알려준다. 지난여름 강풍에 뽑혀 버린 큰 소나무 자리에서 자라는 애기 소나무를 보여주며 “주민들이 잘 자라라고 이끼까지 덮어주었다”고 한다. 박 구청장은 순국선열 16분의 묘를 모신 북한산 기슭을 가리켜 “하늘이 내린 망자들의 고향”이라 하며, 강북구를 ‘역사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용산구청장 28년째 아침 목욕탕행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1991년 구의원 당선 후 28년째 아침 6시면 집을 나선다. 목적지는 집에서 3분 거리인 대중목욕탕. 널따란 평상 앞에서 맨손체조, 팔굽혀펴기로 몸을 푼다. 새벽 사우나 시간은 성 구청장의 유일한 운동 시간이자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목욕탕은 때로 민원실로 바뀌기도 한다. 구청장이 매일같이 목욕탕을 찾는다는 소식에 부러 민원 거리를 들고 목욕탕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구청 쪽은 귀띔한다. 성 구청장은 평상에 앉아 주민들과 말 그대로 맨몸 소통을 하기도 한다. ‘아침 청소 소통’ 성북구청장·중랑구청장
이승로 성북구청장(맨 오른쪽)이 아침 청소를 하고 있다. 성북구 제공
류경기 중랑구청장(왼쪽)이 아침 청소를 하고 있다. 중랑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