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원수지지 말자

오월동주(吳越同舟)

등록 : 2016-06-02 18:07 수정 : 2016-06-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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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라 안팎을 살펴보면 과거의 적이나 경쟁자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9년이나 전쟁을 벌였던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완전 정상화하자, 세계 언론들은 두 나라가 ‘중국의 위협’에 함께 맞서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각 정당, 정파 간의 연합, 연대 가능성이 연일 보도된다.

세력을 모아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과거의 적이라도 과감히 손을 잡아야 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합종연횡도 불사하는 게 정치이다. 이런 상황을 이야기할 때 즐겨 인용되는 고사성어가 ‘오월동주’(吳越同舟)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와 월나라는 양자강 이남에 국경을 맞대고 있던 나라이다. 서로 비옥한 토지와 물길을 차지하려 다투는 과정에서 아주 앙숙이 됐다. 그 ‘원수’ 같은 두 나라 사람이 한 배를 탔다는 말이다. 원수끼리 같은 배를 탔으니 불안하고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러나 한 배를 탄 이상 풍랑을 만나면 살기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관계이기도 하다. 오월동주의 본뜻은 원수 사이라도 위기 앞에서는 한 몸의 두 손처럼 협력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출발했는데, 그 출전은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은 전설적인 병법의 대가 손무의 저술로 알려져 있다. 손무는 오나라 왕 합려를 도와 오나라가 기존의 강대국 초나라를 제치고 남방의 패자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대전략가였다.


그는 <손자병법> ‘구지’ 편에서 군사를 쓰는 상황을 9가지 지형에 비유해 설명하면서, 오로지 싸워서 이기는 길밖에는 살길이 없는 절박한 상황을 최악의 유형인 ‘사지’(死地)에 비유했다.

손무가, 지도자가 군사를 이끌고 이 사지를 벗어나는 방안으로 제시한 사례가 바로 오월동주 이야기다.

요컨대 오월 사람들처럼 평소 원수지간이라도 공동의 위협 앞에서 손잡는 것처럼 군사들을 한마음으로 단결시키면 사지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일부러 강을 등지고 진을 치는 ‘배수지진’(背水之陣)이나,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는 ‘파부침주’(破釜沈舟)도 비슷한 고도의 심리전술이다.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은 인간 본성까지 전술 전략으로 활용하게 한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오월동주의 자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런 상황을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함부로 원한을 사지 말고, 비록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도 포용할 줄 아는 아량과 지혜가 그것이다.

이인우 <서울&> 콘텐츠 디렉터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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