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꽃은 배우입니다.”
연출가 문삼화(52)는 오는 7~22일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 무대에 오르는 <거리의 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이렇게 밝혔다. 10년 전, 스승이었던 유인촌으로부터 독립해 무대에 올렸던 초연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평론가적 분석을 지양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연출가는 “테이블에 앉아 대본을 보며 내뿜는 분석은 배우의 자유로운 해석을 제한할 뿐”이라며, 배우들에게 개막 직전까지 “대본을 자기 것으로 만들라”고 강조했다 한다. 이처럼 늘 해왔던 방식에서 조금은 ‘엉뚱하게’ 보이고 싶은 바람이 자신만의 연출 기법이란다. 그래서 극단명도 ‘공상집단 뚱딴지’인지 모른다.
그의 작업 스타일은 다른 곳에서도 잘 나타난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주디스 톰슨의 동명 소설을 직접 번역했는데, 원래 다문화를 상징하는 캐나다 현실을 반영해 유색인종, 이민자 등 소외된 자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연극엔 단절된 소통과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 현실을 반영했다. 이처럼 원작이 가진 본연의 뿌리를 가진 채 자기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불예측성을 고집한다. “영문학자의 번역이 의미를 전달하는 데는 적합하죠. 그런데 공연에도 그럴까요? 배우들의 살아 있는 연기를 위해 최대한 구어체로 번역합니다.”
<거리의 사자>는 길을 잃었다고 생각한 소녀가 자신이 죽은 줄 모르고 집을 찾아헤매는 내용이다. 여기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 학부모에게 항의를 받은 교사, 암으로 죽어가는 여자 등 비극적 인물이 출연한다. ‘옴니버스처럼 등장하는 비극의 종합세트’라 이르는 그는 이 연극에서 무엇을 전하고 싶은 걸까. “얼마 전 종방한 드라마의 주연배우가 시상식에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어요. 그냥 당신의 삶을 사세요’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걷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를 느끼지 않을까요?”
■ 문삼화는 극단 유(1999~2009)에서 연극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이자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 연극 베스트7(2013), 제16회 김상열연극상(2014)과 올해의 연출가상(2017)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마귀> <일곱집매> <라이방>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지상 최후의 농담> <바람직한 청소년> <안녕, 아라발!> <애니깽>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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