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시민이 고충 털어놓을수록 서울 좋아져”
취임 6개월 맞는 박근용 제2대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
등록 : 2019-08-01 15:06
참여연대 활동 20년…사무처장 출신
시민 편의 늘릴 방법 찾기 위해
매일 10~30건 고충 민원 놓고 회의
“위원회 모델 전국 확산에 기여하고파”
“숨어 있는 1㎝를 찾아라.”
텔레비전 광고가 아니다. 약 6개월 전인 지난 2월23일 취임한 박근용(47)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 제2대 위원장이 추구하는 목표다.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는 서울시가 앞장서서 만든 제도다.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의 시민감사옴부즈만과 30여 명의 조사관이 시민이 청구한 감사, 서울 시민들의 고충 민원 조사, 서울시 발주 대형 공사 등 공공사업 감시 업무 등을 한다.
2016년 2월 출범한 이 위원회는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한 내용에 대해 권고·경고 등을 할 수 있는 종결 권한까지 가진 합의제 행정기구다. 위원회가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은, 서울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할 때 듣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해결책을 찾겠다는 서울시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박 위원장이 찾는 ‘숨은 1㎝’도 ‘시민 편의’와 관련된다. 그는 정기창 초대 위원장(66·임기 2016년 2월23일~2019년 2월22일) 시절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의 틀이 성공적으로 갖추어졌다고 본다. “이제 서울시 공무원 중 법에 정한 규정이나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제 위원회가 중요시할 일은 법률이나 규정의 적용 문제보다 해석 문제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더 유익할까’라는 마음으로 사안들을 해석해 여태까지 보이지 않았던 ‘시민 편의 1㎝’를 더 확보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민 편의 1㎝’ 더 찾기를 위해 박 위원장이 먼저 시작한 일은, 시민이 제기한 고충 민원 관련 회의를 날마다 하는 것이다. 1기 위원회 때는 위원회에 배정된 민원 중에 구청이나 다른 기관에 넘길 것을 조사관이나 팀장급에서 결정하고, 남은 것들만 다루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지난 4월 초부터 날마다 오전 10시30분에 꼬박꼬박 일일검토회의를 주재한다. 그렇게 하루 10~30건 정도의 고충 민원을 놓고 조사관들과 토론하면서 위원회에서 직접 처리할 것을 최대한 많이 선정하고, 조사 방향도 함께 정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법규는 지킨 것이지만 빈틈을 발견하고 관행과 규정을 바꿔 시민 편의를 높이려고 제안하는 사안들을 발굴하려고 한다. 택시 승차거부 신고 사건을 접수한 곳에서 사실무근으로 종결짓더라도 신고당했던 택시기사에게는 알려주지 않던 일이나, 최근 서울 시내에 대형 초시계 전광판이 등장하지만 빛공해방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점 등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 일이 대표적이다. 박 위원장은 “매일 회의를 하니 공무원들인 조사관들이 몹시 피로할 텐데도 잘 이해하고 따라와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과거보다 품은 더 들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위원회가 질 높은 결정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숨은 1㎝를 찾는 박 위원장의 두 번째 방법은 위원회 사용법을 널리 ‘세일즈’ 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위원회는 서울 시민이 많이 활용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며 각 자치구 주민자치회 임원들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를 자주 써달라’고 홍보한다. 이 또한 1기 때는 없었던 일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월 말 성동구 주민자치회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꾸준히 자치구 주민들을 만날 계획이다. 또 친정인 참여연대를 비롯해 흥사단·경실련 등 시민단체 방문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역시 ‘서울시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위원회를 적극 활용해달라’고 홍보하기 위해서다. 박 위원장은 왜 이렇게 일을 많이 만들까? 그는 “사회에 쓴소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평소의 소신을 실천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한다. ‘쓴소리하는 사람’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업을 고를 때 세운 기준점이었다. 박 위원장은 서울대 외교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공채로 참여연대에 간사로 들어갔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은 누군가 쓴소리를 많이 해줘야 하는 사회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그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한 그는 그 뒤 약 20년 동안 시민참여팀장, 시민감시국장, 사법감시팀장 등을 거쳐 사무처장을 맡을 때까지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참여연대 활동을 열정적으로 해나갔다. 