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장바구니 든 주민 늘었어요” 비닐 사용 자제 운동 ‘효과’

서울시, 시민단체와 손잡고 5대 플라스틱 줄이기 나서

등록 : 2019-06-20 16:02
일회용 컵·빨대·비닐봉지

배달 용품·세탁 비닐 줄이기

“22년까지 사용량 50% 줄이고

재활용률 70% 증가” 목표

19일 동작구 상도로 성대시장에서 마명화 회장(앞줄 왼쪽) 등 동작구새마을부녀회원과 성대시장 상인회 상인들이 시장 안을 돌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안 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부녀회 등은 이날 장보러 온 주민들에게 비닐봉지 대신 쓸 에코백과 장바구니를 나눠주기도 했다(오른쪽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12일 용산구 용문시장, 장보러 나온 주민들 가운데 같은 모양의 장바구니를 든 시민이 눈에 많이 띄었다. 비닐봉지를 쓰지 않고 장보는 주민들에게 서울시새마을부녀회가 기증한 장바구니다. 올해 4월부터 이 시민단체는 서울시상인연합회와 협약을 맺고 서울 시내 전통시장 10곳에서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19일 동작구 성대시장, 20일 마포구 아현시장 등에서는 속비닐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신문지를 모아 전달하는 운동도 벌어졌다. 시와 새마을부녀회는 매월 두 번씩 전통시장을 돌며 시민과 상인들에게 비닐봉지 사용 자제를 당부하고, 비닐봉지 없이 장을 보면 장바구니를 증정하는 등 비닐봉지 사용 줄이기 실천 운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처럼 서울 곳곳에서 폐플라스틱을 우리 일상에서 몰아내 깨끗한 환경을 지키려는 운동이 지난해 9월부터 시민단체 주도로 전개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실천 운동’은 일회용 컵과 빨대, 비닐봉지, 배달 용품, 세탁소의 일회용 비닐 커버(세탁 비닐)를 가장 심각한 폐플라스틱 발생 5대 용품으로 꼽고, 시민단체별로 전담 품목을 정해 집중 캠페인을 벌인다. 서울시와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나선 시민단체는 시장 비닐봉지 줄이기를 맡은 서울시새마을부녀회를 비롯해 서울환경연합(일회용 컵과 빨대), 녹색미래(배달 용품), 한국여성소비자연합(세탁 비닐) 등이다.


현재 폐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인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2만m 심해에서 발견돼 충격을 주는가 하면,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입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는 등 각국이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회용 컵이 연간 257억 개, 일회용 빨대 100억 개, 비닐봉지 211억 개, 세탁 비닐 4억 장 정도가 쓰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플라스틱 사용량은 국민 1인당 연간 132.7㎏으로, 미국 93.8㎏, 일본 65.8㎏보다 높은 실정이다. 서울시는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폐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을 선언하고 오는 2022년까지 서울 시내 전체 사용량의 50%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70%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워놓았다.

“일회용 컵, 빨대를 쓰지 말자”

일회용 컵과 빨대는 프랜차이즈 식음료 매장에서 제공이 금지되면서 사용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소비자가 사들고 나가는 테이크아웃 시스템이다. 서울시와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에게 되도록 텀블러를 쓸 것을 당부하는 한편, 업계에는 플라스틱제 대신 종이컵 사용을 유도한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변재윤 주무관은 “서울환경연합과 함께 카페에서 주문받을 때 빨대를 제공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고 대학 축제, 행사장 등에서 빨대 사용을 자제하는 캠페인을 할 예정”이라면서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플라스틱 프리 카페’를 포상하고, 대학가에서는 학생회, 동아리 등 학생 자치 활동 차원에서 플라스틱 사용 반대 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달 음식, 종이 포장 쓰자”

사용량 줄이기가 가장 쉽지 않은 품목이 배달 음식 포장 용지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과 비닐 포장과 일회용 젓가락 제공을 자제하는 협약을 맺었다. 최대 규모의 한 배달 업체는 일회용 수저 제공을 소비자 선택 사항으로 돌리는 등 인식 개선에 앞장서기도 했다. 또 업계 차원에서 비닐 포장 대신 종이가방을 쓰고, 피자처럼 종이박스를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변 주무관은 “치킨 업체에 비닐 대신 종이 사용을 장려하고 싶으나, 종이가 비닐보다 원가가 높은 게 걸림돌”이라며 환경부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접근을 희망하고 있다.

“세탁 비닐 필요 없어요”

언제부턴가 세탁물에 비닐 커버를 씌우고 있으나, 이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 편에서 이것을 서비스라 여기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은 지난 5월부터 서울 시내 900여 세탁소를 직접 방문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또 ‘우리 동네 세탁비닐 줄이기 서포터즈’를 양성해 소비자 차원에서 비닐 커버를 요구하지 않는 인식 개선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서울시는 ㅋ업체 등 대표적인 세탁 프랜차이즈 업체와도 세탁 비닐을 줄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비닐봉지 노! 장바구니 예스!

장볼 때 상인이나 소비자 모두 별생각 없이 많은 비닐봉지를 쓰고 있다. 그러나 품목에 따라서는 비닐봉지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환경을 위해 비닐봉지 제공이나 요구를 서로 자제하고 시장바구니를 적극 사용하는 시민 의식이 절실하다. 변 사무관은 “지난 12일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캠페인을 벌이며 장바구니를 기증했더니 반응이 매우 좋았다. 과일이나 채소 등 장바구니에 바로 담을 수 있는 것은 비닐봉지를 쓰지 않는 게 당연시되도록 적극 알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시민 실천 운동 결과를 바탕으로 11월께 시민단체별 운영 성과 토론회 등을 열어 더 나은 운동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최규동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텀블러 들고 다니기, 빨대 사용하지 않기, 장바구니 사용하기, 배달 음식 일회용 수저 받지 않기, 세탁 비닐 커버 받지 않기 등 일상생활 속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며 시민운동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많은 시민이 동참해주기를 희망했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