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in 예술

소통 도구가 된 헤드폰

기술-예술 융합축제 권병준

등록 : 2019-08-22 15:04
“자유로운 개인들도 조화로운 공동체를 꿈꿀 수 있을까?”

오는 9월11일까지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리는 기술과 예술의 융합축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에 참여하는 권병준(49) 작가의 ‘자명리 공명마을’은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한때 인디밴드 삐삐롱스타킹의 메인 보컬로 활동한 그는 활동 영역을 바꾼 이유가 ‘서양음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나만의 악기로 자기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가 되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다. 이때부터 소리의 원리를 연구한 권 작가는 자연스럽게 전기, 전자, 영상 등 미디어 분야의 예술가로 영역을 넓혔다. 권 작가는 평소의 궁금증을 해결할 오브제로 개인화의 상징인 ‘헤드폰’을 선택했다. “그동안 고민해온 ‘자명’ ‘공명’ ‘공감’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했어요. 스스로 울리는(자명), 고립된 성질의 헤드폰을 쓴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가서 인사하면 상대방의 소리와 섞이도록(공명) 했습니다. 마주친 그들에게 목례로 인사하면서 공동체를 함께 느끼게(공감) 될 거예요.”

그동안 ‘공동체’에 관해 고민했던 그는 전작 ‘오묘한 진리의 숲’에서도 헤드폰을 썼다. 하지만 그는 “헤드폰이라는 소재는 같지만 성격은 정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전작에서는 특정 장소에서 특정 소리를 들려주는 헤드폰을 스스로 선택해서 소리를 감상할 수 있어 개인성이 강한데, 이번엔 위치와 상관없이 서로에게 다가간 사람들의 소리가 섞이게 됩니다.”

전화와 문자 외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헤드폰을 쓰고 참가하는 이들에게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고립된 개인들이 에스엔에스만으로 소통인 척하는 외로운 손가락질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서로에게 막말하지 말고 예의를 갖춰 인사하면서 반갑게 다가가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권병준은 1990년대 초반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해 얼터너티브 록에서 미니멀 하우스를 포괄하는 6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2005년부터 네덜란드에서 음향학과 전자음악을 공부했으며, 스팀(STEIM)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2011년 귀국 후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연출했으며, 사운드를 근간으로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한다.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인터랙션 사운드랩 펠로로,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예술공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