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가는 기차의 출발역

서울의 작은 박물관⑧ 종로구 삼청동 삼청기차박물관

등록 : 2019-06-20 15:23
축소 모형 회사 다니던 조성원씨

40년 가까이 축소 모형 기차에 열정

2016년 현재 자리에 문 열어

굽은 길과 주변 풍경마저 똑같이

삼청기차박물관 2층에 있는 축소 입체 모형. 기차가 지나가는 동선을 따라 각각 다른 주제의 입체 모형이 배치됐다. 작동 버튼을 누르면 기차가 기찻길을 따라 움직인다

축소 모형 기차에 수십 년 세월을 바친 한 사람이 있다. 그 분야 직장인에서 그 분야의 사업가로, 그리고 이제는 그 분야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사람, 종로구 삼청동의 삼청기차박물관 조성원 관장이다. 우리나라에 축소 모형 기차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은 그의 꿈으로 가는 출발역, 삼청기차박물관을 다녀왔다.

축소 모형 기차 테마파크를 만드는 게 꿈


“제 꿈은 우리나라에 축소 모형 기차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삼청기차박물관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삼청기차박물관 관장 조성원씨는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미니어처 원더랜드’의 예를 들어 꿈을 구체화한다.

“함부르크의 미니어처 원더랜드를 보고,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축소 모형 기차만 있는 게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생활공간과 자연이 축소되어 그 안에 있는 거죠. 거기에서 실물과 똑같은데 크기만 작은 자동차, 기차, 비행기 같은 게 움직입니다. 어른 아이 누구나 눈을 떼지 못하더라구요. 2천 평 정도 되는 터에 전시관이 600평 정도 됩니다. 거기를 1년에 120만 명이 다녀가는 거죠.”

그가 어릴 때부터 축소 모형을 좋아한 건 아니다. 1970년대에 취업을 위해 알아본 직장이 축소 모형을 제작하는 곳이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직장인 중 한 명이었지만, 그는 자기 손을 거쳐 만들어진 완제품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에 점차 매력을 느꼈다. 그게 좋았다. 어떨 때는 3일 밤낮을 꼬박 일한 적도 있다.

삼청기차박물관 옥상 전망대에서 본 풍경.

축소 모형 기차에 대한 애정은 그를 직장인에서 사업가로 변신시켰다. ‘일신주물’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차린 것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축소 모형 기차를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일본·독일·미국 등이 큰 시장이었다. 외국에서 알기 쉽게 회사 이름도 ‘한국부라스’로 바꿨다.

처음에는 ‘한국에서도 이런 걸 만듭니까?’라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어렵게 따낸 계약을 보기 좋게 해내기 위한 그의 마음속 한마디는 ‘신용’이었다. 계약서에 적힌 대로만 하지 않았다. 작은 거 하나라도 더 노력하는 모습을 외국 회사에 보여줬다. 지금까지 그가 지키고 있는 신념 중 하나가 품질과 신용으로 감동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축소 모형 기차에 바쳤다.

축소 모형 기차가 달리는 축소 모형의 세상

삼청기차박물관 1층 전시장.

삼청기차박물관 1층 전시장 한쪽에 한국부라스(주)라고 새겨진 ‘수출의 탑’ 기념패가 있다. 축소 모형 기차에 대한 그의 애정과 노력의 결과이자 꿈을 이루기 위한 밑거름인 셈이다. 꿈으로 가는 기차의 출발역이 삼청기차박물관이다.

그는 2016년 3월 종로구 삼청동 지금의 자리에 삼청기차박물관 문을 열었다. 한국부라스(주)가 직접 제작한 축소 모형 기차와 설계도면, 관련 분야 책과 수집품 등 1천여 점이 전시됐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시 공간 중 사람들의 발걸음을 가장 오래 머물게 하는 곳은 2층이다. 축소 모형 기차가 축소 모형으로 만든 풍경에 놓인 기찻길을 달린다. 2층 전시 공간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출발 버튼을 누르면 기차가 달린다. 외국 시골 마을 나무로 지은 집 옆 긴 의자에 앉아 있는 노부부, 그 옆에서 밭을 일구는 사람들, 그 앞 기찻길로 기차가 지나간다.

