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아동친화도시 인증받아 ‘가족친화도시’ 한발 가까이”
The+친절한 구청장ㅣ 민선 7기 비전 ‘젊고 친환경적인 스마트한 양천(YES 양천)’ 실천하는 김수영 양천구청장
등록 : 2019-07-18 15:57
2017년 여성친화도시 인증받고
2018년 고령친화도시 가입 이어
‘가족 위한 도시’ 조성 모범 보여
“지자체, ‘저출산’에 빨리 대응해야”
육아 카페 첫 조성, 서울시로 확산
창의놀이터 올해까지 8곳 조성
“앞으로 30년 뒤를 내다보며
주민 먹거리 토대도 만들 것”
“주민들에게 보여주기식 행사는 하지 말자고 했죠.”
민선 7기 취임 1년을 맞은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1일 공약 점검 차원에서 연 조례에서 직원들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김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1년 동안 이룬 성과와 앞으로 만들어야 할 ‘YES(예스) 양천’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예스 양천’은 양천구의 ‘민선 7기 비전’으로, 젊고 친환경적인 스마트한 양천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민선 6기의 연장선에 있는 교육, 복지, 안전한 도시 양천의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이 중에서 양천구 ‘복지 비전’의 핵심인 가족친화도시는 여성친화도시, 아동친화도시, 고령친화도시를 지향한다. 재선 구청장인 김 구청장이 민선 6기부터 시작한 것으로 민선 7기에 완성하는 게 목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보다 한발 앞서 시작한 만큼 조금씩 성과도 나타난다. <서울&>은 2일 ‘엄마 구청장’으로 잘 알려진 김 구청장을 청장실에서 만나 가족친화도시 양천의 성과와 앞으로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1년 동안 첫 단추 끼워놓은 게 꽤 많더라. 성과와 보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양천구는 지난 5월 아동친화도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인증을 받고 5일 인증 선포식을 열었다. 민선 6기에서 여성친화도시 여성가족부 인증(2017년 12월)을 받았고, 지난해 12월 고령친화도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성과다. 김 구청장은 “최근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은 게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 구청장이 이렇게 아동친화도시 조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국가적인 현상인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지난 10년 동안 양천구에서 노인 인구는 79%나 늘어났지만 신생아는 64%나 줄어들었다. 김 구청장은 “중앙정부에서도 저출산 고령화 관련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가는데, 기초지자체도 빠르게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가족친화도시는 이런 문제 인식 위에 서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아이를 사회가 키우는 환경이 되려면 여성들의 육아 짐을 덜어줘야 한다. 그러려면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육아 카페 같은,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있어야 한다.”
양천구는 올해 5월 신정동에 해누리 열린육아방을 열었다. 2017년 7월 목동 목사랑시장 고객주차장·공유센터 건물 2층에 문을 연 해우리 아이맘 카페에 이어 두 번째 육아 카페다. 육아 정보를 나눌 수 있고 상담도 되는 공동육아 품앗이 공간으로, 핵가족화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상황에서 육아 경험과 정보가 부족한 젊은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해결해준다. 양천구가 처음 시작한 육아 카페는 정부와 서울시로 확산된 정책 중 하나다.
김 구청장은 아동친화도시를 위한 창의놀이터를 “아이들의 숨구멍”이라고 표현했다. 양천구는 지난해 3개의 창의놀이터를 만들었고, 올해 5개를 더 늘릴 계획이다. 창의놀이터를 동마다 한 곳씩 만드는 것이 그의 공약이기도 하다.
양천구는 2018년 10월 양천공원에 아이들이 미세먼지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뛰놀 수 있는 실내 놀이공간 ‘키지트’를 만들었다. 1990년대 만들어진 야외 무대와 창고로 방치돼 있던 지하 공간을 놀이터로 개조한 것이다. 엘리베이터와 완만한 경사면을 설치해 유모차와 휠체어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무, 흙, 물 등 자연을 활용해 놀 수 있는 실외 창의놀이터와 자연스럽게 이어져 실내외 통합놀이터가 만들어졌다. 김 구청장은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외에서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실내외 통합놀이터를 우리가 최초로 만들었다”고 했다.