사회에 쓴소리를 하고, 그 쓴소리에 변해가는 사회를 보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위원회 또한 우리 사회에 그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박 위원장은 위원회가 ‘시민 편의 1㎝’를 효과적으로 확대해나감으로써,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만들어낸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서울 시민 편의 1㎝’ 확대를 위해 애쓰는 박 위원장의 땀방울이 ‘온 나라 국민 편의 1㎝’ 확대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박근용 제2대 서울시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장이 지난 19일 중구 무교동 사무실 앞에서 위원회의 활동을 설명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016년 2월 출범한 이 위원회는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한 내용에 대해 권고·경고 등을 할 수 있는 종결 권한까지 가진 합의제 행정기구다. 위원회가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 것은, 서울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할 때 듣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해결책을 찾겠다는 서울시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낸 박 위원장이 찾는 ‘숨은 1㎝’도 ‘시민 편의’와 관련된다. 그는 정기창 초대 위원장(66·임기 2016년 2월23일~2019년 2월22일) 시절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의 틀이 성공적으로 갖추어졌다고 본다. “이제 서울시 공무원 중 법에 정한 규정이나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제 위원회가 중요시할 일은 법률이나 규정의 적용 문제보다 해석 문제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더 유익할까’라는 마음으로 사안들을 해석해 여태까지 보이지 않았던 ‘시민 편의 1㎝’를 더 확보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시민 편의 1㎝’ 더 찾기를 위해 박 위원장이 먼저 시작한 일은, 시민이 제기한 고충 민원 관련 회의를 날마다 하는 것이다. 1기 위원회 때는 위원회에 배정된 민원 중에 구청이나 다른 기관에 넘길 것을 조사관이나 팀장급에서 결정하고, 남은 것들만 다루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지난 4월 초부터 날마다 오전 10시30분에 꼬박꼬박 일일검토회의를 주재한다. 그렇게 하루 10~30건 정도의 고충 민원을 놓고 조사관들과 토론하면서 위원회에서 직접 처리할 것을 최대한 많이 선정하고, 조사 방향도 함께 정한다. 그러면서 현재의 법규는 지킨 것이지만 빈틈을 발견하고 관행과 규정을 바꿔 시민 편의를 높이려고 제안하는 사안들을 발굴하려고 한다. 택시 승차거부 신고 사건을 접수한 곳에서 사실무근으로 종결짓더라도 신고당했던 택시기사에게는 알려주지 않던 일이나, 최근 서울 시내에 대형 초시계 전광판이 등장하지만 빛공해방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점 등을 개선할 것을 권고한 일이 대표적이다. 박 위원장은 “매일 회의를 하니 공무원들인 조사관들이 몹시 피로할 텐데도 잘 이해하고 따라와줘 고맙게 생각한다”며 “과거보다 품은 더 들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위원회가 질 높은 결정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지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숨은 1㎝를 찾는 박 위원장의 두 번째 방법은 위원회 사용법을 널리 ‘세일즈’ 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 위원회는 서울 시민이 많이 활용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며 각 자치구 주민자치회 임원들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를 자주 써달라’고 홍보한다. 이 또한 1기 때는 없었던 일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월 말 성동구 주민자치회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꾸준히 자치구 주민들을 만날 계획이다. 또 친정인 참여연대를 비롯해 흥사단·경실련 등 시민단체 방문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역시 ‘서울시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위원회를 적극 활용해달라’고 홍보하기 위해서다. 박 위원장은 왜 이렇게 일을 많이 만들까? 그는 “사회에 쓴소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평소의 소신을 실천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한다. ‘쓴소리하는 사람’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업을 고를 때 세운 기준점이었다. 박 위원장은 서울대 외교학교를 졸업하고 1999년 공채로 참여연대에 간사로 들어갔다. 대학 때 학생운동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아직은 누군가 쓴소리를 많이 해줘야 하는 사회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가 그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한 그는 그 뒤 약 20년 동안 시민참여팀장, 시민감시국장, 사법감시팀장 등을 거쳐 사무처장을 맡을 때까지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참여연대 활동을 열정적으로 해나갔다. 사회에 쓴소리를 하고, 그 쓴소리에 변해가는 사회를 보는 것에서 큰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위원회 또한 우리 사회에 그런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박 위원장은 위원회가 ‘시민 편의 1㎝’를 효과적으로 확대해나감으로써, 서울시가 선도적으로 만들어낸 시민감사옴부즈만위원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서울 시민 편의 1㎝’ 확대를 위해 애쓰는 박 위원장의 땀방울이 ‘온 나라 국민 편의 1㎝’ 확대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