강가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 뱀을 보는 사람들과 강물에서 노는 물고기를 쳐다보는 사람들 위 철길로도 기차가 지나간다.

외국 시골 마을 돌로 만든 집 앞 기찻길로 지나가는 기차는 조금 전 철교를 건너왔다. 높은 철교 난간에서 번지점프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누군가는 벌써 점프를 해서 공중을 날고 있다. 그 아래 푸른 풀밭에서 소들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농가 앞마당에서 젖소의 젖을 짜는 아저씨 옆에 송아지가 서 있고 그 앞에 기찻길이 놓였다. 바위산 꼭대기에 눈 쌓인 성이 있고, 바위산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가들의 모습도 보인다.

어디에는 꼭 있을 것 같은, 혹은 실제로 있는 자연 풍경과 사람 사는 공간의 축소 모형 속에 아주 작게 만든 사람과 동물과 식물의 미니어처를 만들었다. 고정된 미니어처는 멈춘 시간이다. 멈춘 시간 속 움직임 없는 아주 작은 축소 모형들의 손짓과 발걸음, 심지어 눈길이 머무는 곳에도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축소 모형은 그렇게 사람의 상상 한계를 넓힌다. 그 상상의 세계에서 실제와 똑같은 모양의 축소 모형 기차가 기찻길을 달린다.

삼청기차박물관 외부에 있는 축소모형기차.

꿈으로 가는 첫 발자국, 삼청기차박물관

2층 전시장 한쪽에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은 느낌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 의자에 앉으면 달리는 기차 의자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진동이 느껴진다. 눈앞에 기차가 달리는 영상이 나온다.

3층 실내 전시장에는 탄현역 일대의 건물과 도로 등을 그대로 축소한 모형이 있다.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면 역 플랫폼에 불이 들어오고 기차가 움직인다. 역사 옆 건물 사이 도로와 도로 주변 시설물들, 도로 위 차들을 축소한 모형이 실제보다 더 깊게 새겨진다. 3층 외부 전시장에도 움직이는 축소 모형 기차가 있다. 기차의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3층 위 옥상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트인다.

1층 전시장은 축소 모형 기차가 전시된 공간이다. 축소 모형 기차를 만드는 설계도도 전시했다. 축소 모형 기차 제작을 주문한 외국 구매자의 요구 사항이 빽빽하게 적힌 설계도도 있다.

삼청기차박물관 1층에 전시된 축소모형기차들.

삼청기차박물관 1층에 전시된 종. 실제로 증기기관차에서 사용하던 종이다

축소 모형 기차는 단순한 조립식 완구가 아니다. 실제 기차를 일정 비율로 축소해 실제와 똑같이 만들었다. 실제 기차의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축소비율에 따라 해당 설계도를 그리고 그에 따라 축소 모형을 제작한다. 기차만 축소 모형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축소비율에 따른 기찻길도 만든다. 그 기찻길 위에서 축소 모형 기차는 움직인다. 굽은 기찻길 곡선의 각도 계산 또한 실제 기찻길을 만들 때와 같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선하게 된다.

기찻길 주변 풍경도 축소 모형으로 만든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의 미니어처 또한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축소 모형이기 때문에 더욱더 실제같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람객이 더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마음의 움직임, 감동은 그곳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삼청기차박물관은 조 관장의 꿈으로 가는 첫발자국이며, 축소 모형 기차의 세계로 사람들을 안내하는 출발역이다.

삼청기차박물관 3층에 있는 축소입체모형. 탄현역 주변 시가지를 똑같이 축소한 것이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