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흐릿함 속의 다양성

사진전 ‘모뉴먼트’ 여는 김민호

등록 : 2019-07-04 14:33
“제 작품이 약간은 모호하고 흐릿하게 보이지 않나요?”

동양화를 전공한 김민호(45) 사진작가는 오는 16일까지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조선에서 여는 전시 ‘모뉴먼트’(Monument)를 본 소감을 이렇게 물었다. 브란덴부르크문(사진) 등 출품작 15점을 꼼꼼히 살펴보면 도수가 안 맞는 안경을 쓰고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물이 겹쳐 보인다. 작품들이 하나같이 선명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그것이 자신만의 작업 비법이라 했다.

“대상을 하나의 피사체로 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이동하며 찍은 100여 장의 이미지를 겹쳐 쌓은 레이어(찰나적 이미지)들의 모음입니다.” 이는 대상을 선정한 후 공간을 이동하면서 찍은 횡적인 이미지들과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종적인 이미지들을 작업 안에 쌓는 방식이다.

작가는 흐릿한 작품으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이런 방식은 ‘추모하는 조형물’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합니다.” 그는 재작년부터 전시를 위해서 방문한 ‘베를린’과 ‘광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도시의 공통점은 가슴속에 품은 ‘전쟁의 상흔’이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아픔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대상을 바라보면, 누군가는 전쟁의 아픔이 가슴 저미게 다가오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관광지로만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대상일지라도 보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제각각인 것처럼 대상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그렇게 시작한 방식은 그림을 그렸던 전작 ‘접촉하는 시선들’에서도 비슷하다. 당시 출품한 ‘세월’은 목포항으로 건져 올린 배를 다양한 각도에서 그림을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해 덧입힌 것이란다. 이 방식은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감성을 끌어낼 수 있다며 관객 중심의 감상법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을 기억하는 방식은 획일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에서 스스로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 김민호 작가는 홍익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는 사진과 회화를 한다. <시점_연속된 시간의 지점들’(2014), ‘적_積,’(2015), ‘접촉하는 시선들’(2018) 등 열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국내외에서 다수의 단체전을 열었다.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2014), Sovereign Asian Art Prize Finallist(2017, 2019), 광주화루 우수상(2018) 등을 받았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