양천구의 실내외 통합놀이터는 외국에서도 견학 올 만큼 유명하다. 김 구청장은 통합놀이터에서는 “장애아동이 휠체어를 타고 회전목마를 탈 수 있다”며 “아동 정책에 관심이 많은 뉴질랜드 웰링턴시 부시장이 둘러보고는 ‘원더풀’을 외쳤다”고 했다.
양천구는 내년 3월에는 어린이교통공원 내 전시관을 개조한 ‘키지트 2호’를 완공할 계획이다. 이곳에도 주변에 있는 유아동네숲터 등 실외 어린이놀이터와 함께 실내외 통합놀이 공간을 만든다.
김 구청장은 양천구는 이런 어린이 문제뿐 아니라 노인 문제에서도 서울시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 사례가 ‘운전면허 자진 반납 인센티브 제도’다. 양천구는 2018년 12월 65살 이상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해서 반납하면 10만원 이내의 교통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안전증진조례를 서울 지자체 중 처음으로 제정해 시행했다. 예상했던 250명을 훌쩍 넘어 6월 말까지 1061명이 운전면허 반납을 신청해 인기를 끌고 있다. 양천구에서 시작한 ‘운전면허 자진 반납 인센티브 제도’는 서울시와 지자체들이 따라 하면서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시는 3월부터 9월까지 운전면허 반납을 신청하는 70살 이상 고령자 중에서 1천 명에게 10만원이 든 교통카드를 발급해준다.
“양천구가 생긴 지 30년 됐다. 앞으로 30년 후를 내다보면서 주민 편의시설뿐만 아니라 무엇으로 먹고살지도 고민하는 토대를 만들어놓겠다.”
앞으로 임기가 3년 남은 김 구청장은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베드타운이 아닌 일자리와 활력이 넘치는 양천을 위해 임기 내에 중소기업 혁신밸리, 서부트럭터미널, 신정차량기지 등을 통해 기업 일자리가 생겨나는 토대를 만든다면 최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천구’ 공약 이행 시간표
▶ 해우리 아이맘 카페
▶ 나비남
▶ 창의놀이터
▶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
‘백세건강 주치의제’ 시행 “지역이 어르신 돌봐”
“‘나비남’ 자립 성과 있어”
“어르신들을 지방 요양원에 보내는 게 아니라, 살던 곳 익숙한 곳에서 나이 들어가고 활력 있게 생활하게 하는 게 지역사회의 도리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고령친화도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지역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보살필지가 화두가 됐다. 그 첫 시작을 양천구에서 시작한다.”
양천구는 하반기부터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인 80살 이상 어르신을 찾아가는 ‘백세건강 주치의제’를 시행한다. 서울시 공모사업이라 예산도 지원받는다. 의사, 간호사, 영양사, 작업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백세건강 주치의 전담팀을 신설할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80살 이상 어르신 1만1천여 분 중에서 350여 분이 거동이 불편한데, 이분들 중에서 돌봄 서비스를 원하면 집으로 찾아가 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하면,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인 ‘나비남’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뜻의 나비남은 50~64살 독거남을 돌보는 사업명이다. 김 구청장은 “멘토단이 밥도 같이 먹고, 목욕탕도 가고, 자신감을 갖고 자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양천구에서 택배일이나 청소일을 시작한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민선 7기 취임 1년을 맞은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2일 신정동 양천구청 구청장실에서 한겨레 <서울&>과 인터뷰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김수영 양천구청장이 2017년 7월 문을 연 구내 첫 육아 카페인 해우리 아이맘 카페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50대 독거남들이 2017년 11월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나비남 영화제를 열었다.
양천구가 지난해 5월 만든 창의놀이터 ‘쿵쾅쿵쾅꿈마루놀이터’에서 어린이들이 즐겁게 뛰놀고 있다.
한 어르신이 지난 1월 운전면허를 반납하려고 신청서를 쓰고 있다. 사진 양천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