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간다

“용봉정에서 ‘사람 사는 동작’의 미래를 찾습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 “노들섬과 여의도 연결하는 최고의 조망 공원 개발”

등록 : 2016-06-03 10:07 수정 : 2016-06-03 13:00
용봉정 야경을 보여 주려고 저녁 무렵에 시간을 낸 이창우 동작구청장. 용봉정 일대를 관광허브화해 동작구가 경제적으로도 자급자족하는 ‘사람 사는 동작’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가고 있다. 장수선 인턴기자 grimlike@hani.co.kr

“땅 지도, 하늘 지도, 복지 지도를 바꾸겠습니다.” 5월임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햇살은 뜨거웠고 흐트러짐 없는 정장 차림의 이창우 동작구청장의 설명도 뜨거웠다.

“여의도에서 쇼핑하고 노량진에서 신선한 회를 맛본 뒤 용봉정에서 한강 야경을 맘껏 즐기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이 구청장의 손끝으로 한강대교와 노들섬,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 멀리 북한산 능선과 그 아래로 빼곡한 건물들이 막힘 없이 시야로 들어왔다. 용봉정은 조선 시대 정조가 화성 행차 당시 잠시 머무른 인연으로 세운 정자 ‘용양봉저정’(서울시 유형문화재 6호)을 품고 있는 언덕이다. 높지 않지만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으로 이미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서울 야경 촬영 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용봉정근린공원을 한강의 새로운 관광 허브로 만들겠다는 이 구청장의 생각은 상업 기능 지역이 전체 면적의 2.95%로 최하위 수준인 동작구의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사람 사는 동작을 위해 구청 이전

“제가 선거 때 ‘사람 사는 동작’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두가 존중받고 누구나 삶에서 낙오되지 않는 동작을 만들겠다는 거였습니다. 하늘·땅·복지 지도를 바꿔야 가능한 일입니다. 상업지역은 확실하게 고층화하고, 안 쓰는 땅을 주민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땅을 바꾸고, 보편적 복지를 실천해 보자는 거지요.”

이 구청장은 이미 어르신들을 위한 어르신행복주식회사 설립과 육아종합지원센터의 기능 강화 등 복지 지도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어르신행복주식회사는 61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노년의 일터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모델입니다. 이 회사의 특징은 모두가 정규직인데다 임금도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을 지급한다는 겁니다. 저와 직원들이 영업사원을 자처해 일거리를 많이 만들고 있어요.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아예 보육청으로 부르자고 했어요. 인사권까지 주자는 거지요. 동작구에서는 국공립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원장이 될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신나면 아이들도 신나는 거 아닙니까? ”

어르신행복주식회사는 전국 최초의 어르신 전문 고용 기업이다. 초기 자본금 2억9000만원은 구가 출자했지만 운영은 회사가 책임진다.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용 안정이 보장돼 인기가 높다. 올해 적자를 면하면 어르신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을 것이라 기대된다. 장승배기종합행정타운 건설 계획은 현 동작구청을 상도동으로 이전해 하늘 지도를 바꾸고, 동작구가 자족적인 경제 체계를 마련할 수 있게 하려는 사업이다.


“노량진 일대에 동작구 상권의 절반이 몰려 있습니다. 장승배기 일대로 행정 기능을 한데 모으고 노량진 일대는 확실한 상업지역으로 발전시켜 보자는 거지요. 전통시장의 몰락으로 위축된 장승배기 일대는 행정중심지역으로 거듭나 경제축이 될 겁니다. 게다가 이전 과정에서 560억원가량의 재정수익이 생겨요. 3년 정도 동작구가 사업을 해 볼 수 있는 돈입니다.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장승배기종합행정타운 건설 계획은 지난 4월 행정자치부의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서울시의 투자 심사만 남아 있다. 지역주민들도 ‘사업을 빨리 진행하라’며 거리에 펼침막을 내걸 정도로 사업을 반기고 있다. “현 동작구청 자리에는 대형 쇼핑몰과 극장 등을 유치할 계획입니다. 골목상권 위축보다는 오히려 상근 인구가 많아지면서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연구 결과였습니다. 구민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고요.”

이 구청장의 설명에는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느라 다른 지역으로 가는 지역 주민들에게 가까이에서 쇼핑몰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도 제공하고, 노량진 일대의 상업시설이 개발되면 관광객들이 몰려올 텐데, 이들을 동작구 깊숙이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었다.

용봉정 개발은 노량진 일대를 혁신하는 일

용봉정근린공원을 한강 관광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안(지도 참조)에도 동작구의 경제적 자족도시화를 위해 용봉정을 디딤돌로 삼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개 자치구가 한강을 끼고 있습니다. 동작구 역시 한강을 끼고 있지만 수변공원이 없는 유일한 자치구예요. 2018년까지 노들섬에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온다고 하는데요, 시드니에는 오페라하우스를 조망할 수 있는 맥쿼리 포인트가 있어요, 용봉정이야말로 맥쿼리 포인트에 버금갈 조망 명소지요.” 이 구청장의 설명은 간단했지만 서울시의 발전계획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2030 서울플랜, 한강변 관리기본계획, 종합발전계획 용역 등 서울시가 수립한 계획에는 여의도의 도심 기능 강화를 위한 배후단지 육성, 새로운 수변 활력지구 조성, 여의도와 용산 등 주변지역 연계 통합 관리 등이 담겨 있다. 이런 서울시의 계획을 동작구 발전의 토대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동작구는 이미 용봉정근린공원 개발 계획뿐 아니라 한강대교 주변 리버발코니 연결, 올림픽대로 하부 보행 환경 개선 등 16개의 사업 계획을 세워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처를 끝내 놓은 상태다. 노들섬의 복합문화공간 사업과 노량진 일대 개발 사업이 가져오게 될 경제적 이익을 동작구 지역 경제로까지 연결시키려는 노력이다.

“이미 노량진 일대는 수산시장을 중심으로 연간 2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습니다. 여의도 63빌딩에 들어선 면세점으로 관광객은 더 늘어날 겁니다. 이들에게 볼거리도 제공해야지요. 여의도와 노량진을 구름다리로, 수산시장과 용봉정을 녹색 자연으로, 용봉정과 노들섬을 보행로로 연결하면 이 아름다운 용봉정을 중심으로 한 최고의 관광상품이 될 겁니다.”

이 구청장의 용봉정을 중심으로 한 개발계획은 단순히 동작구를 위한 관광상품 하나를 만들겠다는 데에 머물지 않는다. 용봉정 인근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 있는 곳이다. 철도와 올림픽대로, 현충로 두 도로 때문에 도보가 제한된 섬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동작구가 작성한 ‘용봉정 주변 명소화 프로젝트’에는 용봉정 근린공원 재정비와 연결 다리 설치, 가족 캠핑장 설치, 용양봉저정 일대의 역사공원화, 노량진 취수장 시민 문화공간 조성, 수변 리버발코니 조성 등과 나란히 용봉정 일대인 동작구 본동 일대의 재생사업 추진 계획이 적혀 있다. 재생사업은 동작구가 선도하고 있는 안전마을과 다양한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이 구청장은 더운 날이었지만 정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45살,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최연소 구청장으로서 겸손함을 잃지 않으려는 듯했다. “아이고, 티셔츠 입고 싶지요. 그러면 지역 어르신들에게 예의가 아니라서요.” 이 구청장은 자신이 약속한 ‘사람 사는 동작’을 겸손함과 끈기로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윤지혜 기자 wisdom@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