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화가의 명화에는 종종 우(양)산을 쓴 여인이 등장한다. 클로드 모네의 ‘양산 든 여인’이나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가 그렇다. 과거 유럽에서 우(양)산은 단순히 비를 피하는 것보다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혼례품이나 집안의 가보로 여기는 재물이었다. 우(양)산은 사교 모임에서 여성의 우아함을 표시하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했다. 특히 프랑스 우(양)산은 다양한 스타일과 제작 기법으로 높이 평가받아 세계 곳곳으로 수출됐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우(양)산 장인 미셸 오르토의 18~20세기 수집품이 공개되는 ‘여름이 피다’(Summer Bloom)전이 9월19일까지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오르토는 우산을 30년간 수집하고 복원하면서 이를 재해석하거나 시대를 아우르는 현대 물품으로 탈바꿈시켰다. 2011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뛰어난 기술력과 장인 정신을 인정받아 지역의 대표 기업에 주는 ‘현존하는 문화유산’ 인증 마크를, 2013년에는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장인 최고의 영예인 ‘메티에르 아트’를 받았다. 전시에는 미셸 오르토 외에 국내 작가의 작품도 참여했다. 여기엔 한국적 소재와 공예 방식으로 현대적 조명 작업을 펼친 권중모의 ‘겹’, 제주의 사계를 담은 영상과 사운드를 선보인 김용호의 ‘블로 블로 블로’(Blow blow blow)도 공개했다. 세 작가의 작품은 한국 소재와 풍경이 서구의 공예품과 어울리면서 동서양,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경험을 하게 한다. 전시장 3층에서는 오르토의 골동 수집품 중 가장 오래된 접이식 우산을 볼 수 있다. 이는 루이 14세의 특명으로 1740년, 세계 처음으로 접이식 우산을 개발한 마리우스의 원작품이다. 이 밖에 상아, 고래 뼈, 코뿔소 뿔, 산호를 비롯해 각종 보석으로 장식한 조각품과 희귀한 소재의 우산 손잡이들을 모아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장식에 그치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 기능과 시계가 달린 경첩식 손잡이의 우산 등 실용성까지 겸비한 당시의 유럽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장소: 강남구 논현동 플랫폼엘
시간: 화~일 오전 11시~오후 8시
관람료: 일반 8천원
문의: 02-6929-4470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