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남산 사는 직박구리·큰부리까마귀도 서울로7017로 놀러온다

환경 전문가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가 본 ‘탄생 2년 서울로 평가와 전망’

등록 : 2019-07-04 15:12
남산 야생 동식물 교류지 역할

곤충 26종, 조류 5종 유입·출현

도시 생물다양성 교육장 활용 필요

하반기 민간 위탁 새로운 시도 ‘주목’

자동차 전용 고가도로에서 보행전용 고가길로 바뀐 서울로7017의 모습은 지난 시기 서울의 변화를 압축해 보여준다. 1970년 준공 당시의 서울역고가도로①가 지금같이 나무가 우거지고 새가 날아드는 ‘걷는 길’②로 바뀌었다. 서울로7017은 올해 하반기부터 민간 업체가 관리할 예정이어서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대된다. 서울시 제공

‘서울로7017’(이하 서울로)은 우리나라 최초의 고가 공원이다. 1970년 고속 성장을 준비하던 시대에 고가도로는 조국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고가도로와 육교는 철거되었다. 이제는 보행자를 먼저 배려하는 것이 도시 관리의 핵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고가 공원, 서울의 명물이 되다


낡은 고가도로를 처리하는 방안으로 크게 두 가지 대안이 논의되었다. 한 가지는 철거, 또 다른 한 가지는 보수해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가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철거하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고가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구조 보강과 같은 물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설을 도입하는 것에 시민 의견이 찬반으로 엇갈리는 것은 큰 어려움이었다. 다행히 서울보다 앞서 고가철도를 고가 공원으로 꾸며 성공을 거둔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사례는 서울로를 만드는 데 큰 응원군이 되어주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2017년 5월20일 서울역 고가 공원이라고도 하는 서울로가 개장되었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서울로는 개장 1년 만에 방문객 1천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로는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명물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여러 가지 우려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 사례가 되었다.

야생 동식물도 서울로를 이용한다

서울로는 일반 공원과는 달리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남대문에서 보행자가 만리동으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보행로, 남대문시장을 활성화하는 배후 공간, 서울역의 랜드마크, 연중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문화 공간,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 공간 같은 역할이 그것이다. 하지만 서울로는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도시 생물다양성의 회복 공간이라는 기능이 그것이다.

서울로의 생물다양성 회복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2018년 1년간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을 했다. 고가 공원인 서울로가 도시 녹지로서 생물다양성 회복에 기여하는 바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놀랍게도 서울로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통로를 넘어 주변에 있는 남산과 녹지들에서 살아가는 야생 동식물의 교류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로에는 식재종과 이입종을 포함해 총 288종의 식물이 살고 있었다. 서울로 조성 이후 새롭게 이입된 식물은 총 75종이다. 이는 전체 식물의 약 26%에 해당하는 수치다. 1년간 유입된 식물 비율로는 적지 않다. 콘크리트 구조물인 서울로에 이렇게 많은 식물이 들어왔다는 것은 서울로가 인공 지반이지만 도시 녹지로서 생물다양성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곤충은 26종, 조류는 집비둘기, 참새, 큰부리까마귀, 까치, 직박구리로 5종이 출현했다. 도심에서만 사는 집비둘기 외에 인근 남산에서 까치, 직박구리, 큰부리까마귀가 날아왔다.

“공원 관리도 신개념 요구”

이제는 서울로에서 시행한 생물다양성 모니터링의 내용을 시민에게 적극 홍보하고, 시민들도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로를 꾸준히 생물다양성과 관련해 모니터링하고 생물다양성 증진 사업을 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이 즐겨 찾고 이용하는 공간임을 고려해 이곳을 도시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의 새로운 교육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그동안 시가 담당해온 서울로의 운영 관리를 조만간 민간에 맡겨 운영토록 할 계획이라 한다. 이런 시도는 도시공원을 관리하기 위한 새롭고 신선한 시도로 생각된다. 도시공원은 이제 환경, 사회, 문화, 경제, 복지 문제 대응 등 정말 다양한 기능을 가진 공간이 되었다. 이제는 단순한 공원 유지 관리 차원을 넘어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의 요구를 적극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공원 운영 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아울러 도시공원이 가진 도시 생물다양성 회복 역할도 더욱 활성화하는 공원 운영 관리가 필요하다. 서울로의 민간 위탁 운영이 이런 다양한 도시공원의 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오충현 교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