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곳

조선 관청 터 위에 지은 시민소통 공간

종로구 다시세운광장 지하 ‘세운홀’

등록 : 2019-08-29 15:21
종로구 종로3가 ‘다시세운광장’에 가면 꼭 지하에도 한번 내려가봐야 한다. 그곳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소통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공간이 독특한 것은 무엇보다 세운홀이 문화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세운홀 바닥의 유리 너머로 문화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이렇게 문화재를 바라보면서 글로벌 포럼, 워크숍, 전시 등의 행사를 열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세운홀의 문화재는 낡고 침체해 있던 세운상가를 ‘창의 제조 산업의 혁신지’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추진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실행하다가 발견했다. 지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보니, 옛 한성부 중부 관아 터로 추정하는 유적이 확인된 것이다. 또 조선 전기부터 후기 그리고 근현대에 이르는 건물 터 흔적도 나왔다. 임진왜란으로 생긴 두꺼운 화재층(소토층)도 보존돼 있었다. 한마디로 세운홀의 문화재는 조선 전기(15~16세기 후반), 조선 후기(17~18세기), 근현대(19세기 이후) 등 서로 다른 시기에 사용된 건물 터가 시루떡처럼 중복 출토된 것이다.

세운홀은 바로 이런 출토 유물들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지었다. 서울 사대문 안 유적을 현지에 그대로 보존해 전시한 첫 사례다. 한양도성 안 관청의 위치가 고문헌 이외 매장 문화재로서 실제 확인된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매우 가치가 높다. 한마디로 세운홀에서는 ‘과거의 시간 위를 거닐며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2017년 9월 개장 이래 현재까지 세운홀에서는 국제 콘퍼런스, 포럼, 세미나와 같은 묵직한 행사에서부터 축제, 북 콘서트, 전시, 워크숍, 교육 등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졌다. 주로 시민, 학생, 대학, 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용했는데 2019년 6월을 기점으로 총이용자 수가 1만 명을 넘었다.

세운협업지원센터 남민우 매니저는 “세운홀은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소통마당”이라면서 “거창한 행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경험, 새로운 아이디어, 삶의 노하우 등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든지 대관을 신청하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세운 광장 바로 아래에 있는 탓에 세운홀은 세운상가 앞마당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내려 거리의 풍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걸어와도 3분이면 도착할 만큼 가깝다. 게다가 약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이색 공간을 대관하는 비용은 1시간에 3200원이다.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간대의 삶의 이야기가 어울리는 카멜레온 같은 공간, 도심 한가운데 익숙한 풍경 속에 숨어 있는 보물 같은 공간을 찾고 있다면, 오늘 세운홀에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관을 원하면, 다시세운 누리집에서 예약 현황을 확인하고 ‘행사 개최 예정일을 기준으로 최소 14일 전에 세운협업지원센터(070-4224-9256)로 대관 신청을 해야 한다. 세운홀의 모습은 다시세운프로젝트의 공식 누리집 (sewoon.org/sewoon-space/2809)에서 VR(가상현실 체험 시스템)로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양금란 서울시청 역사도심재생과 도심정책팀 주무관

사진 서울시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