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온마니반…’ 주문 비틀기

‘머엠댑이냄모’전 황규민

등록 : 2019-08-01 14:37
“왜 읽을 수 없는 문자에 미래를 내맡길까?”

불확실한 미래에 관한 전시 ‘머엠댑이냄모’(MUH EMDAP INAM MO, ~8월11일,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여는 화가 황규민(25)씨가 던진 질문이다. 전시는 히말라야 산맥을 등반하면서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네팔의 산길을 걷다보면 발에 챌 거 같은 돌 중에서 마을 사람들이 성스럽게 여기는 것이 있죠. 이 돌을 보면 왼쪽으로 걸어야 해요. 그리고 ‘옴마니반메…’라고 주문을 외우면 하루가 잘 풀린대요.” 가이드에게 이 문자의 뜻을 물으니 그건 티베트 승려만 읽을 수 있다 한다. 현지인들은 단지 평생 이 글을 돌에 새긴단다.

이처럼 히말라야 사람들은 미지의 주문으로 미래의 안정을 구한다. 황 작가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2017년 1월 히말라야의 한 절벽에서 떨어져 척추뼈 7개가 부러져 대수술을 받으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만 알죠. 심지어 현재도 분명히 모르기 때문에 과거만 아는 거 아닐까요?” 작가는 알 수 없는 미래, 실체와 전혀 다른 목표를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을 비꼬았다.

전시 제목은 불교 승려들이 외우는 육자진언(六字眞言)인 ‘옴마니반메홈’(Om Mani Padme Hum)을 거꾸로 뒤집은 말이다. 황 작가는 불분명한 소리에 주문의 느낌만 남겼다며, 읽는 소리는 정해지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ㄷ자 모양 공간에 양쪽으로 늘어선 돌과 막다른 벽에 걸린 안개 낀 풍경 그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돌무더기 앞에 “돌을 왼손에 얹고, 내일의 안녕과 목표가 이루어지는 마음으로 주문을 외우며, 왼쪽으로 돌아가시오”라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 관람객은 안내에 따라 끝에 이르면 안개 낀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전시의 사용설명서를 보면 황 작가는 다음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마지막엔 묘사된 것이 거의 없는 비닐에 싸인 그림을 보게 될 거예요. 그 비닐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말이죠. 목표나 꿈과 같은 미래보다는 현재의 자신을 좀더 되돌아봤으면 좋겠어요.”

■ 황규민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통 재료를 이용해 풍경과 인물을 그린다. 단체전으로는 < 뉴드로잉프로젝트 >(2017~2018,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 ASYAAF DDP >(2017~2018), < AG 신진작가대상 선정작가전 >(2019, 안국약품 갤러리AG)이 있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