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 ‘체험형 놀이교실’에 참가한 아빠 유재현(40)씨와 아들 현성(7)군이 찰흙으로 컵을 만들고 있다.
57분. 초등생 이하 자녀를 둔 아빠의 평일 양육 참여 시간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아빠의 하루평균 양육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된다.
평일에는 시간에 쫓기고, 휴일에는 방법을 몰라 아이와 놀아 주지 못하는 아빠를 위해 서울시가 ‘아빠교실’을 열었다. 수업은 전문 강사에게 육아 노하우를 배우는 ‘강의형 아빠교실’과 아빠와 아이가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놀이교실’로 진행된다. 토요일인 지난 28일 오전, 동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체험형 놀이교실’을 찾았다.
“현성이가 아빠한테 지렁이 모양 만들어 줘.” 아빠의 부탁에 현성이(7)가 열심히 찰흙을 밀기 시작한다. 이날 놀이교실은 찰흙으로 컵을 만드는 도예로 꾸려졌다. 만 3~5세의 아이를 둔 아빠 8명이 아이와 함께 참석했다. 재료비나 참가비는 없다. 전액 무료에 재료도 현장에서 나눠 주기 때문에 아빠와 아이는 준비물 없이 와도 된다. 그래도 토요일 아침 11시 수업인데, 일어나기 힘들지는 않았을까? 현성이 아빠 유재현(40)씨는 “평일에는 놀아 줄 시간이 없어 휴일이라도 제대로 놀아 주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어떻게 신청했냐는 질문에 아빠들은 한목소리로 “아내가 신청했어요!”라는 답을 내놓아 교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솔직히 떠밀려 왔는데 같이 컵을 만들다 보니 스킨십이 아이 성격에 좋은 영향을 줄 거 같아요” 하고 태민(7)이 아빠 박정훈(39)씨는 말했다. 태민이는 아빠 옆에 꼭 붙어앉아 ‘지렁이’ ‘로봇’을 만들었다고 자랑스레 보여 주었다.
직접 신청한 아빠도 있다. 김장필(45)씨는 지난주 동대문구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진행한 보드게임 교실에 참여하며 ‘아빠교실’을 알게 됐다. “아내가 신청한 보드게임 교실에서 ‘이렇게 놀아 주면 좋겠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래서 오늘 수업은 제가 직접 신청했습니다.” 딸 민서(6)는 지난주 아빠와 놀았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아빠랑 블록으로 논 적 있어요. 아빠랑 노니까 재밌어요!”
‘인증샷’도 빠질 수 없다. 이명원(35)씨는 예빈이(7)가 반죽 하나를 끝낼 때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보통 도예는 멀리 나가야만 체험할 수 있는데, 동네에서 쉽게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서울시는 2014년 처음으로 ‘강의형 아빠교실’을 열었는데, 이 수업에서 아빠들의 요구를 수렴해 탄생시킨 것이 작년부터 시작한 ‘체험형 아빠교실’이다. 서울시는 올해 18개 자치구, 총 64회에 걸쳐 ‘체험형 아빠교실’을 연다.
놀이는 꼭 배워야 잘할 수 있을까.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김수진 보육전문요원은 “아빠교실은 배움보다 참여 기회를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때문에 자치구마다 영유아 발달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아빠 역할 역량 강화와 애착 형성에 힘쓰고 있다. 이날 도예 수업을 진행한 최엘림(29) 선생님은 “손을 쓰는 놀이는 아이의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고, 아빠와 아이가 교감하기에 알맞은 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아빠교실’은 올 10월까지 계속된다. 자세한 일정 확인과 신청은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누리집(seoul.childcare.go.kr)이나 전화(02-772-9814)로 할 수 있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이며, 수업은 2주 전부터 선착순으로 신청 받는다. 다자녀 가정에 발급되는 다둥이 행복카드가 있는 가정은 참가 우선권을 주며, 참여 가정은 무료로 수업에 대한 안전보험에도 가입시켜 준다.
글·사진 정고운 기자 nimok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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