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사라져갈 용산기지 흔적 품은 곳

용산구 용산공원 갤러리

등록 : 2019-08-01 15:19
지하철 1호선 남영역, 6호선 삼각지역에서 5분 걸어 닿을 수 있는 곳에 주한미군과 용산기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장이 있다. 용산의 미군부대, 그 가운데 ‘캠프 킴’ 터에 있는 용산공원 갤러리(사진) (용산구 한강로1가 1-1)는 옛 주한미군위문협회(USO, United Service Organization) 건물이다.

갤러리에선 60여 점의 지도와 사진, 영상 자료를 만날 수 있다. 1948년의 위수감옥 일대 항공사진, 1964년 해밀턴 호즈 유엔군 사령관의 미8군 전몰자 기념비 헌화 사진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미국립문서보관소(NARA)에서 구한 희귀 사진들이다. 국가기록원, 서울역사박물관 등이 제공한 옛 자료도 있다.

주한미군위문협회 건물은 주한미군사령부가 경기도 평택으로 옮겨가며, 지난해 8월부터 빈 곳이 됐다. 서울시는 주한미군사령부와 협의해 지난해 말 건물 한 동을 갤러리로 꾸민 뒤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올해 6월부터는 다른 1개 동이 추가로 시민에게 열렸다. 방문객이 쉴 수 있는 편의 공간, 시민 참여를 비롯한 다목적 기능을 할 시민 소통 공간, 다양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열람할 수 있는 문서보관소로 꾸몄다. 시민이 잠시나마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갤러리가 한층 여유로워졌다.

주한미군위문협회 건물은 그 자체가 110여 년간 용산기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08년 일본군 육군창고 사무소 용도로 지은 것이다. 일제가 군수 물자를 저장하고 보급했던 군사상 주요 거점이 바로 용산 육군창고(당시 명칭은 조선 육군창고)였고, 한국전쟁 당시엔 용산역과 캠프 킴이 철도로 연결돼 있었다고 한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일어난 뒤 이곳은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연합군 포로들의 강제노역장으로 쓰였다. 인근(현 신광여고)에는 경성연합군 포로수용소가 있었다. 김천수 용산 지역사연구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 호주군 후손들이 이 일대를 두리번거리며 선조들의 흔적과 자취를 찾곤 했다”고 전했다. 마치 우리가 강제 동원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군함도와 같은 일본의 역사 현장을 찾아가듯 말이다.

한국전쟁 시기 미군 차량 정비소 용도로 쓰이다 이곳이 주한미군에 정식 공여된 건 1952년이다. 미군을 지원했던 한국근무단(KSC, Korean Service Corps) 본부가 이곳에 자리잡았고, 일대가 캠프 킴으로 알려졌다. 김씨 성을 가진 한국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위문협회는 1970년대 서울역 인근에서 캠프 킴으로 이전해왔다. 미군들을 위한 각종 서비스·공연·관광 산업의 거점으로 한국 대중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조만간 캠프 킴 터는 빌딩 숲으로 개발된다. 주한미군위문협회 건물도 함께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이곳을 찾는 것은 어쩌면 시 ‘서시’의 구절처럼 모든 죽어가는(사라져가는) 것을 사랑하고자 했던 시인 윤동주의 마음을 읽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용산공원 갤러리는 매주 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김재훈 용산구 언론팀 주무관, 사진 용산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